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9. 02:06ㆍ테투아니 in Morocco
메크네스는 2년 전 처음으로 모로코에 여행 왔을 때 한 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페즈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많은 여행자들이 페즈에서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곳이지요.
저도 그 때 페즈를 출발해 볼루빌리스와 메크네스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차량을 대절해 다녀갔었고요.
이번에는 테투안에서 아실라를 거쳐 메크네스로 갔습니다.
Supratour를 이용하면 테투안-아실라(버스), 아실라-메크네스(기차)까지 연결편 티켓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요.
기차 2등급 칸으로 예약했더니 총 119Dh을 지불했네요. 한국돈으로 약 15,000원 정도.
메크네스는 무지 덥습니다. ㅠㅠ
제가 다녀온 지난 주말도 무려 43도까지 올라갔어요.
메크네스는 스페인의 세비야와 날씨가 비슷하다고 하는데,
두 도시 모두 기본적으로는 지중해성 기후이지만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날씨입니다.
모로코의 기차는 잘 되어 있지만 2등석은 에어컨이 안 나와요 ㅠㅠ
여름에는 되도록 1등석을 타시길 추천드립니다.
메크네스는 구시가지(메디나)와 신시가지(누보빌)로 나뉘어져 있는데, 기차역은 모두 신시가지에 위치합니다.
메디나까지는 택시로 10딜함 안팎.
기사님께 "메디나 갑시다!" 하면 주로 밥엘만수르(성벽의 문 중 하나) 맞은편의 엘헤딤 광장에서 내려줍니다.
광장과 연결된 작은 골목길을 들어가면 꼬불꼬불한 좁은 길을 가득 메운 작은 상점과 숙소, 사람들이 가득한
메디나인것이지요.
Bab El-Mansour 기둥의 대리석은 인근 로마유적지인 볼루빌리스에서 가져온 것
여행자가 가볼만한 곳들은 구시가지와 바로 옆 임페리얼 시티에 많이 몰려있고요.
이슬람 기숙학교인 마드라사(14세기), 19세기 모로코 상류층의 미적 취향을 볼 수 있는 리아드(모로코식 가옥)인 다르 자마이가
메디나에서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고,
17~18세기에 메크네스를 수도로 만든 알라위트 왕조의 술탄 물레이 이스마일이 축조한 성벽과 거대한 문,
곡식창고와 왕실의 마굿간, 저수지 등이 임페리얼 시티에 위치해 있습니다.
물레이 이스마일의 무덤도 이곳에 있는데, 지금은 공사중이라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평상시에는 외국인이나 비무슬림도 건물 내부의 중정까지 들어가 화려한 장식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르 자마이 Dar Jamai 박물관과 부이나니아 마드라사에 다녀왔습니다.
두 곳 모두 입장료는 10딜함(약 1250원), 소요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30분 정도 걸립니다.
Dar Jamai. 들어가자마자 정원이 펼쳐집니다
세 개의 분수 중 하나에서 물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새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가 집 안에 작은 자연을 끌어다 놓습니다.
어지럽게 좌판이 벌려 있어 번잡한 메디나 초입에 위치한 정문을 들어서면 어둡고 긴 복도의 끝에서 흘러나오는 새소리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그 소리를 따라 가면 19세기 모로코 상류층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안달루시아 스타일의 정원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지금까지 봤던 안달루시아 스타일의 정원은 오렌지나 레몬 나무와 가운데 위치한 분수가 하얀 벽을 배경으로
정연하게 늘어져 있는 모습이었거늘, 이곳은 흡사 정글 같습니다.
두 세개의 건물을 이어붙인 것 처럼 정원의 형태도 두 개의 사각형이 비뚜룩하게 겹쳐진 모양새입니다.
야자나무와 이름 모를 커다란 열대나무가 오랜 시간동안 인간의 손질을 받지 않아서인지 자연스럽게 뻗어 있습니다.
