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7. 21:44ㆍ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바르셀로나+모로코 2014
K는 바다를 등지고 앉아 간혹 왼쪽 어깨너머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다.
저건 지중해인가, 대서양인가.
길게 늘어선 파도는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해안가로 밀려들었고
모양새만 갖춘 서핑보드에 반짝이는 갈색 몸을 뉘인 모로코의 청년은 파도에 거슬러 계속
지중해인지, 대서양인지로 나아갔다.
나아갔다 밀려들어오고 뒤집어졌다 다시 나아갔다를 되풀이했다.
하염없이 하얀 파도와 바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던 K는 휙 몸을 돌려 모스크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일주일새 끊임없는 이동과 낯선 것에 내던져진 상황은 K로 하여금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바다로 변해버린 이태원이라해도 이상할 것이 없겠다 싶은 생각을 들게 했다.
여긴 지금 아프리카다. 내가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아프리카에 드디어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거다. 라고 자신에게 되뇌이자 햇살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갑자기 그 밝기와 온도가 껑충 뛰어오른다.
끊임없이 해초 냄새를 담고 불어오는 바람도 지중해와 대서양이 섞인 바람이라고 생각하자
K는 문득 기도가 하고 싶어졌다.
고개를 한껏 젖혀야 그 꼭대기가 보이는, 손에 쥐고 있는 DSLR 표준렌즈의 화각으로는 전체 모습을 담을 수 조차 없는 '물 위에 세워진 신의 사원' 하산 2세 모스크 바로 앞에 서 있기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종교가 이슬람교는 아니지만 어떤 형태의 기도든 하게 만드는 그 공간의 힘.
지금은 햇빛바라기를 하며 하염없이 K처럼 바다를 바라보거나 모스크를 바라볼 뿐인 무슬림들도 마음 속으로는
신에게 드리는 바람과 찬사, 부탁, 속죄를 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K는 기도를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면 늘 그랬듯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애도하고
새로 태어난 조카를 위해 축복하고
가족의 건강을 바라고
그리고 열심히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자기다짐으로 기도를 마무리했다.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달라는 기도 대신 자신을 응원하고 지켜봐 달라는 부탁의 기도를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예수와 마리아에게 드렸듯이
하산모스크에서 알라와 모하메드에게 기도를 올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아랍어가 스피커를 통해 온 모스크에 울려퍼졌다.
음의 높낮이가 없는 그 소리는 점심께 드리는 기도소리겠지. K는 이전에 읽었던 무슬림에 대한 책 내용을 되짚어 보며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하루에 기도를 다섯번 드리는지, 일곱번 드리는지를 기억해 내려 했다.
다섯번 아니면 일곱번인 것은 확실한데...
해가 뜨기부터 지기까지 몇번의 기도를 드리는게 인간의 생활 패턴을 고려했을 때 보다 합리적이고 설득적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으로 횟수를 기억해 내려 했으나 다섯번이던 일곱번이던 독실한 무슬림에게는 별 상관 없는 숫자일테고, 이방인 K에게는 버거운 횟수이다.
K가 기도를 마칠 때 즈음 마침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던 기도소리도 잠잠해진다.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난다.
또 다른 하염없이 바라볼 만한 것을 찾아서 여행자의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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