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_목수정

2011. 2. 21. 01:41잔상들 (책,영화,전시 등)


펼쳐진 책 이미지가 왠지 마음에 들어 풀무원 블로그에서 가져온 이미지! :-)


2년 전부터 읽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이제서야 결국 책장을 넘기게 된 책.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이 책은 서른에 홀연히 프랑스로 떠나 문화정책을 공부하고 그곳에서 희완 트호뫼흐라는 한 예술가를 만나 결혼제도 대신 사회연대계약(pacs)을 맺어 가정을 꾸린, 한국으로 돌아와 민주노동당 문화정책 연구원으로 일하며 지난 대선 때 문화정책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공약을 세운 목수정이 자신의 삼십대와 여러 경계에서 느낀 바를 스스럼없이 까발려 놓은 책이다. 
프랑스의 한국 유학생으로, 프랑스 예술가의 연인인 한국인으로, 보수적인 사회에서 진보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다름의 경계에 선 목수정이 풀어내는 이야기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경계는 나도 역시 밟고 서 있는 '변하지 않는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와 '그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의 경계였다.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는 마치 한 연예인이 쓴 자기관리 책마냥 자아도취적인 분위기가 지식인의 언어로 드러난다며 심드렁하기도 했고, 혁명이라도 하자는 듯 '절연'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신경쓰였으나, 100% 공감하는 몇 가지 때문에 일독을 권하게 되는 책이다. 

표준화에 저항하라는 것. 
일생의 어떤 시기도 다른 시기의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문화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목수정의 견해 ; 프랑스의 문화정책, 예술인들의 연대, 등등 

나에겐 '독립하라!' 라고 외치는 책이기도 했다. 
나를 괴롭히는 동의할 수 없는 아이디어에서 독립하라, 
나의 생각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죄책감으로부터 독립하라, 
사람들이 일반적이라고 말하는 재미없는 수렁으로부터 독립하라. 

그래서 '절연'을 외치고 싶어졌다. 
우선은 뜨뜻미지근한 순응적인 태도와 절연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