2015. 1. 27. 21:45ㆍ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바르셀로나+모로코 2014
사진 : 에싸우이라의 골목 골목엔 카펫트와 수공품 천지~
사진 : 이시프와의 점심식사. 그래도 사진이 남아 있네? ㅎㅎ photo by 연두
사진 : 에싸우이라의 골목 골목엔 장인들도 천지~
사진 : 대서양에 면한 에싸우이라는 갈매기도 천지~
사진 : 얇게 만든 가죽에 원시시대 벽화같은, 베르베르 문자나 베르베르 특유의 의미를 부여한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
길 건너에서 작은 배낭에 쪼리를 덜렁덜렁 매단 청년이 우리를 부른다.
응? 우리? 하며 주위를 살펴도 거리엔 우리 뿐이다.
금세 길을 건너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는 말랐다.
헐렁한 티셔츠가 몸에 착 달라붙은 것만 같다.
밀짚모자 아래로 곱슬곱슬한 머리가 비죽 튀어나와 있고, 안경 안에서 작은 눈이 웃는다.
"안녕? 난 아가디르에서 온 이시프야."
그러곤 뭐라뭐라뭐라...
그렇게 아랍어와 불어를 모르는 우리와 영어를 모르는 이시프의 어설픈 대화가 시작되었다.
아마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이시프 : 너네도 뮤직 페스티벌 때문에 에싸우이라에 왔니?
우리 : 여기서 뮤직 페스티벌을 해?
이시프 : 그럼, 우리 오늘 내일 함께 다녀볼까?
우리 : 아니, 우린 숙소가 있어...
이시프 : (골목에 진열된 카페트를 가리키며) 이런 문양은 이 지역 스타일이야.
우리 : 오!
이시프 : (따진을 가리키며) 여기 모로코식 단지 요리를 파는 식당도 있네?
우리 : 오! 한국에 저거 사갈거야
이시프 : 한국이라고? 좋은 나라지.. 모로코에 온 걸 환영해!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열다섯번의 오고가는 대화 끝에서야
이시프가 내일 아가디르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우리가 내일 2시 버스를 타고 아가디르로 떠난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었다.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 건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건지, 구글 번역기의 질문에
계속 "Oui(Yes)"라고 대답하는 이시프에게
우리는 주문한 음식을 셋이서 나누어먹었고
불어와 아랍어로 "잘 먹었다"는 인사를 받았다.
골목에 볕이 드는 곳을 골라 털 고르기를 하다가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을라치면 살금살금 다가와 빤히 쳐다보는
고양이들에 (어떤 외국어도, 번역기도 필요없이!) 함께 감탄하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했던
볕 좋은 에싸우이라의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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