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31. 08:20ㆍ테투아니 in Morocco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요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달리지요
크게 휜 커브에서는 우리 버스가
마주한 차들을 기다리며 양보해요
운전자들끼리 하는 손인사는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또,
바라는 마음인 것 같아
그 손인사가 참 보기 좋아요
터널을 뚫어버리면 쉬웠겠지만
아틀라스 산이 호락호락하진 않았나봐요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절벽을, 낭떠러지를 등지고
자수정 같은 빛나는 광물질을 늘어놓은
상인들이 있어요
아마도 이런 보석들이 산 속에 잔뜩이기에
난 지금 터널 대신
이 꼬불꼬불한 길을 넘고 있나 봐요
만년설이 내려앉은 높다란 산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바로 눈앞에 펼쳐져요
감탄만 나오지요
터널을 생각한 내가 너무 멋없었다, 라고
웃게 되는 순간이기도 해요
* * * * *
마라케쉬에서 에잇벤하두 Ait Ben Haddou 까지 by CTM
10시 15분 출발, 4시간 소요. 85딜함.
*와르자잣까지 가는 버스예요. 에잇벤하두를 간다고 하면 와르자잣 30km 전 지점에서 버스를 세워줍니다.
그곳에서 그랑택시(손님 6인승 합승택시)를 타고 10분 소요. 택시 한 대에 60딜함, 6명 합승하게 되면 1인당 10딜함.
#하산5세_혹은_하산0세
에잇벤하두 크사르를 오르는 길에 하산을 만났습니다.
새로 만든 다리를 건너자마자 보이는 작은 집이 하산의 작업실이자 갤러리예요.
설탕과 사프란, 찻잎을 섞어 그림을 그리고 불로 그을려 완성하는 그림은
왠지 알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런 그림입니다.
불로 그을릴 때 서서히 완성되는 그림을 보면서 "마법같다!"라고
호들갑도 떨고 싶고요.
그림 한 장을 그리는데 40분 정도가 걸린다는 하산에게
"여기 에잇벤하두에 이런 방식으로 그림 그리는 사람들 많잖아요"라고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같은 방식의 예술가들 많지만, 이 그림은 원래 내 거예요!"라는 하산.
하산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들기도 해서 기념으로 구입했어요.
"당신은 하산 몇 세예요?" 라는 내 농담에
"하산 제로 혹은 파이브!" 라고 대답하는 하산씨.
*현재 왕의 아버지가 하산 2세, 현재 왕의 아들 이름이 하산. 왕자 하산이 왕위를 이어받는다면 하산 3세가 됩니다.
#흔한_친구의_대화
에잇벤하두 크사르 꼭대기에 올라 마치 영화 <마션>같은 풍경을 하염없이 내다보며..
친구가 묻습니다.
"넌 이런 풍경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액센트가 '무슨'이 아니라 '들어?' 특히 물음표에 강하게 있는 질문이었지요.
"그냥 멍 때리는 거지..
여행하면서 자아실현 이런거 다 개뻥이야"
그래도 '난 한낱 먼지구나' 이런 생각은 간혹 들어요. <마션> 같은 이곳에서는요..
#Mr_Salah
에잇벤하두에서 묵은 숙소 사장님 이름은 살라.
손님이 우리 뿐이었던 숙소는 크싸르 바로 앞, 새로 만든 다리 바로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위치 갑! 비교 불가!
살라는 숙소 사장님 말고 다른 직업도 있는데 바로 스턴트맨!
특히 동물을 다루는 액션을 주로 맡는다고 해요.
말을 달리거나 낙타를 몰거나 등등..
95년 이래로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왔고,
일을 하면서 영어와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를 자연스레 익혔습니다.
지금껏 출연한 모든 영화를 보셨냐고 묻자
모로코에서 상영도 안되고 CD도 구할 수 없었던 것들은 못 본 것도 있다고 하네요.
단지 하루 묵었을 뿐인데도 "여긴 너네 집이야! 언제든 또 와~"라고
마치 길 떠나는 우리가 뒤돌아 봤을 때 아무도 없으면 섭섭해할까봐 걱정하는 사람처럼
끝까지 우리 뒷모습을 지켜봐주시던 좋은 아저씨였어요.
#살라아저씨의_베르베르식_오믈렛만들기
1. 토마토, 양파를 갈아서 올리브 오일, 쿠민, 소금, 후추 넣고 익혀
2. 그 위에 달걀 넣고 익히면 끝!
넘나 간단하지만 넘나 맛있는 것!
* * * * *
에잇벤하두는 그냥 지나가는 여행자가 많습니다.
마라케쉬부터 2박 3일짜리 사하라사막 캠핑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에잇벤하두 크사르에 잠시 올랐다가 금세 떠나요.
멍 때리는 걸 좋아하고, 말 걸어보는 걸 좋아하고, 심심한걸 즐기는 여행자들은 하루 묵어보면 참 좋은 곳이 에잇벤하두!
오후 즈음에 언덕 위 크사르에 올라 일몰을 보고 내려오는걸 추천합니다. 강가에서 말을 타 볼 수도 있대요~
특히 살라 아저씨네 숙소는 객실은 심플하지만 위치가 너무 좋아서
테라스에서 크사르를 보기에도 최고(햇빛에 따라 색깔이 오묘하게 달라지는 크사르를 보며 멍때리기!),
잠옷 입고 나와 일출을 보기에도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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