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방탕/가사탕진 한달여행] #12. 나는 티끌이었어 @레그지라
2015. 1. 27. 21:47ㆍ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바르셀로나+모로코 2014
시디이프니에서 레그지라까지 계속 바다를 걷다보니
온 몸, 팔, 손등, 팔목, 입주변, 스카프, 핸드폰(응.. 나 핸드폰에도 혀를 갖다 대 봤어...) 등등
맛을 볼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짠맛이 났다.
소금을 채취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레그지라에는 해변가에 신기하게 생긴 바위가 있다.
이것도 시작은 작은 구멍이었겠지? 싶은...
커다란 입구 같이 뻥 뚫린 지형은 가까이에서 보면 작은 돌들이 박힌 단단한 흙 덩어리다.
파도와 바람에 쓸리고 깎이고 날려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침식과 풍화.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풍경.
옛날, 낙타를 타고 지나가던 오래 전 베르베르 사람도 이 바위를 봤겠지?
팡! 하고 간혹가다 파도가 바위기둥을 때리는 소리를
낙타와 그 옛날 베르베르 사람도 들었겠지..
흙 덩어리에 박힌 돌 하나를 빼버리면 단단한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고대 유적의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처럼 어딘가에 박힌 돌 하나를 빼버리면 정말 무너질 것만 같은..
그럼 난 그 안에 갇히게 되는 건가.
시간이든 크기든 어마어마한 것 앞에 서면 늘 하게 되는 생각...
'나는 티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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