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9. 04:41ㆍ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지중해_여기저기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독일 내 로마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도시, 트리어 Trier
모젤강이 흐르고 강 따라 포도밭이 아름답게 펼쳐진 트리어 지역은 모젤 와인 산지 중 하나이고 고대 로마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켈트족이 기원전에 이곳에서 나는 와인을 마셨다는 흔적이 남아있긴 하지만
군인들에게 급료나 보급품으로 올리브오일과 와인을 줬던 로마 시대 때 이르러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와인 제조가 시작된 걸로 여겨진다(로마 유적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마음이... 와인으로 흘러가는..)
이번 여행은 바르셀로나에서 쾰른으로 1시간 40분 비행, 쾰른에서 트리어로 2시간 20분 기차를 타며 시작되었다.
3박이지만 온전한 2일 + 반나절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고,
처음엔 시간이 많다 생각해서 룩셈부르크도 다녀올 수 있겠는데? 했으나...
게으른 나와 온통 걸어다녀야만 하는 트리어가 날 이곳에 묶어두었다는 (게으른 자의) 변명.
왜 때문에 피곤한거죠?
하루에 10,000보 남짓 걸었을 뿐인데 왜 때문이죠?
칼 맑스 아저씨
여튼 트리어는 로마 유적지 말고 칼 맑스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곳이다만, 박물관 및 생가를 방문해보진 못했다.
아침잠이 많은 나와 5~6시면 문을 닫는 모든 방문지 때문에... 또르르..
마침 올해가 칼 맑스 탄생 200주년이라 이곳저곳이 모두 맑스 맑스 맑스...
기념품 샵에는 맑스 와인, 맑스 초콜렛, 맑스 커피, 그 중에서도 제일 재밌었던건 맑스 저금통.. 읭? ㅋㅋㅋ
[로마 밖 로마]를 올해 안에는 거의 다 보겠다는 계획으로 트리어 여행을 시작한다.
나는 2.5일에 걸쳐서 봤지만, 조금 부지런을 떨면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 부지런히 돌아도 다 볼 수 있을 듯 싶다.
>트리어에서 볼 수 있는 로마 유적지(괄호는 입장료) / 박물관 제외, 전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됨.
포르타 니그라 Porta Nigra (4유로)
황제의 목욕탕 Kaiserthermen (4유로)
원형경기장 Amphitheater (4유로)
바르바라 목욕탕 Barbarathermen
비흐막트 목욕탕 Thermen am Viehmarkt (4유로)
로마 다리 Romerbrucke
콘스탄틴 바실리카 Konstantinbasilika
그리고 Rheinische Landesmuseum 주립박물관(8유로) 내부에 로마 동전, 로마 모자이크 바닥타일, 로마 가도에 늘어져있던 석관 등 전시 중.
>박물관을 입장할 계획이라면 안티켄Antiken 카드를 추천
베이직 안티켄카드는 로마 유적지 2개 입장 + 박물관 = 12유로
프리미엄 안티켄카드 로마 유적지 4개 입장 + 박물관 = 18유로
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비흐막트 목욕탕은 내부관람이 별로였다. 포르타 니그라 내부는 흥미롭긴 한데! must see까지는 아니었던 듯.
베이직 카드로 황제의 목욕탕과 원형경기장 입장하고 박물관을 봐도 되고
박물관에 흥미가 없다 싶음 원하는 곳을 골라 입장료를 지불하는게 낫겠다.
+아래 순서대로 둘러보면 동선상 손해 보지 않는(?) 루트가 될거다.
그럼 트리어 여행 고고씽~!(옛날사람...)
>트리어
켈트족이 기원전4세기 초에 발견, 거주한 흔적이 있다.
고대 로마 시대때의 이름은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 Augusta Treverorum으로 트레베리 지역의 아우구스투스(로마 초대 황제, 씨저의 양아들)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갈리아 지역의 수도였던 4세기에는 인구 7만5천명으로 알프스 이북 최대 도시였는데
해방노예, 시민, 상인, 정치인, 장인(기술, 예술가), 노예 등이 주민을 이루었다.
4세기 초, 황제의 거주 도시로 격상되면서 브리타니아, 갈 지역, 이베리아 반도,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모두 트리어에서 통치, 관할하기 시작했다.
6.4km의 로마 성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었고, 도시의 북쪽 끝은 포르타 니그라 / 남쪽은 원형경기장이 경계였다.
로마 시대 때 갖춰진 수도로 도시 내로 매일 25,000세제곱미터의 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트리어의 상징, 포르타 니그라 / 구시가지 방향에서 바라본 모습
내부는 중세를 거치면서 성당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포르타 니그라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 모습 / 왼쪽에 대성당이 보이네요
신시가지 쪽에서 바라본 모습
>포르타 니그라
로마 도시 성벽으로 건설된 건물인데 지금은 벽은 2천년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고 문만 남았다.
당시에는 32m 높이였지만 지금은 29.3m만 남았다.
문 역시 하단만 로마 때 그대로의 것이고 이후에는 다른 용도로 증축되거나 축소되며 어쨌든 이 자리를 버티고 있다.
2천년 동안 이 자리에 서서 트리어의 흥망성쇠를, 드나들었던 사람들을 지켜봤던 셈!
현재도 포르타 니그라를 경계로 안쪽은 구시가, 바깥은 신시가로 나뉘고 있다.
