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기념 스페인여행] 그 도시에는 1. 세비야와 대성당

2015. 5. 29. 20:20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지중해_여기저기

*콜럼버스의 관을 받들고 있는 카스티야, 레온, 아라곤, 나바라의 왕  /  화려한 내부 장식의 세비야 대성당


2월 26일 

엄청난 규모와 세밀한 조각, 그림들. 쏟아부은 금과 은, 대리석. 

무엇이든 가능했던 한 시대의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 하다. 

역사가 바뀜에 따라 그 시간과 그 시대의 취향이 대성당에 남아 있다. 

무슬림이 살던 시기의 히랄다탑이 카톨릭 대성당의 상징이 되어 우뚝 섰고, 

고딕이 한 시대의 최첨단이었을 무렵의 첨탑, 뾰족아치(Pointed Arch), 플라잉 버틀라스, 스테인드 글라스와 

르네상스를 거치며 돔이 올려지고, 살과 빛이 더해진 그림과 조각, 

바로크의 드라마틱한 화려함.. 

그러나 정작 오늘의 시간은 더해지지 않은 것 같아 

성당이라기보다 하나의 박물관 같은 느낌. 

따리파의 산마테오 성당과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도 눈을 감고 초를 켜고 여행자의 기도를 올리고 왔는데 

세비야 대성당에서는 감탄만 하다가 나왔다. 

성가대의 노래와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꼭 들어보고 싶다. 



2월 27일 

아침 햇살에는 대성당이 어떤 모습일까 걸음을 옮겼다. 

문에 드리운 두꺼운 커튼을 제껴주는 노숙인에게 동전을 하나 드리고 성당 안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들어간다.

아침 미사가 한창 진행중인 세비야 성당은 어제의 박물관과 다르다.

이제야 이 성당의 진가를 알겠다. 

남미 원주민들, 인디오들의 피와 맞바꾼 금은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는 강렬한 것이긴 하지만

성가가 울려퍼지는 이곳에서 미사를 봐왔을 수백년간의 시간, 그 사람들이 축적해온 믿음, 기도, 환희와 감동이 전해지는 것 같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왜 이토록 아름다워야 하는지, 

창은 왜 더 높고 성당의 첨탑은 왜 더 하늘 가까이 닿아야 하는지, 

종교적 체험을 증폭시키는 내부공간에 서고 보니 이해가 간다. 

교회나 절을 성대하게 짓고 금박으로 치장할 돈으로 바로 옆에 굶주리는 사람 한 명을 더 살리거나 허물어져가는 학교를 새로 짓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다라는 생각에는 변함없지만, 

때론 눈 앞의 빵이 아니라 종교의 체험이 기적을 만들어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히랄다탑. 

스페인에서 히랄다탑을 보기 전, 모로코에서 히랄다탑의 쌍둥이 탑이라고 불려지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탑(미나레트)을 먼저 봤다. 

같은 알모하드 시대 때 건축된 히랄다탑과 쿠투비아 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슷한 시기(알모하드 왕권인 12세기 후반)에 지어졌고, 어떤 자료에는 쿠투비아탑이 히랄다와 하산탑(모로코 라바트에 지어지려던, 그러나 미완으로 터와 약간의 건물 형태만 남은..)의 원형이 되었다고 되어 있다. 

쿠투비아 탑은 아직까지 쿠투비아 모스크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미나레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 

히랄다 탑은 레콩키스타(718년~1492년까지 이베리아 반도에서 기독교 세력이 무슬림을 몰아내고 권력을 회복하려는 시기, 한마디로 무슬림-기독교 전쟁시기) 이후 성당의 종탑으로 그 역할이 변경되었다. 

*세비야의 레콩키스타는 1248년에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