정돈되지 않았지만 높은 벽을 사이에 두고 활기차다 못해 가끔 난리법석처럼 느껴지는 벽 바깥의 시장과 이곳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조용하고, 푸르름이 있지요.
밖에 치열이 있다면 이곳엔 평화가 있는데, 그들만의 평화, 그들만의 세상이었을 테지만요.
당시 술탄이었던 물레이 알 하산 1세의 고관을 두 명이나 배출했던 자마이 가는 술탄의 사후 빠르게 몰락합니다.
이후 프랑스 식민정부는 이곳을 군인병원으로 사용하게 되고요. 낭만과 철학, 멋을 중시하는 프랑스도 식민정책에서만큼은 실용만을 따졌나봅니다.
자마이 리아드의 내부는 미로같이 연결된 각 방들에 당시의 생활집기와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도자기 몇 점, 여성 예복 몇 점, 카펫, 19세기에 꾸스꾸스를 만들었던 냄비, 복잡하게 생긴 자물쇠, 보석 등. 당시에는 훨씬 더 많은 아름답고 당대 최고를 자랑하는 물건들이 집안 곳곳을 장식했겠지만 지금은 겨우 남은 몇 점만이 커다란 집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2층에는 커다란 살롱만이 공개되어 있는데, 그 화려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벽면의 타일과 스투코로 만든 장식은 물론, 천장의 돔 내부는 붉게 칠해져 있어 화려함을 더합니다. 대부분의 모로코식 건물 내부에는 사람의 손이 닿는 높이까지는 타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이 기본입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이유겠지만 몸이 닿는 부분까지는 시원한 타일로 만들어 더운 기후를 견딜 수 있게 하는 지혜처럼 보입니다.
이 화려한 살롱에서 비스듬히 누워 차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고 담소를 나누었겠지요. 자마이 가문이 몰락할 때 이 화려한 살롱을 보며 지난날을 회상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일까 하고 탄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드라사 내부의 상단은 올리브 나무를 조각해서 장식하고, 중간 부분은 스투코 방식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내부의 하단은 젤리주라고 불리는 타일장식으로 되어 있고, 꾸란의 구절을 양각으로 조각해 띠를 두른 듯 붙여두었습니다
한 때는 멈추지 않고 물을 흘려보냈을 분수가 가운데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이나니아 마드라사 Bou Inania Madrasa는 메디나 안에 모스크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마드라사는 청소년들을 위한 코란 기숙학교입니다.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해 합숙하며 코란과 다른 과목들을 교육시킨 것이지요.
페즈에 같은 이름의 마드라사가 있는데, 14세기 메레니드 왕조 때 같은 건축가가 지어서 그 건축가의 이름을 딴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층에는 가운데 대리석으로 만든 분수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쪼개진 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무슬림에게 중정의 분수는 많은 의미를 갖습니다.
이슬람이 태동한 아라비아 반도의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에서 집 안에 위치한 분수는 생명의 근원, 곁에 두고픈 자연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기도하기 전 온 몸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는 무슬림에게 물이란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고요.
마드라사의 1층과 2층에는 겨우 몸을 뉘일만한 크기의 작은 방들이 복도를 따라 나열해 있습니다. 8~10살 학생들은 1층의 숙소에서, 더 나이가 많은 학생들은 2층의 숙소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모두 작은 방들에 문이 있고 창문이 조그맣게 있는 구조입니다. 이슬람식 교육은 꾸란을 암송하는 방식을 택했다는데, 이 마드라사의 공간 전체에 수십명의 학생들이 암송하는 꾸란 소리가 퍼졌을 것을 상상해봅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마드라사와 자마이 박물관에 관람객이 별로 없습니다. 모로코를 여행하다보면 입장료를 조금 더 받더라도 관리에 더 신경쓰고, 안내문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흥미로운데 자료가 아쉬울 때가 많아서요. 조금 더 조사해서 한국어 자료를 만들어보고싶기도 하고요.
인샬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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