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밀라! 모로코에 살고 있습니다

2016. 4. 3. 20:30테투아니 in Morocco

"비스밀라"

모로코에서 참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아침마다 우유를 사러 가는 슈퍼의 사장님은 손님들이 건네는 돈을 받기 전에  '비스밀라'라고 말합니다. 

달걀 가게 할아버지는 달걀을 봉투에 담기 전에 '비스밀라', 

택시 기사님은 출발하기 전 미터기를 누르며 '비스밀라', 

카페 웨이터 아저씨는 찻잔을 내려놓기 전에  '비스밀라'라고 말합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 나지막이 '비스밀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주로 혼잣말인 '비스밀라'는 

우리말로 곧바로 옮길만한 적당한 표현은 없지만 

허락되는(신이 허락하는) 모든 행위를 하기 전에 하는 말로 

감사, 안전에의 바람, 겸손의 마음을 표현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합니다. 

직역하면 '신의 이름으로'라는 뜻이라네요. 


모로코는 인구의 90% 이상이 이슬람 수나(수니파)를 따르는 무슬림 국가이자  

전세계에서 국왕이 남아 있는 29개국 나라 중 한 곳입니다. 

많이들 모나코와 모로코를 헷갈려 합니다만, 모나코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모로코는 북아프리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 모로코에 우연히 함께 살게 된 세 명의 한국여자들이 있습니다. 

'큰 꿈을 펼치기에 한국이 너무 작아서' 라던가, 

'대서양과 지중해가 만나는, 아프리카와 유럽의 교량인 모로코'이기 때문은 아니지만, 

 각기 다르고도 비슷한 이유로 모로코를 좋아하고 살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랍어도 불어도 스페인어도 잘 못하고 

'비스밀라'와 '비슬라마(헤어질 때, 안녕~)'를 맨날 헷갈려 하지만  

세 명이 모이면 모로코식 아랍어로 숫자 이해하기도(시장에서 장 볼 때 유용합니다), 

불어도(모든 일상생활에서 필요합니다), 

왕초보 스페인어(왕초보라 써먹을 데가 아직...)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 여자가 살고 있는 모로코 북부의 테투안 Tetouan은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고, 

대여행가 이븐 바투타를 낳은 도시이자 국제공항이 있는 탕헤르 Tangier에서 한시간 거리이며,

로마 유적부터 메디나, 예술학교, 모로코 유일의 이슬람 박물관 등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한 도시입니다. 

테투안 메디나 근처, 비스밀라 3층, 햇빛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옥상에 빨래 말리기도 좋은 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조금씩 해보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면 좋겠고, 누군가에게는 잠깐의 재미난 읽을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모로코와 테투안이 조금 더 가까워진다면 가장 좋겠습니다. 



덧. '비스밀라 3층'은 동네 사람들에게 통하는 우리집 주소입니다. 

지층에 '비스밀라'라는 이름의 정육점이 랜드마크! 


덧. 테투안을 살짝 보여드립니다 ^-^


테투안에는 기차역이었던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만든 국립미술관이 있습니다 


원래의 형태가 잘 남아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메디나도 있고요, 

메디나 안에는 가죽 염색장인 태너리도 조그마하게 남아 있답니다.


메디나 안에는 19세기부터 빵을 구워온 화덕이 남아 있어, 매일매일 맛있는(저렴하기까지!) 빵을 만듭니다. 

 

시장에는 매일 제철 과일과 채소가 나옵니다. 모로코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해서 내쫓지 않아요 


볕이 좋은 날이면 야외 까페에 앉아 민트티를 주문합니다. 

오렌지 꽃이 피는 철이어서인지 예쁜 오렌지꽃을 넣어 주셨네요! 



비슬라마(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