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7. 21:44ㆍ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바르셀로나+모로코 2014
사진 : 여행 함께 한 은옥쌤이 찍은 사진 / 마라케쉬, 리아드 옥상에서
사진 : 리아드 말리카 홈피에서 퍼온 메디나 지도. 하얀 구불구불한 선들로 대강 그 복잡성이 짐작 가능..
느지막이 일어나 숙소 옥상으로 올라갔다.
메디나.
고만고만한 높이의 건물들 옥상이 보인다.
옥상에 마련된 하얀색 인조가죽 썬베드에는 아침이슬이 맺혀 있다.
건조한 여름, 서늘한 새벽의 기운이 서서히 가시기에 앞서 따사로운 햇빛이 성급히 대지를 데운 탓이다.
고만고만한 건물들 사이로 비죽 솟은 탑들은 기도 시간을 알리는 탑, 미나렛이다.
어디에서나 보이게 높기도 하고, 사막 도시의 모래 색깔에 반짝이는 타일 조각을 입었다.
저 멀리 희미하게 산맥이 보인다.
건조하고 청명한 날씨에 이토록 멀리 보인다는 것은 필경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멀리 있다'라는 뜻일 터.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기계음이 공간을 가른다.
저 위에서 마라케쉬의 메디나를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좁고 혈관처럼 제멋대로 뻗은 골목들은 사실, 어떤 규칙을 갖고 배열되어 있을까?
계획도시가 아닌지라 골목의 생김은 분명 역사와 시간, 인생, 그 희노애락을 닮은 모습일거다.
필요에 의해 생겨나고 마치 댓글을 달듯 덧붙여졌기에 비합리적이고 비경제적인 골목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적응과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그 골목들은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맞춤되었겠지.
사진 : 한낮의 자마엘프나 광장
사진 : 수크(시장)의 딴지아집. 딴지아는 양고기 단지 요리
사진 : 광장의 달팽이요리 사장님. 달팽이는 일교차가 큰 날씨에 저녁 간식으로 딱!
사진 : 저녁의 자마엘프나 광장
자마엘프나 광장.
광장이라기에 텅 빈 정치적 공간으로서의 광장을 생각했는데, 삶의 공간이다.
예전에는 처형된 죄수의 목을 매달아놓는 통제와 규율의 목적을 가졌다하나
지금은 화려하기도 유치하기도 한 축제, 찬란하기도 구질구질하기도 한 삶,
마라케쉬의 증인의 역할을 하는 곳이 되었다.
11세기, 마라케쉬를 왕국의 수도로 만든 사람들은 사막 민족인 알모라비드 왕족이었다.
사막을 가로질러 통상을 하던 민족으로 사막으로부터 마라케쉬까지 대추야자를 먹고 씨를 버리며 북상했다 한다.
마라케쉬 인근의 대추야자는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조상 이야기를 갖고 있다.
자마엘프나 광장의 이름은 '죽은 자의 광장', '세상 끝에 있는 광장' 등을 의미한다.
사막과 산맥을 가로질러 마라케쉬에서 만난 사람들이 물건을 교환하는 장소, 세상의 가장 끝에 있는 시장이었기 때문일까.
온갖 진귀한 물건들이 부려지고 지중해의 오렌지 주스 한 잔이나 가죽 물통에 담긴 비릿한 물 한잔에 흥정의 피로를 달랬을 것이다.
집에 가지고 돌아갈 물건과 상품, 혹은 선물을 구입했을지도.
우연히 말을 섞게 된 다른 지방의 사람들과 정을 나누었을지도.
말이 조금 다르거나 생김이 차이가 나더라도 어느 때가 되면 모두 함께 알라를 향해 기도를 올렸을 지도.
오늘은 저 멀리 동쪽나라에서 온 한국인인 나까지 이 공간에 안겨 광장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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