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을 달콤하게 하는, 슈바키아

2016. 6. 2. 19:20테투아니 in Morocco

이제 곧 라마단입니다. 

라마단은 간단하게 말하면 이슬람 음력으로 아홉번째 되는 달의 이름으로 

한 달 동안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도 마시지 않는 금식을 하며 

나쁜 행동과 말을 하지도 보지도 듣지도 않고 

자기 자신을 정화하는 기간입니다. 

'진(지니)' 이라고 불리는 인간을 자극시키는 근원이 되는 것을 봉인해 묻어두고

자기 자신의 내면과 신과의 만남에 집중하는 기간이지요. 


라고 말은 하지만 아직 라마단을 겪어 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모로코에 처음 왔을 때 출국일이 라마단 시작 하루 전이었는데, 갑자기 변경된 시간으로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라마단에 대한 기억의 전부입니다. 

모로코는 한국과의 시차가 9시간이 나는데, 춘분 즈음해서(올해엔 부활절 때 시간이 바뀜) 썸머타임을 적용해 시차가 8시간이 됩니다. 

그런데 라마단이 시작하면 다시 9시간차로 시계를 돌려놓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손목시계와 핸드폰 시계가 1시간 차로 다른 시각을 가리키고 있어서 

어떤 시간을 따라야 할지, 어떤 시간에 맞춰서 내 비행기가 뜨는건지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달콤한 슈바키아!


여튼, 라마단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금식하고 해가 지면 가족들이 모여 늦은 첫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그 때 '슈바키아'라고 불리는 달콤한 과자를 먹는데, 

요즘은 사서 먹는 사람들도 많다고는 하나 

예전에는 라마단이 시작하기 전에 집에서 슈바키아를 많이 만들어두며 라마단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마치 우리 김장철처럼 슈바키아를 만들 때는 여러 집이 돌아가며 품앗이를 하기도 하고요.


라마단을 궁금해하자 모로코 친구가 슈바키아를 만들 건데 함께 해보겠냐며 초대해 줬습니다. 

친구의 엄마가 자매처럼 지내는 20년지기 친구분 두 분이 슈바키아를 함께 만들기 위해 집에 오셨습니다. 

친구네 집이 마지막 품앗이 집입니다. 

밀가루와 우유, 계피, 펜넬(로 추측), 깨를 넣어 만든 반죽을 파스타 면을 뽑는 기계에 넣어 얇게 폅니다. 

슈바키아를 만드는 틀로 모양을 찍어내고 돌돌 말거나 뒤집어서 슈바키아 형태를 잡습니다. 

기름에 튀기고 꿀에 푹 담갔다가 깨를 뿌리면 슈바키아 완성! 

친구네 집은 여섯식구인데 4킬로그램의 반죽으로 슈바키아를 만들었습니다. 

반죽 준비까지 생각하면 하루 이상이 꼬박 걸리는 작업입니다. 


파스타 면 뽑는 기계에 반죽을 넣어 얇게 펴기


다양한 슈바키아 모양이 있지만, 가장 전통적인 모양을 만들기 위한 틀


요래요래 잘 뒤집고 붙여 모양을 만들고


나란히 나란히 정렬


기름에 튀겨 꿀에 담갔다가 깨를 솔솔 뿌리면 완성!



슈바키아를 만드는 내내 즐거운 대화가 이어집니다. 

기본 of the 기본 데리자(모로코 아랍어)를 한 마디 한 마디 던질 때마다 

엄마와 이모님들이 너무 즐거워 하십니다. 

모로코 이름의 의미를 더듬어 어울리는 한글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고, 

모로코 이름을 선물 받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추석 때 이렇게 모여 앉아 송편을 만든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슈바키아를 만드는 과정과 그 맛이 약과와 비슷해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아 보여드리기도 합니다. 


4킬로그램의 반죽으로 슈바키아를 만든 후 늦은 저녁식사를 함께 합니다. 

아직 라마단은 아니지만 슈바키아를 조금씩 맛보기도 하고, 

집에 돌아가는 손님들 손에 슈바키아를 한 그릇 들려보내주시는 모습이 정답습니다. 

금식과 절제의 낮 시간을 보내고 선선한 저녁에 둘러앉아 슈바키아를 함께 먹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무슬림은 아니지만 라마단의 그 시간들이 궁금해지고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