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과 썸머타임
2016. 6. 4. 20:10ㆍ테투아니 in Morocco
며칠전 항공사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6월 4일 출발하는 너의 비행기가 12:25에서 11:25로 변경되었으니 유의하렴"
떠오르는 기억.. 2년 전, 라마단이 시작하기 전날인가 전전날 모로코를 떠나야 했던 저는
라마단 즈음해서 모로코가 썸머타임을 해제한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손목시계와 핸드폰 시계는 다른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고,
저는 혼란스러웠고,
어릴 때 시계 도장 꽝꽝 찍어가며 몇 시 몇 분?을 공부하던 시절이 순간 스쳐지나갔고,
단 한시간일 뿐인데 더하고 빼고를 반복하며 '나는 어디? 여긴 누구?'의 멘붕에 빠졌지만
다행히 비행기는 놓치지 않았죠..
그 때 함께 모로코를 여행했지만 출국일이 달랐던 제 친구는 같은 날, 하루에 한 편 운행하는 셰프샤우엔-카사블랑카 버스를 놓칠뻔 했다고 합니다.
터미널을 막 출발한 버스를 잡아세워 다행히 버스를 탔다는....
경험이 있던 저는 여유롭게 '음~ 라마단이라서 썸머타임이 해제됐구만.' 이라고 생각을 한겁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지없이 핸드폰과 노트북은 썸머타임이 해제된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고, 인터넷으로 모로코 시각을 찾아보니 라바트(모로코 수도) 시간 역시 해제된 걸로 변경되어 있길래 그 시각에 맞춰 집을 나섰
는데!!! 혹시나 해서 물어본 택시 기사님도(이 때까지만 해도 기사님 말 안 믿음..),
버스 터미널의 그 누구도 썸머타임 해제는 내일부터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럼 내 비행기는 몇 시에 뜨는 건가, 갑자기 한시간이 날아가버려 나는 결국 놓치고 마는건가, 오늘 라바트로 가야 하는 김작가는 같은 나라에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건가? (사실, 멍때리며 여유롭게 탕헤르 가는 버스에 앉아 있던 저를 김작가가 잡아끌어 택시에 태워보낼때까지도 저는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더랬습니다...)
다행히 탕헤르 공항에 이륙 50분 전에 도착, 40분 전까지는 체크인 받아주겠지 싶어 헐레벌떡 체크인 카운터로 가는 길에 확인해본 출발시간 전광판에는 제 비행기 시간이 다시 12:25로 되어 있고... 읭?읭?읭?
결론은.. 항공사가 썸머타임 해제일을 헷갈려서 친절하게 안내메일을 보냄으로써 저를 헐레벌떡하게 만들었는데, 바로잡으려고보니 다시 한 번 안내메일을 보내는 게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 같아 그냥 몇사람 헐레벌떡한걸로 마무리지은.. 그런건가요... ㅠㅠ
썸머타임이 없는 한국에서 삼십년을 살다보니 이게 별거 아니면서도 무지 헷갈립니다.
시간이 빨라진다 / 느려진다 라는 단순한 설명이 실생활에서 왜이렇게 헷갈린지,
썸머타임 비포/애프터 시간을 비교해보며 한참을 정리해봐야 감이 잡힙니다.
그저 단순하게 바뀐 시각을 따르면 되는건데, 머리로 이해를 해야 감이 잡히는지라
굳이 이걸 또 요리조리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제 곧 라마단이 시작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그래서 도대체 언제 라마단이 시작해요?" 라고 물어보면
"다음주 월요일이나 화요일..." 이라고 대답합니다.
몇 달 전에 "올해의 라마단은 며칠에 시작하냐?" 라고 물었을 때 들었던 "6월 5일 전후 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대답..
이게 다 달의 변화 때문이며, 음력으로 라마단 시작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라는 대답입니다.
과학으로 수학으로 몇십년만에 돌아오는 혜성의 주기를 계산하고 달이 왜 한 면만 지구에 보여주는지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시대에
참 두리뭉실한 대답입니다마는
한 편으로는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해프닝도 (비행기를 놓치진 않았으므로..)모로코에서의 재미난 추억으로...
+헉! 잊고 있었는데, 인터넷에 공지된 라바트 표준시간은 썸머타임이 해제된 걸로 바뀌어 있었는데?
하하하 한시간 정도야 뭐 크게 상관없나 봅니다. 그럼요,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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