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03

2012. 2. 12. 12:51생활여행자의 일기

오늘은 타이베이역 동남쪽 부근을 돌아보려고 출발했다.

내가 묵고 있는 쉐라톤 호텔(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타이베이역까지 아침운동 삼아 걷기로 한다.

가다가 만나는 곳에서 아침식사를 하리라.

 

어제와 다르게 날씨가 너무 좋다.

한참 즐겁게 걷다보니 한 커피숍에서 set메뉴가 보인다.

이카리 커피숍이라는 일본 음식 풍의 커피숍에서

샌드위치와 음료셑(89NTD)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깔끔하고 안정된 인테리어의 커피숍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으며 아침시간을 즐기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어제 짧은 시간 안에 꽤 여러 곳을 둘러보아서 오늘 일정을 빡빡하게 짜본다.

시립미술관, 근처의 린안타이구춰, 중례츠, 중정기념당-국립도서관-훙시미술관, 저녁식사는 딘타이펑!

시간 남으면 룽산쓰 또 가보자.

 

하지만.. 여행 계획은 늘 틀어지기 마련이다.

위안샨 역에서 내려 찾아간 시립미술관 Taiwan Fine Art Museum은

내 혼을 쏙쏙 빼놓아버렸다.

실로 오랜만에 미술전시를 엄청나게 재미있게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즐기게 되었다.

 

마침 5th Taiwan Biennalle 전시도 진행중이어서

우리나라 작가인 이불의 설치작품과 정연두의 사진작품도 볼 수 있었고,

그 외 다른 나라 작가들의 작품도 사진, 영상 할 것 없이 정말 흥미로웠다.

 

 

 

 

시립미술관의 건물도 독특하다. 큐브로 조립해 놓은 듯 들어가고 나오고 입체적이다.

외형이 그대로 내부의 전시공간에도 적용되어 큐브가 튀어나온 부분에는

벤치를 두고 바깥 풍경을 보며 쉴 수 있게 해 두었다.

 

미술관 외부공원에는 조각작품이 노상전시되어 있고,

가로수 보호대에도 현대 주요작가들의 작품을 소개와 함께 전시해두었다.

 

 

 

 

찾아간 날 전시중인 것은 비엔날레와 수묵화의 새로운 변용, 타이베이 현대미술대전.

수묵화 전시는 현대작가들이 잉크라는 매개 혹은 축, 첩이라는 레이아웃 등을

그대로 사용하여 현당대의 미술을 펼쳐낸 작품들이었다.

 

1000년이 넘은 중국 수묵화의 새로운 미래를 본 기분이랄까.

소재와 표현 방법 등이 흥미롭고 자극적이다.

 

 

 

대만시립미술관에서 현대미술에 푹푹 빠졌다가 건져 올려진 때가 PM 3:00.

근처까지 왔으니 린안타이구처에 가보기로 한다.

옛 가옥을 보존해 놓은 넓지 않은 곳으로 노을 질 무렵 찾아간 이곳은

내부에 가구가 잘 보전되어 있어 전통 목가구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목조구조와 기둥 위의 공포, 지붕의 선 등 우리의 전통가옥과 비슷한 점도 많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더 한옥 구조보다 폐쇄되어 있고 내부도 어둡지만

가구의 자개 장식이나 목각 장식이 화려한 점이 특징이다.  

 

시립미술관 근처에는 공원이 많다.

오늘 내가 지나쳐간 공원도 세개 정도 될 것 같다.

날씨가 좋아서 강아지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도 많고, 운동도 한다.

웨딩 촬영 나온 커플도 세 팀이나 만났다.

 

 

 

위안샨 역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그래피티를 잔뜩 해놓은 장소가 있다.

뭔가 싶어 들어가보니 타이베이 경기장 근처에

암벽등반, 스케이트보드,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남자애들 셋이 인라인을 타고 있어 나도 자리를 잡고 구경하기로 한다.

인라인도, 그래피티도 청소년, 젊은이들의 공통된 문화지만 역시 동네마다의 특색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일몰은 단수이에서 감상하기로 했다.

단수이는 인천 정도의 분위기랄까. 수도에서 가까운 바닷가 동네이다.

타이베이 중심가에서 MRT로 30분 정도를 달리니

건물보다 나무가 차지하는 부분이 훨씬 많아진다.

아침에 타이베이 역까지 걸을 때에도 시내 치고 공기가 나쁘지 않다고 느꼈는데,

곳곳에 공원도 많고 주변에 목초지도 많아서 인가보다.

 

단수이는 항구가 들어서서 번창하게 된 바닷가 마을.

바닷가를 따라 해산물을 꼬치에 끼워 구워주는 길거리 음식점이 많고

소품 가게, 캐리커쳐(50NTD) 그려주는 사람들, 오락실 등이 어우러진 관광지다.

 

 

  

저녁은 단수이에서 연두부에 꿀물 같은 걸 넣고 버블티에 들어가는 타피오카를 얹어주는

음식을 먹었다.

'간식이잖아' 하고 먹었지만 은근히 배도 부르다.

 

바닷가 근처를 어슬렁 거리며 주전부리를 할 작정이었지만

몇 년 전 태국여행을 하며 물갈이를 심하게 해

콜레라가 아닐까 의심까지 했던 전력이 있어 해산물에는 선뜻 손이 안간다.

 

   

 

그러다 두부에 양념을 발라 꼬치에 꽂아주는 것이 있어 도전해본다.

삭힌 두부를 겉껍질이 바삭해질 때까지 구워

양념을 발라준다는 대만의 음식인데 냄새만으로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다 도망갈 듯 하다. 

관광지의 아주머니답게 한국인이냐고 대번에 알아맞추시던 두부파는 아주머니.

 

해가 진 단수이는 밤바다의 서늘함이 더해져 쓸쓸하다.

핫초코가 필요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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