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방탕/가사탕진 한달여행] #20. 파란 물결이 넘실대는 셰프샤우엔

2015. 1. 27. 21:49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바르셀로나+모로코 2014







파란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골목에서 뛰노는 꼬마들을 만난다. 외국인에게 각국의 인삿말로 주의를 끄는 호객꾼들은 끈질기지 않다. 쉐프샤우엔 또는 샤우엔이라 불리는 이 동네는 지금까지 봤던 모로코 도시들과 다르다. 리프 산맥이 뒤에 버티고 있고, 맞은 편 먼 곳에는 또 하나의 산이 리프산의 그림자처럼 펼쳐져 있다. 해발 600m의 고도와 산간이라는 위치 때문일까? 혹은 큰 도시이기 때문일까? 지중해에 가까워 스페인 문화와 접할 기회가 보다 많았던 때문일까? 사람들이 모로코의 남쪽 도시보다 좀 더 도시남녀 같다. 좀 더 쿨한 것 같고, 세련됐고, 약간 건조한 매력이 있다. 사진 찍히는 것을 더 싫어하고, 그 싫음을 분명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그래도 서로 손을 마주잡고 오랜시간 눈을 마주보며 서로의 볼에 뽀뽀를 하며, 마치 기도하듯 인사를 주고 받는 모습은 다른 여느 도시들과 다름없다. 서로가 안녕함을 확인함과 동시에 '함두릴라!(신에게 감사를)'를 몇 번이고 말한다. 당신과 당신 가족이 평안해서, 오늘 우리가 여기서 다시 만남에 신께 감사를 드린다. 

유대인들이 칠하기 시작한 파란색은 이제 쉐프샤우엔의 상징이 되었다. 1년에 두 차례 사람들은 자기 집 벽을 파란색으로 색칠하고, 골목의 끝에 가정집밖에 없음을 바닥을 파랗게 칠함으로써 알린다. 파란색을 칠한 시기와 농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채도가 골목에 마치 파도를 불러 놓은 것 같다. 이 골목, 저 모퉁이만 돌면 바다가 나올 것 같다. 


해발 600m, 리프산맥 바로 아래에서의 착각.. 


차가 들어올 수 없는 파란 골목에서는 파도 대신 동네 꼬마들이 뛰어놀고 있다. 꼬마들은 불어 대신 스페인어로 이방인에게 말을 건다. 외국인이 익숙한지 슬며시 손을 잡고 끌고 가기도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빽빽하게 들어선 파란 골목에 부딪혀 울린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 

골목이 추방당한 도시, 골목에서 추방당한 아이들이 한국의 오늘을 말하는 것 같다. 


쉐프샤우엔 메디나의 푸른 골목을 나서자 리프산의 능선을 따라 늘어선 집들에서 따뜻한 불빛이 흘러나온다. 별빛과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 사는 집의 불빛. 낮은 담에 기대어 앉은 동네 청년들의 뒷모습이 풍경을 완성한다. 

쉐프샤우엔 하면 떠올리게 될 모습, 그리워하게 될 모습, 사진을 찍기보다는 오래오래 기억에서 끄집어내 다시 꺼내보고픈 모습 앞에서 풍경을 앞에 두고 조그맣게 말해본다. 


함두릴라! 신께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