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방탕/가사탕진 한달여행] #10. 압둘라 no.1 그가 사는 세상

2015. 1. 27. 21:46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바르셀로나+모로코 2014

밀레프트에서의 첫 민트티. 직접 만드는 압둘라. 


압둘라 집에서 우리가 묵었던 방의 벽면. 우리 짐도 원래 소품과 어색하지 않게 진열해둠. 


마지막 밤일 줄 알고 맛있는거 만들어 먹고 이야기꽃. 이러고 이틀을 더 묵었던가... 

제일 오른쪽이 압둘라(no.1), 제일 왼쪽도 압둘라(no.27) ㅎㅎ 숫자는 압둘라 no.1이 멋대로 붙임.. 



2시부터 시작한 버스 이동이 끝나가고 있다. 

에싸우이라에서 아가디르까지, 아가디르에서 티즈니트까지, 티즈니트에서 시디이프니행 버스를 타고 

불켜진 카스바를 망연히 바라보며 중간에 밀레프트에서 내리기까지.. 8시간이 넘는 버스 이동. 

길고 긴 하루였다. 


버스에서 내리기도 전에 우리를 알아본 압둘라가 어둠 속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언제쯤 도착할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놨는데, 

딱 맞춰 자전거를 타고 마중나온 압둘라를 보자 오늘 하루 여정이, 그 길었던 이동이 끝남에 안도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하더라도, 거의 상업화된 숙박시설이었던지라 이렇게 집주인이 살고 있는 집에, 

집주인의 마중을 받아가며 도착하게 된 것은 밀레프트가 처음이다. 

우리를 어떻게 알아보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조그만 밀레프트 마을에 내린 외국인은 우리가 유일하다. 

어둑어둑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압둘라네 집에 도착, 

초면에 냄비를 빌려 한국 라면을 끓여먹는다. 

오늘 이동이 너무 힘들었던지라, 여행중엔 현지식만 찾는 잘 먹는 나도 라면을 찾게 되고 

친구도 하나뿐인 라면을 선뜻 꺼낸다. 

압둘라에게 너도 한 번 먹어봐, 권하며 라면 하나를 다 먹는 사이 

처음 만난 것이 무색하게 친해져버린 우리는 밤 12시에 민트티를 마시러 동네로 나가게 되고... 

민트티 한 주전자를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압둘라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15년도 넘게 천천히 조금씩 고치고 넓히고 있다. 

때론 이 집에서 머물다간 친구들의 조언이 집의 한 구석에 더해지기도 한다. 

매년 여름마다 휴가를 즐기러 오는 한 영국 가족의 아이에게는 무슬림인 압둘라가 대부가 되어주기도 했고, 

그 아이가 벽에 그려놓은 그림도 멋진 인테리어가 되어 집을 완성한다. 

곳곳에 압둘라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국의 평범한 집안에서 내 또래라면 특별나지 않는 교육과정을 거쳐 자라온 내 삶을 돌아볼 때, 

압둘라는 참 많은 것을 겪고 헤치고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왔구나 싶었다. 

어린 나이부터 돈을 벌어야 했고, 레스토랑 웨이터, 주방 보조, 여행 가이드, 운전 기사 등등 여러 직업을 거쳐 

뭔가 충분하다 싶었을 때 고향에 돌아온 압둘라. 

60평방미터의 작은 공간을 사들이는 것부터 시작해 지난 15년동안 

조금씩 집을 넓혀가며 자기 삶도 조금씩 넓게 만들어간 것 같다. 


우선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남의 시선이나 판단에 상관없이 파악하고 알아야 하는게 필요해. 

그 다음에 내가 무엇을 진짜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그것에 따라 살아야지.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은데, 압둘라는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