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2011. 7. 25. 18:26ㆍ잔상들 (책,영화,전시 등)
나는 닭고기 특히 담백한 가슴살을 고기 중에 가장 좋아하고,
고기맛을 음미하는 와중에
언젠가 잘려나갔을 닭머리에 대해
또, 이 닭이 먹이가 되기 위해 살아 왔을 2개월 혹은 3주 동안의 비참한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다
돼지고기나 소고니는 일부러 찾아다니며 먹는 편은 아니지만
눈앞에 있으면 매우 잘 먹는다
왠지 붉은 살코기는 피=죽음 을 연상시켜
동물의 죽음으로 얻어진 이 살코기를 탐한다는 사실이
간혹 불편하게 느껴지기는 하나
스테이크 주문은 언제나
'미디엄 레어'를 외친다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어릴적 강아지를 키울 때
"이 강아지가 목욕을 안시켜도 될 만큼 냄새도 안나고
먹기는 하지만 똥,오줌도 안싸면 완전 좋겠다" 라고
바랐던 적이 많다
그저 강아지의 귀여움만 취하고 싶었던 이기적인 애완주였던 것이다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을 읽다보니
동물을 대하는 내 자신의 모순을 현재진행형부터 저 깊은 기억속의 모습까지 만나게 되었다
모든 생명은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동물에게는 얼마나 모순된 잣대를 들이댔는지,
그 모순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얼마나 생태지향적이고 평화지향적인 사람인양 살아왔는지...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곧바로 비건이 되거나
생명에의 경외심을 느끼는 것 뿐 아니라 몸소 실천하기 위해 직접 기르고, 직접 취해 고기를 얻는 사람이 되지는 않겠지만 (책이 의도하는 바도 아니지만)
인간의 동물에 대한 모순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불편한 진실이 내 삶에 들어왔고, 내 삶이 조금 더 복잡해지게 되는 계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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