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비닐봉투 억제 정책

2015. 12. 12. 17:22테투아니 in Morocco

2년 전 친구들과 입지 않지만 기부할 수도 없는 티셔츠를 잘라서 실을 만들어 뜨개질을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내인생_마지막_플라스틱 이라는 작은 운동을 시작해 보자! 라고 의욕에 불타올랐다가 흐지부지 된 적도 있고요. 

쉽게 볼 수 있고, 쉽게 사용하다가 쉽게 버려지는 물건들에 마음이 불편해 에코백이니 텀블러, 면생리대, 비닐봉투 재사용 등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를 삶의 커다란 한 축으로 삼고 있는 나의 개똥철학을 ‘최소한의 것을 남기며 살자’로 실천하고 있고, 최소한의 것에는 물론 쓰레기도 포함되어 있지요.

 

어찌저찌 하다가 모로코 테투안에서 살게 되었고, 한국에서처럼 마트에서 다양한 품목을 구입해 계산대에서 한꺼번에 비닐봉투든 에코백에 물건을 담는 것이 아닌, 시장의 여러 가게에서 장을 보고 있습니다. 시장 한 바퀴를 돌며 채소나 과일, 생선이나 콩 등을 살 때마다 손에는 매번 서너개의 비닐봉투가 들려지게 마련이지요. 

시장에서 받아온 비닐봉투를 잘라 실을 만들어 가내수공업으로 무언가 작은 것을 만들기도 하고(이건 함께 살고 있는 친구가 전문가이자 직업인이고, 나는 취미), 사용한 비닐봉투를 물에 씻어 빨랫줄에 말려 재사용하면서 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비닐봉투를 버리고 있습니다. 

씻어서 말려놓기 귀찮다 싶을 때는 '이러면 안되는데...'라고 3초 생각하고는 이내 버리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가 모로코에서 비닐봉투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안건이 통과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AFP VIA GETTY IMAGES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로 더럽혀진 라밧 해안가를 걷고 있는 모로코인


1. 기사 요약 / 모로코의 1회용 봉투 관련 정책과 사실 

모로코는 미국 다음으로 비닐봉투 사용량이 최대 국가인 나라, 연간 260억개의 비닐봉투를 사용하고 있다. 

6년 전(2009년)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검은색 비닐봉투 사용 금지에 동의한다. 

2010년 모로코는 지역적으로 생산하고 수입하고 판매되거나 나누어주는 비닐봉투를 분해/생분해되는 비닐봉투로 바꾸는 노력 시작(법안 통과), 2011년부터는 분해/생분해되는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10,000~500,000디르함(약 130만원~6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새로운 시설을 설비하기 위한 투자에는 정부의 뚜렷한 지원이 없었던 것 같다. 

“비닐봉투 없는 모로코” 캠페인이 지역 단체인 Mawarid 주도로 지난 2012년 10월초에 시작되었고, 지자체와 정부의 참여로 전국 20여 개 도시에서 비닐봉투 대신 캔버스 천으로 만든 가방을 사용하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으나 여전히 광범위하게 비닐봉투가 사용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2015년 10월 29일 모든 비닐봉투 사용과 생산, 수입을 금지하는 안건이 제출됐고, 의회의 승인을 얻어 비닐봉투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게 되었다. (농업, 산업용, 쓰레기 집하용 사용은 금지하지 않는다)


2. 1회용 봉투가 야기하는 생태계 위기와 EU 정책 

100여종 이상의 바다 새들과 해양 포유류 들이 바다로 떠내려가는 비닐을 삼키거나(특히 거북이가 비닐을 먹고 죽는 경우가 많은데, 해파리로 오인하기 때문) 비닐이 몸에 감겨 죽기도 하며, 죽은 바다 생물들의 위장에서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발견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비닐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폐사하는 바다 동물들은 연간 10억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매년 980억개의 비닐봉투가 사용되고 있다(2010년 기준). EU는 1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을 현재 191개에서 2019년까지는 90개, 2025년까지는 40개까지 줄이겠다는 발표를 했고, 회원국들은 그에 따라 일회용 비닐 사용 억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생고기나 유제품 등 부패하기 쉬운 제품에 한해서만 비닐 사용을 허용하고 있고, 대형 유통기업은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유료로 제공한다. 


3. 자 이제, 우리나라 

1999년부터 비닐봉투 유료 제공을 의무화했다.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제외하고는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지만 10평 이하의 업장은 규제 대상이 아니고 대형 매장도 환경부와의 자발적인 협약을 체결해 비닐 사용을 억제하도록 한다. 

