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일기] 내 주변에 탈북자가 몇명이나 되나?
2011. 10. 26. 18:27ㆍ잔상들 (책,영화,전시 등)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는 어떤 의미인가? 를 되묻게 한 영화였다.
한 나라, 같은 민족이지만
'한민족'이라고 할 때 우리 사회는 탈북자까지 끌어안지 않는다.
노동현장에서 탈북자는 꽉막힌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것보다 더한 차별을 받는다.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박봉의 일자리를 겨우 얻었다가 신분증을 복사하는 과정에서 탈북자임이 드러나자
일도 해보지 못하고 곧바로 짤리게 된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탈북자를 만날 수 있었나?
귀순자, 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등 시대나 필요, 상황, 논쟁에 따라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변해오고,
그 수가 2만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일상적인 삶 속에서 탈북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말로는 열심히 떠들어댔지만 정작 우리 삶 속에서 탈북자와 마주한 실제사건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2만 이라는 수가 적은 수는 아니기 때문에,
내가 탈북자와는 물리적으로 먼 공간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탈북자와의 감정적인 교류나 교집합의 활동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사회가 탈북주민에게 어느 정도 이상의 벽을 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것이기도 하리라.
감독은 <무산일기>를 우연히 같은 과에서 선후배로 만난 탈북자 친구 때문에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 속 탈북자들이 겪는 말도 안되게 불합리하고 정당하지 못한 사건 사고들은
이 사회 모든 약자들이 겪는, '다수', '일반'이라는 가해자에 의해 행해지는 폭력임을 보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
모든 사람들이 이성적인 것 같이 보이지만, 비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모순과 비이성적인 측면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은 모순과 비이성적인 측면을 감추기 위해 모순과 비이성의 상징인 사회적 약자를 만들어낸다
영화를 보다보면 답답하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해야 할텐데,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답도 없는 물음이 나온다.
영화를 보는 것, 알고 있는 것, 그래서 어느 상황에서 '다수' 나 '일반'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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