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1. 05:22ㆍ테투아니 in Morocco
“그래요, 여기 오는 사람은 누구나 뜨개질을 해야 해요.
그건 내가 약속하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털실을 사용해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금요일밤의 뜨개질 클럽> 중에서
못 입는 티셔츠를 잘라 만든 실로 #야근대신_뜨개질 을 했다
소설에서 조지아는 뜨개질의 재료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무엇이든 너를 이루고 너의 삶을 이루는 것을 너의 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긴 하지만…
‘야근 대신 뜨개질’*을 하면서는 주로 안 입고 못 입는 티셔츠를 잘라 실을 만들어 뜨개질을 했습니다.
면티셔츠를 가위로 자를 때는 서걱서걱 하는 소리가 납니다.
길게 늘어진 티셔츠 쪼가리를 잡아 당기며 실을 만들 때는 옷 먼지가 풀풀 날려 재채기를 하기 일쑤였고,
작업이 끝난 테이블 위엔 뽀얗게 옷먼지가 가라앉아 있었지요.
비닐봉투 잘라 만든 실로 완성한 첫작품, 동전지갑.
테투안에서는 비닐봉투를 잘라 실을 만들어 뜨개질을 합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 여러 다른 품목의 물건을 커다란 봉투에 한꺼번에 담게 되지만,
이곳 테투안에서는 주로 시장이나 작은 가게에서 장을 보게 됩니다.
대형마트에 가려면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하고요.
시장이나 작은 가게는 슈퍼를 빼곤 단일 품목을 파는 곳이 많습니다.
채소면 채소, 종류별로 콩, 과일, 수입 라면이나 과자, 생선 등.
그래서 매번 장을 보고나면 비닐봉투가 생기게 마련이고 대부분은 버려지게 되지요.
비닐봉투의 삶은 고작 15분이라고 합니다. 하루살이보다 짧은 삶.
비닐봉투를 잘 접어 가위로 자르면 똑! 똑! 하는 소리를 내며 잘립니다. 그렇게 비닐봉투 실을 만들고요.
먼지도 없고
색깔도 다양합니다.
쉽게 구할 수 있고 심지어 공짜..
빽선생이 만든 작품들. 재료는 모두 비닐봉투!
빽선생이 만든 작품들 2. 지갑, 스피커 케이스, 빨래바구니 등
여기 말로 비닐봉투를 ‘미까’라고 부릅니다.
우리집엔 ‘말름 드 미까(=마스터 오브 비닐봉투)’가 한 명 살고 있습니다. 하하하
미까 선생이랄까…
티셔츠를 잘라 뜨개질을 할 땐 빽선생으로 활약, 다양한 코바늘 기법을 알려주더니
지금은 맨날 미까 뜨개질을 하며 동전지갑, 빨래바구니, 필통, 크로스 가방 등 여러가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로코에서는 얼마전 친환경 정책으로 비닐봉투의 제작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비닐봉투 실과 면티셔츠 실(구입)로 뜨개질 하고 있는 것. 조금씩 커지는 게 재밌다.
빽선생 작품. 피스마크와 케이스
빽선생의 최최최근작. 크로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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