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8. 22:50ㆍ테투아니 in Morocco
세 달 정도 집을 비우고 다시 테투안에 돌아왔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십년지기 친구가 테투안에 돌아오는 길에 함께 했고요.
며칠동안 집에서 lazy days를 만끽하다가
멀리 모로코까지 날 따라서 온 친구에게 뭐라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집에만 있다간 게으름병도 다시 도질 것 같아서...
다녀왔습니다! 쉐프샤우엔!
테투안에서 쉐프샤우엔은 멀지 않습니다.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로컬버스도 많고, CTM은 하루에 다섯차례 있어요.
물론 그랑택시도 가지요.
테투안에서 갈 때는 CTM을 타고 가고(1인당 25딜함, 약 3천원 / 5:00, 9:30, 11:30, 13:45, 16:30 출발)
테투안으로 돌아올 때는 그랑택시를 타고 왔습니다(1인당 35딜함, 약 4200원 / 정원이 차면 출발하는 합승택시랍니다)
한시간 반 남짓 소요되고요.
쉐프샤우엔은 리프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산동네 마을입니다.
메디나 안의 집들이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유명세를 탄, 아름다운 마을이에요.
2년 전 처음 이 도시를 봤을 때! 골목 골목 이어진 파란 색의 일렁임이 마치
바다를, 파도를 이 산동네에 들여놓은 것 같다 생각했었지요.
쉐프샤우엔은 15세기 스페인이 가톨릭을 앞세워 이베리아 반도를 통일하려고 했을 때
그곳에 살던 무슬림, 유대인들이 박해를 피해 지브롤터를 건너 아프리카로 넘어와
살기 시작한 그렇게 형성된 마을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그냥 '샤우엔'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쉐프샤우엔은 "샤우엔을 보아라!" 라는 의미이고요.
슈프! <- 요것이 Look! 이라는 뜻, 샤우엔은 염소의 뿔이라는 뜻입니다.
마을을 굽어보는 산이 염소뿔을 닮았다고 이름 붙었다 하고요.
메디나 자체는 크지 않지만, 마라케쉬와 페즈에서 볼 수 있는 수공품 쇼핑도 가능합니다.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요! 상인들이 바가지를 심하게 씌우려고 하지도 않고, 물건도 다양해요.
마라케쉬와 페즈를 이미 지나쳤다면
우타엘하맘 광장(메디나의 메인 광장)에 늘어선 레스토랑 호객꾼들만
요리조리 기분좋게 잘 피한다면 쉐프샤우엔 카펫 가게의 호객은 다정한(?) 정도입니다.
쉐프샤우엔의 기념품 중 하나인 마을 집과 독특한 문의 모습을 담은 액자를 만들기 위해
1차 작업을 마친 장식품이 파란 벽에 기대서 있습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도 볼 수 있는 선명한 색깔의 화분!
바닥까지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은 사유지라는 의미예요, 들어가봤자 막다른 길이랍니다
다 같은 파란색이 아니어서 구불구불한 골목을 돌다보면 일렁이는 파도를 보는 것 같지요
젤라바와 바부쉬(신발), 각종 수공품들이 파란 벽에 걸려 있습니다
테투안 메디나도 비슷한데, 곳곳에 포도 덩쿨이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고 있지요
젤라바를 입고 걸어가는 할아버지 뒷모습. 사진을 찍을 땐 양해를 구하고 찍읍시다!
귀찮거나 부끄러우면 이렇게 뒷모습을...
쉐프샤우엔은 슬렁슬렁 걸으며 구경하기 좋은 동네입니다.
만약 버스를 타고 쉐프샤우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면 파란색 쁘띠택시를 잡아타고 '파라도르 호텔' 까지 가세요.
메디나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파라도르 호텔은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거든요.
파라도르 호텔에서 우타엘하맘 광장은 도보 2분 거리에 있고,
광장에 카스바 입구가 있으니 입장료 10딜함을 내고 들어가 봐도 좋아요.
파라도르 호텔에서 골목으로 들어가 오른쪽 오른쪽으로 계속 올라가다보면 빨래터가 나오고
시냇가를 건너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쉐프샤우엔 메디나 전경을 볼 수 있는 언덕 위 모스크에 다다릅니다.
모스크를 등지고 난간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는 쉐프샤우엔도 좋지요.
누가 말을 걸어도 좋고, 고요해도 좋고, 햇빛바라기도 좋고, 해질녘 노란 불이 켜지는 메디나를 보는 것도 좋아요.
언덕 위 모스크에서 바라본 쉐프샤우엔 메디나 전경
따사로운 햇살에 까무룩 졸고 있는 당나귀
카스바 내부 정원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더라고요
카스바는 성채, 마을 지도자가 살거나 통치의 공간이기도 했던 곳.
감옥이 남아 있어요
카스바에서 바라본 메디나 반대편. 맞은편 산을 덮은 구름 때문에 더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았던.
해가 많이 짧아져서 점심 먹고 좀 돌아다니다보니 벌써 어둑어둑 해지더라고요.
파라도르 호텔 앞 카페에서 아보카도 주스 한 잔 씩 마시고 다시 쁘띠택시를 탔지요.
"테투안 가는 그랑택시 정류장 갑시다!" 하면 신시가지의 택시 정류장에 내려줍니다. 역시 10딜함.
속도계기판이 고장난 그랑택시에 건장한 아저씨들과 함께 어깨를 접어 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테투안에 돌아왔어요.
어딜 갔다가 밤에 테투안에 들어올 때면
테투안 메디나에 노란 불빛들이 켜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비스듬한 비탈에 옹기종기 모인 노란 불빛과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역시 테투안이 제일 예뻐'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그런 모습이지요!
사진은 없지만, 궁금하다면! 테투안에 오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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