한국에서는 연간 150억 개의 비닐봉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이는 1인당 연간 300장 이상의 비닐봉투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모로코에서 비닐봉투 사용량이 많은 것을 두고 어떤 기사에서는 모로코의 사회 경제적인 영향과 문화적인 영향도 있다고 말합니다. 소규모 가게가 많고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모든 가게가 비닐봉투를 사용합니다. 또, 당장 필요하지 않음에도 가정에서 쓰레기 봉투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비닐봉투를 더 얻어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고요. 봉투에 요금을 부과하는 등 제도적으로 비닐봉투 사용을 억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고 자발적 동의와 실천을 얻게 된다면 비닐봉투 억제 정책이 좀 더 지속가능할 것입니다. 

기사에서는 아직 확실하게 비닐봉투의 사용 대신 대안이 무엇인지, 재활용 종이봉투인지, 소비자에게 비닐봉투에 대한 부과금을 책정하는 것(비닐봉투의 생산까지 금지한다고 하니 이건 아니겠다)인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또, 지금의 비닐봉투 제조, 판매 산업에 미칠 실질적인 피해에 대한 구제책에 대해서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네요. 



#궁금이 

-생분해 가능한 Bio degradable 플라스틱은 주로 GMO 농작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 그 플라스틱이 음식을 담는 용기일 경우에도 여전히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땅에서 썩을 경우, 그래서 다시 유기물이 될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GMO이든 아니든 세상엔 먹을 농작물이 없어서 굶는 사람들이 8억 5천명이다. (FAO, 2011~2013 추산)

-프랑스의 한 NGO단체는 생분해성 봉투의 분해력이 수중환경에서 7주 동안 고작 3~10%로 일반 봉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대체 생분해성 봉투라고 인정받은 것들은 무슨 기준을 통과한걸까?

-종이봉투가 비닐봉투의 대안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사실 종이봉투를 만드는 에너지가 비닐봉투 제작의 4배 가까이 든다고 한다. 뭐가 더 나은 걸까? 라기보다 뭐가 더 안 좋은 걸까? 가 더 맞는 질문인 것 같은 상황이랄까… 



전세계적으로 매 분마다 100만 개의 비닐 봉투가 사용되고 있으며 1개의 비닐봉투가 사용되는 시간은 고작 12~15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5분 동안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비닐봉투가 바다를 떠돌며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태계는 순환하지요. 비닐봉투의 위협이 돌고 돌아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올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요!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도 마구잡이로 생산한다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친환경'이라는 말이 비닐봉투를 마음껏 사용해도 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어떤 변화도 만들어낼 수 없을 것 입니다. 

우리는 비닐봉투의 사용에 너무 익숙해져 있지만 사용을 올스톱하자는 게 아니라 조금씩 줄이는 건 너무나도 가능한 일이고요. 

일단 나부터도 가내수공업 뜨개질을 위해 쟁여둔 비닐봉투를 들고 나가서 장을 보고, 되도록이면 튼튼한 장바구니를 가져가서 찢어질까봐 한 장 더 보태지는 비닐봉투도 받지 않고, 그래야겠습니다. 재사용하다가 어딘가 구멍이 나서 재기능을 못하게 될 때 뜨개질을 해도 되니까. 

참고로, 핀란드는 1인당 연간 단 4장의 1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오타가 아니라, 단 4장. 


그러므로, 비닐봉투를 조금씩 덜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도_가능한일!



<참고기사>

“Morocco Moves to Get Rid of Plastic Bags” / Morocco world News / Larbi Arbaoui 

http://www.moroccoworldnews.com/2015/10/171520/morocco-moves-to-get-rid-of-plastic-bags/

“Morocco Moves To Ban Plastic Bags” / Huffpost Morocco / Hamza Mekouzar and Solene Paillard 

http://www.huffingtonpost.com/entry/morocco-ban-plastic-bags_563934cde4b0307f2cab21a8

““Morocco without Plastic Bags” Campaign launched” / North Africa Post / Sabah Lebbar

http://northafricapost.com/784-morocco-without-plastic-bags-campaign-launched.html

“Morocco Bans Plastic Bags in a Major Environment Friendly Move” / North Africa Post 

http://northafricapost.com/9809-morocco-bans-plastic-bags-in-a-major-environment-friendly-move.html

EU, 1회용 비닐봉투 사용규제 칼을 빼들다 / 오마이뉴스 / 홍수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16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