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2. 12:45ㆍ생활여행자의 일기
호주에서 살던 잠깐 동안 일상의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자 라고 다짐했는데,
뒤돌아 보니 남은 건 두 개의 기록 뿐이다. 2007년 시드니에서.
Watsons bay
새하얀 갈매기가 서울의 비둘기마냥 인간의 음식을 탐내는 이곳, 항구도시 시드니에는 곳곳에bay, beach, harbour 등이 참 많습니다. 오늘은 travel pass weekly 뽕도 뽑을 겸 페리를 타고 왓슨스 베이에 다녀왔습니다. Travel pass는 시드니 버스표 중 하나인데, 각 색깔 별로 정해진 구간과 정해진 기간 안에 무한정 이용이 가능한 티켓입니다. 내가 갖고 있는 건 red-weekly로4개 구역안에서 버스, 트레인, 페리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각 비치와 베이로 출발하는 페리를 타려면 선착장이 있는 circular quay로 가야합니다. 주말 서큘러키는 관광객들로 복작복작합니다. 물론 나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 이곳에서는 호주 원주민들이 전통악기, 디저리두를 연주하며 음악cd를 판매하기도 하고, 묘기를 부리는 아저씨도 있습니다. 묘기를 부리는 내내 한쪽에 묶어둔 자기 강아지를 가리키며 새끼를 뱄다고, 또 집에는 부양할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된다고 쉴 새 없이 떠듭니다. 물론 구경한 값을 달라는 제스쳐지요. ^-^
왓슨스 베이로 출발하는 페리는 4번 선착장에서 출발합니다. 원래는 티켓을 끊어야 하지만트래블 패스를 갖고 있으니 그냥 티켓을 개찰구에 넣고 통과하면 오케이~! 서큘러키를 떠난 페리는 오페라하우스를 오른편에, 하버브릿지를 왼편에 두고 나아가다가 동쪽으로 선회, 달리기 시작합니다. 뱃머리 좌석에 앉아 바라보면 마치 하늘로 날아가는 것만 같습니다. 서큘러키에서Rose bay, Double bay를 지나 Watsons bay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 한적한 부자동네들을 지납니다. 시드니에서는 ocean view면 일단 집값이 비싸집니다. 오랜만의 좋은 날씨에 다들 요트를 끌고 나왔습니다. 나도 맥주 한 캔 들고 요트 타고 싶어요~
왓슨스 베이에 내리자 길지 않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음식점, 까페가 몇 개 자리하고 있습니다. 길게 경사진 언덕에는 Robertson park가 아담하게 펼쳐져 있고 한가롭게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거나, 태닝을 하거나,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시티와 떨어진 곳이라서 그렇다지만 시드니에는 시티에도 녹지가 참 많습니다. 그리고 시드니 시민들에게 곳곳의 공원과 녹지는 휴식처이자, 운동장이자, 점심식사를 즐기는 장소입니다. 나도 여기서 집에서 싸온 점심식사를 ^-^
공원을 지나 올라가면 왓슨스 베이의 반대편에 Gap park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단애절벽 위에서 눈 앞에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인데, 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습니다. 손가락처럼 볼록 솟은 곳에 위치한 지역 특성상 예전에는 군사요충지였고, 그 당시 대포가 설치되어 있었던 자리 등이 안내판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20세기 초 인근에서 표류한 배의 커다란 닻-anchor도 산책로 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책로는 한 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지만 좀 더 오랜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장관인 곳입니다. ^-^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사실 풍경만 비슷할 뿐 실제 촬영은 뉴욕에서 했다고 하네요. 비슷한 절벽은 이쪽을 둘러봐도, 저쪽을 둘러봐도 보입니다. 멋집니다. 호주는 바다 위에 놓인 바둑판 같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바다 바로 옆에 절벽이 툭툭 잘려진 듯 놓여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도 합니다. 그들을 애도하는 듯한 꽃다발이 산책로 안전 울타리에 놓여 바닷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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