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방탕/가사탕진 한달여행] #17. 우리의 리아드를 갖고 싶다는 생각

2015. 1. 27. 21:48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바르셀로나+모로코 2014

페즈에 도착해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주인 아메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려준대로 밥기사 (Bob Guissa, 문 이름)까지 택시를 타고 가니 빈 수레를 털털 끌고 누군가 우리에게 온다. 

"아메드?" 

"예스, 아니, 위(Oui)!" 

페즈는 성벽 안 메디나 골목이 좁아 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이렇게 수레꾼들이 활약중이다. 

게다가 골목이 좁고 복잡해 길을 찾을 수가 없으니 수레꾼들이 활약중이기도 하다. 응, 길잡이 역할까지 해주는 것. 

꼬불꼬불 좁은 골목길을 지나 수레꾼을 따라 아메드네 집에 당도했다. 

3분 남짓의 짧은 길이었는데, 다시 찾아갈 수 없을 것이 분명한 길을 지나왔다. 

그 좁은 길에 짐 실은 당나귀와 말, 빠른 걸음의 사람들과 놀고 있는 꼬마들이 뒤섞여 있다. 

아메드는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집을 개조해 여행자용 숙소로 운영하고 있다. 

흙벽으로 두껍게 쌓아올린 직/정육면체 모양의 집에는 하늘까지 뻥 뚫린 중정이 있고, 층층이 방이 위치하는 모로코식 집을 

'리아드'라고 부른다. 

바깥에서 보기엔 사각형의 단순하고 밋밋한 재미없는 건물이지만, 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중정에는 작더라도 연못이나 분수가, 

각 벽에는 주인의 취향이나 출신 고장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장식이 화려하다. 


아메드는 중정에 마련된 테이블에 우리를 앉히고 웰컴 드링크로 민트티를 대접하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미안한데, 지금 방이 없어" 라고 말한다. 

아하하하하하 

"근데 괜찮으면 내 친구네 집에 묵을래?" 라고 해서 골목 건너편 사이다네 집에 오게 되었다. 


사이다는 남편과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모로코 여성으로 굉장히 매력적인 언니! 

무엇보다 지금까지 봤던 리아드 중에 가장 아름답고 아름다운 리아드를 가졌다! 

손님용 방은 두 개 정도인 이 집은 #내가_꿈꾸던_이상적인_집 이었어... 

번잡한 페즈 골목길과 완벽하게 분리된 듯한 방음! 

화려하되 과하지 않은 타일 장식으로 메워진 벽! 

햇살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옥상에는 푹신한 매트가 깔린 썬베드와 마치 더울 때 샤워하라는 듯, 해바라기 샤워 꼭지까지.. 

이 집에서 음식을 도맡아 하고 있는 자스민 엄마는(이름을 못 물어봄...ㅠ) 모로코에서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능력자! 

안타깝게도 사이다네 리아드 내부 사진을 열심히 찍은 내 친구가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남은 사진이 없다. 

내 마음 속에만 있지롱.. 




에싸우이라에서 몰카. 뜨개질 하는 할아버지 


모로코를 여행하며 사고 싶은 물건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안 사게 되는 날들이 많았다. 

에싸우이라에서 봤던 색색깔의 도자기 그릇들, 카펫들. 

밀레프트에서 봤던 따진 냄비와 사하라에서 올라왔다는 카펫들. 

마라케쉬의 밤을 화려하게 빛내던 갖가지 조명들. 

이 모든 것들을 사서 이고지고 한국으로 가져가느니 

차라리 난 리아드를 사겠어! 라고 결심했던 지난 날... 


리아드를 가진다면 꼭 이런 리아드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게끔한 사이다의 집이었다. 

*아래는 다른 리아드들 


마라케쉬에서 묵었던 리아드 옥상에서


리아드마다 다르지만 내부는 타일로 화려하거나 심플하게 장식되어 있다. 작은 우물이나 분수를 둔다. 페즈의 리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