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0. 23:22ㆍ테투아니 in Morocco
마라케쉬에 갈 일이 있었고, 간 김에 오랜만에 사하라에 다녀오자고 생각했고 마라케쉬 픽업/드랍으로 렌트카를 알아봤다.
조금이라도 싸게 해보려고 인맥을 동원했다.
여행일 할 때 차량과 기사님을 섭외해주던 친구는 자기일처럼 알아봐 주다가 결국
오토매틱에 풀커버 보험이 가능한 차량이 적당한 가격에 없다며,
아마 이드(명절)를 앞두고 사람들 이동이 많은게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친구도 유럽에 있는 일정 중에 거의 3-4일을 할애해 내 렌트카를 알아봐 준 것이었다.
같이 사는 친구가 영화일을 할 때 알게 된, 촬영팀의 각종 차량을 섭외해주는 아저씨는
하루 300딜함(40,000원 정도)에 오토매틱 차량을 빌릴 수 있도록 네고해 주셨지만
연결 받은 렌트카 사장님은 "차량 찾아서 연락해 줄게" 라는 말을 남기고 그 후로 연락이 없다.
결국 마라케쉬에서 사하라 다녀오는 5일간의 일정 출발하기 바로 전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렌탈카닷컴으로 예약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부터 예약할걸... 싶었지만 지인들의 노력에 감사해하며
새삼 모로코식 친절과 내 일처럼 도와주는 마음을 재확인했다.
자기 일이 아니어도 또 귀찮은 일인데도, 심지어 내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다들 알아서 가격까지 깎아가며 더 못 깎아서 미안하다는 듯 말하기까지 한다.
나는 이런 친절을 베풀어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렌트카를 인수하기 전의 걱정거리들.
- 24시간 전 예약한 게 확정이 맞는 걸까? 렌탈카닷컴(예약 대행 플랫폼)에서는 렌트카 회사에서 24시간 이내에 컨펌메일을 보내줄거라 했지만 차량을 픽업하러 가기까지 어떤 메일도 받지 못했다.
-하이아틀라스의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 산길 도로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라는 내 운전실력에 대한 걱정..
-45도에 육박하는 사하라의 열기를 자동차가 감당할 수 있을까? 투도어 경차인데 (약간이지만) 비포장 구간을 잘 갈 수 있을까?
사실, 해외에서 차량 렌트를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타이어 교체이다.
몇년 전에 스페인 친구 둘과 렌트를 해서 불가리아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어둑어둑한 길을 달리다가 타이어가 펑크가 났고, 다행히 두 친구가 타이어 교체 경험이 있어서 무사히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나는 옆에서 핸드폰 불빛을 열심히 비춰주었지...
모로코에서 렌트할 때는 타이어 교체 상황에 대한 걱정이 안되었던 것이 분명히 지나가는 차량이나 동네 사람들이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일처럼 도와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참에 확실히 배워둬야겠다 하는 생각까지 했더랬다.
도로 컨디션
5일 동안 마라케쉬에서 사하라를 다녀오며 총 약 1,200km 정도 운전을 했고, N, P, R 도로를 지나쳐갔다.
모로코에는 A 도로까지 네 종류의 도로가 있지만 A는 고속도로로 대도시 연결 구간에만 있어 이번 루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N 도로는 대체로 길 포장 상태가 좋았는데, 간혹 R 도로가 더 좋은 경우도 있었다.
도로 컨디션으로 등급을 매겨보자면 A > N > R > P 이런 순서.
마라케쉬에서 아틀라스를 넘을 때는 N9 도로와 P1506 도로가 있는데, N도로는 길이 잘 닦인 구간이 많지만 여전히 공사 구간도 많고, P도로는 길이 조금 울퉁불퉁하고 시간도 좀 더 걸리지만 차량이 적고 공사 구간이 거의 없고, 풍경이 좋았다.
팅히르를 지나 사하라 도시로 갈 때도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R702 도로가 N12 보다 대체적으로 좋다.
