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8. 16:38ㆍ생활여행자의 일기
생활여행자의 일기.
내가 저녁노을 수집가라는건 아니고,
얼마전 같이 일하는 분이 저녁노을을 좋아한다고하길래
선셋콜렉터네! 라고 얘기한게 이 제목의 시작이다.
처음 배낭여행을 했을 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도착한 동네, 도시마다 저녁노을을 볼 수 있다는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그때는 밤에 어딘가에서 술 한 잔을 즐기는 즐거움을 몰랐을 때여서 하루의 마무리는 늘 저녁노을이었던것 같다.
때로는 한적한 곳으로, 자주 어느 언덕으로.
저녁노을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온동네가 정전이 되었던 적도 있고,
개가 하도 짖어대는 통에 진짜 쟤네 미쳐버린거 아닐까 무서워하며 걸음이 빨라졌던 기억도 있고,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숙소 옆 가게 주인을 만나 오토바이를 얻어탔던 적도 있고.
기억들만 모아봐도 재미난 책 한권 되겠다 싶다.
그때도 궁금했다. 왜 평소엔 보지도 않는 일몰이 여행자에겐 필수 일정이 되어버리는 걸까, 왜 매일 일몰을 찾아다니는 걸까.
여행자의 여유로,
하루 하루가 가는게 아쉬워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시간이어서?
지금은 아름다워서 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순간만 볼 수 있는, 우주에서 단 한 번 일어나는,
잠깐의 아름다움.
아직 해가 있고, 아직 오늘의 태양이 내가 있는 곳에서 달아나지 않았고,
가보지 못한 저 먼곳에서 우연과 우연이 만나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일몰인지 일출인지 가늠안가는 순간도 아름답고
가까이 있는 것들이 뭔지, 누군지 흐릿해지는 순간도 아름답다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색깔이 아름답고
일몰의 순간 살랑 불러오는 바람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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