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01

2012. 2. 12. 12:52생활여행자의 일기

아래의 여행기는 2005년 1월, 2주간의 대만여행을 다녀와 적었던 일기. 

미술사를 공부하던 시절,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몇년만에 전시한 

중국 송대 회화를 보러 갔더랬다. 참 멋진 이유였네 ㅎㅎ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책과 함께한 가이드북은 

<대만(아름다운 섬 슬픈 역사)> 주완요 저/  저스트고 대만편 

그때만 해도 가이드북이 정말 저스트고 하나밖에 없었다. 

 

+대만이랑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 등, 여행 가기전에 봤던 것들은 

<비정성시>(감독:허우 샤오시엔, 출연:양조위 외)

대만 작가 지미 리아오의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및 영화도 있고

드라마 <꽃보다 남자> 대만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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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8

 

드디어 출발한다!

처음 가보는 대만,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

여행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위안이 될 뿐이다.

의지할 데가 없다는 것이 여행에 이렇게 부담이 될 줄 온 몸으로 느낀다.

하지만 이런 부담이 내게 더 짜릿함과 즐거움을 가져다 줄 거라 믿는다.

 

두 시간 삼십분 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대만중정공항은

섭씨 17도의 구름 잔뜩 낀 날씨이다.

중화항공 꼬리깃의 벚꽃 잎이 안개에 싸여 포근해 보인다.

타이페이 역까지 가는 버스표를 구입해 맨 앞자리에 앉아 버스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본다.

 

 

 

중국여행에서도 TV를 틀면 늘 나오던 원나라 즈음 대 배경의 드라마인 듯 싶었는데,

얼씨구. 완전  SF 환타지다.

원나라 대의 의상을 갖춰 입은 주인공이 금덩어리로 만든 날쌘돌이 제트스쿠터를 타고 도망가고

스타워즈에 나올법한 우주선에서 악당 한 무리가 최첨단 무기를 갖고 내린다.

하지만 CG가 엄청나다. 별로 촌스럽지 않고 가짜 티도 안나고 게다가 적재적소에

뒷통수를 때리는 유머감각까지!

못 알아들음에도 입까지 헤-벌리며 보고 있자니 타이베이역.

 

숙소는 선도사 역 근처로 잡았지만 타이베이 역에 온김에 볼일을 보자!

며칠 후 아리산을 가기 위해 타이베이-자이 구간 기차표 사기!

기차 시간표가 굉장히 알아보기 쉽다.

인도 기차표는 복잡해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긴 했지만..

인도만큼 노선이 다양하지도, 열차종류가 많지도 않아서 금새 찾아 예약을 한다.

 

 

이렇게 구입하고자 하는 노선을 적어 요금과 함께 제출하면 표를 끊어준다. 

 

이제 이지카드를 사자! 500NTD 이긴 하지만 남은 금액은 돌려주고 할인까지 된다니 놓칠 수 없다.

이지카드는 MRT역에서 쉽게 살 수 있고, 우리나라처럼 개찰구에서 센서에 갖다대기만 하면 된다.

버스와 전철인 MRT 등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혼자 하는 여행의 안 좋은 점은 혼자 밥 먹는 것(한 가지 밖에 주문할 수 없다는 것!),

심심한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귀찮고 복잡하거나 재미없는 일이면 여행파트너를 믿고 한 발 물러나 휘파람이나 불곤 했는데

그랬다간 오다가도 못하니 내 발로 뛸 밖에.

하지만 이게 또 여행의 묘미!

 

예약한 숙소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짐을 풀고 나니 오후 다섯시.

2주라는 일정이 긴 시간만은 아니기에 서둘러 나가본다.

 

 

 

MRT를 타고 도착한 룽산쓰-용산사는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다.

그래봤자 18c이긴 하나 이 절 굉장한 포스를 발산한다.

대만은 문헌기록으로 남은 역사가 겨우 16c~17c 한족이 이 섬에 들어와 살면서부터라고 한다.

 

영화 <비정성시>를 보면 장제스와 함께 대륙에서 건너온 한족과 원래 살던 대만인 사이에

'민족'에서 빚어진 어두운 역사가 나온다.

하지만 대만인 역시 명나라 때 이주를 권장하면서 들어오게 된 한족과 토착민족 또 그들의 2세들로 이루어져 있단다.

뭔가 아리송하다.

사실 대만은 폴리네시아 지방 사람들과 같은 모계언어를 가진 토착민족이 살고 있었지만

현재 대만의 색깔은 중국의 색과 비슷하다.

 

 

 

하지만 또 이 대표적인 절 룽산쓰를 보면 중국의 색이라고 단언은 못하겠다.

불교와 도교, 민간신앙이 혼재하는 이곳의 신앙심은 대단하다.

마치 생활 속에 종교가 녹아 있어 사람들이 다 신성하게 보였던

티벳인들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과 조금 겹치기도 한다.

 

절의 건축방식 또한 독특하다.

기둥을 투각한 것을 보면 그 섬세함에 입이 딱 벌어지고, 지붕 위는 촘촘하게

고사의 조각들로 메워져 있다.

진동하는 향내, 경건하고 엄숙한 눈빛, 경전을 외는 사람들,

데이트하다가 잠시 가볍게 들른 것 같지만 진지해 보이는 커플들의 기도가

이방인의 눈에 새롭게 보인다.

 

룽산쓰에서 걸어나와 시먼딩까지 걷기로 한다.

여행을 하면서 가이드북 지도에 데인 적이 많아 별로 믿지 않는 편인데,

저스트 고 대만편 지도는 꽤 쓸만하다.

걷고 걸으니 지도에 그려진 KIRIN HOTEL이 나오고 패밀리 마트가 나온다.

 

 

 

시먼딩은 젊은이들의 거리라 한다.

과연 명동처럼 양쪽에 빽빽이 들어선 옷가게 사이사이로

길거리 음식점도 널렸다!

 

걷다 보니 사람들이 서서 국수를 먹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1957년부터 했다는 이 가게는 메뉴도 단 하나.

고를 수 있는 건 size 뿐!

 

작은 걸 하나 시켜 (20NTD) 나도 이곳 사람들처럼 서서 먹는다.

곱창 같이 쫄깃한 덩어리와 쌀국수, 향채 잘게 자른 것처럼 생겼으나 향은 강하지 않은 야채가

전부인 이 국수는

맛.있.다!

이국의 맛이 난다.

 

룽산쓰에서 계속 걸으며 대만에 오토바이가 참 많다는 걸 실감도 하고

길거리에서 국수도 사먹다보니 어느새 시먼딩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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