도로 상태도 그렇고, 휴게 시설도 더 많다. 하지만! 같은 길로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라면 N12 도로를 한 번 타보는 것도 추천! 황량한 풍경이 정말 멋졌다. 괜찮은 숙소가 있다면 삼일 정도 머무르고 싶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하지만 아무것도 없어 보임).
엘푸드에서 하실라비드까지 갈 때도 R702 도로가 N13 도로보다 더 좋았다.
경찰 검문
행정구역이 바뀔 때마다 경찰이 검문을 하는데, 예전에 렌트카 여행자들이 경찰한테 괜히 붙잡혀서 뇌물을 쥐어줬다는 얘기도 여러번 듣고 했어서 만날 때마다 긴장이 됐다.
결과적으로 열 번 정도 검문 경찰을 지나쳐갔는데 대부분 그냥 지나쳐가라는 수신호를 받았고,
딱 한 번 마라케쉬에서 하이아틀라스 넘어가는 구간에서 붙잡혀 이것저것 질문을 받았다.
-어디서 왔어요? : 한국이요
-모로코에 얼마나 있었어요? : 한 달 정도요
-좋은 하루 되세요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됨.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건가? 했다가 아, 이렇게 랜덤으로 경찰과 운전자간 접촉을 늘려놓는게 혹시 모를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며 넘어갔다. 여튼 결론은 아무도 뇌물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
길은 괜찮았다.
하이아틀라스 넘어갈 때도 경사가 심해 정체구간이 생길 것 같은 곳은 추월 차선이 있었고,
구불구불한 정도도 서울의 360도 진입구간이나 한국 지방의 산길을 운전해봤다면 엄청나지 않은 정도였다.
곳곳에 도로가 깨진 곳이나 울퉁불퉁한 곳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5일간 운전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차량 반납하러 가는 날에 네비가 마라케쉬 인근 복잡한 동네를 거쳐가게 안내를 해주어... 게다가 메디나(구도심) 근처로 진입하게 하여... 이 도로의 차선은 어디인가, 도대체 왜 이런 곳에 신호는 없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던 한두번의 순간이었다. 차량과 수레와 오토바이와 사람이 온갖 뒤섞여 있던 사거리 교차로의 중심에 서 있었을 때 ㅋㅋㅋㅋㅋ 허탈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 순간.
눈으로 보기에는 대혼란이지만 끈적한 기름이 흘러가듯 아주 천천히 나의 진행방향으로 움직이면 된다. 물론, 사방에서 들리는 경적소리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무시해야 한다.
바퀴도 쪼그만 경차라서 걱정했던 우리의 피아트는 쌩쌩 잘 달려주었다.
픽업 / 반납할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차량 체크도 엄청 대강 하는 것 같았다.
픽업할 때도 직원은 차량 체크 하지도 않고 우리한테 동영상 찍어두라고 얘기만 하는 정도였고,
드랍할 때도 직원이 휘~ 둘러보면서 와이퍼 제대로 매달려 있는지 확인하고 큰 상처만 체크하려는 것처럼 보임...
사실, 자잘한 스크래치는 렌트카 회사들도 그때그때 고치지 않으면서 요금 청구하는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로코 렌트카 회사는(혹은 이 회사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참고로 sixt 이용) 작은 스크래치 정도는 그냥 넘기는 듯 했다.
지금까지 스페인,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불가리아에서 렌트해봤는데 모로코가 제일 마음 편하게 차량 반납했다.
운전해보기 전에는 모로코에서 절대 운전 안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해보니 절대선(line)으로 보였던 중앙 실선도 아 이렇게 유동적일수 있구나(?)를 새삼 느꼈고.. 물론, 시내에서 잠시 주차를 해야 했을 때 반대편 차선에 있던 경찰 아저씨가 중앙선 넘어 건너오라고 안내해 준 것이기는 함.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 얘기했던 그 상황 속에 직접 들어가보니 '오호! 실제로 질서로구만!" 싶은 순간도 있었다.
이렇게 5일간의 렌트카 여행을 마무리하고 무사히 테투안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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