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7. 21:43ㆍ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바르셀로나+모로코 2014
신앙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계를 인식한 인간의 겸손함?
한계에 부딪힌 인간의 나약함?
가우디는 본인이 땅도 돈도 없기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축을 통해 신께 신앙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의 봉헌은 마지막 작품, 사그리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에서 절정을 맞는다.
아직 건축은 진행중이니 여전히 가우디의 신앙은 봉헌중이다.
고3 때 가우디를 알게 되고, 상상력이 폭발한 가우디 건축 외형과 내부 장식을 모형과 사진으로 봤을 때,
직선을 찾아볼 수 없는 자유분방한 선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고 빈틈없는 설계 도면을 봤을 때
눈 앞에서 이 공간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그 중에서도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말도 안 되는 건축' 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건축' 안으로 14년이 지난 후, 드디어 직접 들어가보게 된 것이다.
동시에 다시금 떠오르는 질문.
신앙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촘촘하게 하나하나 손으로 빚은 듯한 성당 외부를 입을 벌리고 쳐다보다 안으로 들어가자
확 솟은 천장, 공간 사이사이를 채우는 기둥,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들어온 빛이 채우는 공간,
그 빛, 빛, 빛!
누군가는 이 성당에 들어서면서 인생이 바뀌었을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햇빛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색깔, 숲이 주는 포근함과 고요, 안정감.
성당을 찾는 이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은 신앙이란 숲이었을까?
한 사람의 인생이 온전히 바쳐진다는 것이 이런걸까.
마지막 작품이라 그런지 가우디의 인생 전체를 이곳을 통해 보는 것만 같았다.
성당 건축을 위해 일하는 인부들의 자녀와 인근 지역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성당 옆에 학교를 짓기도 한 가우디.
그것 역시 가우디의 신앙이었을 거다.
항해하는 선원들이 바르셀로나 항구로 들어올 때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첨탑을 가장 먼저 보게 될 것이라 자부심을 가졌다는
예술가 가우디.
건축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구조의 기능까지 놓치지 않은 건축가 가우디.
온통 가우디 가우디 가우디에 흠뻑 빠진 하루였다.
울컥 목이 메이게 한 그 성당 의자에 앉아 유진이를 떠올리고 상윤이에게 약속하는 기도를 올렸다.
가우디가 성당을 설계할 때, 구조와 하중의 가능여부를 가늠해보기 위해 사용했다는 추.
바닥 거울면에 반사된 모습 -> 성당의 외형
여전히 공사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2026년에 완공될거라는데...
아래는 완공 시뮬레이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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