2, 3층은 내부가 가운데 회랑이 중정으로 뻥 뚫린 이상한 구조이긴 하지만 중세를 거치며 성당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모던한 유리 구조물 안에 있는 비흐막트 목욕탕
중요하니까 이렇게 건물도 만들어놨을텐데... 당최 상상하기가 너무 어려웠던 곳 ㅠㅠ
>비흐막트 목욕탕
중세 이후 가축시장이 열려서 비흐막트 광장, 그 광장 근처에 있어서 비흐막트 목욕탕으로 불림.
1998년 독일 건축가 Oswald Mathias Ungers가 발굴된 유적지를 덮는 유리큐브 형태로 디자인해 현대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됨.
안티켄 카드로 입장이 가능하고 따로 방문할 경우 4유로인데, 내부는 굳이 들어가보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영어로 된 안내지를 나누어주긴 하는데, 각 사이트의 용도가 상상력을 동원해도 좀 알아보기 힘들더라...
차라리! 무료입장인 바르바라 목욕탕이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 등이 훨씬 친절하다.
비흐막트 목욕탕은 유리건물 바깥에서 내려다보는 정도로도 괜찮다고 생각.
로마 다리. 인도도 있어 걸어서 건너볼 수 있다
>로마 다리
기원전 17년, 모젤강을 가로지르는 최초의 다리가 놓여졌는데, 바로 이 다리!
다리가 세워짐으로써 도시로써의 트리어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로마 시대에 이미 건축가는 있었다. 수학에 기초해 설계를 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모두 군인들!
전쟁을 하는 와중에도 다리 놓고 성벽 쌓고 길 닦던 로마 군인들이 지금 남아 있는 많은 로마 건물들의 숨은 공로자들인 셈.
강변에 산책로가 있어서 슬렁슬렁 걸어보기 좋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있고, 산책 즐기는 사람들도 많더라.
주거지에 둘러싸인 바르바라 목욕탕
안내판에서 찍은 사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지금은 가로질러 구경할 수 있게 철제 다리가 만들어져 있다
>바르바라 목욕탕
AD 2세기에 만들어진 목욕탕으로 인근의 성녀 바르바라를 기리는 성당이 있었어서 나중에 이름이 붙여진 것.
로마의 목욕탕은 단순히 씻고 사우나를 즐기는 용도가 아니라 운동을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정치적이고 사교적인 공간이자 목욕을 하는 공간이었던 곳. 냉탕과 온탕, 열탕으로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고
우리나라 온돌 구조처럼 지하에 열을 전달하는 건축적 구조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처럼 뜨거워진 돌이 열을 전달하는게 아니라 덥혀진 공기가 열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모든 수영장에 물을 다 채우기 위해 매일 1,250세제곱미터의 물이 필요했다고 하고, 사용된 물은 모젤강으로 바로 흘러가도록 배수시설이 되어 있었다.
잔디 경사처럼 보이는 곳은 원래 돌로 만든 관객석이 있던 장소. 왼쪽 멀리 언덕에는 포도밭
아레나 아래 내려가볼 수 있다.
검투사나 동물들이나 연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마키나(엘리베이터)를 타고 극적으로 뿅! 등장했겠지
>원형경기장
160~200년 사이에 건설됨. 경기장 자체가 도시 성벽의 기능도 한다.
동물 사냥, 검투사 경기 뿐 아니라 음악연회나 종교행사도 진행되었다.
경기장을 덮은 모래가 라틴어로 arena 아레나인데 그 모래로 덮인 원형 공간과 더 확장된 공간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3세기 경에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경기장 지하에서 경기장으로 바로 등장할 수 있는 리프트(마키나 : machina)가 설치되었다.
로마의 지배가 끝나자 원형경기장은 인근지역의 건축물들(중세 때 주로 종교 건축물)을 짓기 위한 채석장으로 활용되었고
1816년부터 체계적인 고고학적 발굴이 이루어졌다.
원형경기장 객석 제일 위까지 올라가볼 수 있는데, 그곳에 서면 인근 비탈 언덕에 들어선 포도밭을 볼 수 있다.
이 경기장 역시 발굴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객석을 덮은 흙에 포도를 심었다고 한다.
황제의 목욕탕 입구에 발. 뙇!
전경을 볼 수 있는 건물에 올랐으나 전경을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다는...
목욕탕 입장하는 로마 사람 입장에서는 오른쪽 잔디가 먼저, 서서히 왼쪽으로 오는 방향
가장 안쪽, 중세 거치며 도시 성벽으로도 쓰이고 하면서 남은 벽 부분
건물 지하에는 보일러 시스템, 상하수도 구조가 남아 있다. 들어가보면 지하 도시의 복도 같다
>황제의 목욕탕
황제의 목욕탕은 원래 설계계획대로 완공되지 못했던 목욕탕이었다. 게다가 공용목욕탕으로는 겨우 몇십년 동안만 제기능을 했을 뿐이었다.
4세기에는 군대 시설로 활용되었고 5세기에는 인근 건축을 하는데 돌을 가져다 쓰는 채석장의 역할을 했다.
중세 후기 때 목욕탕의 가장 안쪽 반원형 구조 바로 옆으로 성벽이 올라갔고
2차 세계대전 때는 폭탄 피해를 입어 건물의 상당부분이 훼손되었다.
본래 목욕탕의 용도로 돌아오면! 건물의 정면에는 넓은 부지가 있는데 게임이나 운동을 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차가운 물 수영장을 거쳐 뜨거운 물 목욕탕까지 이어졌고, 그 사이에는 따뜻한 물 공간이 있어
점차적으로 온도를 높여가며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운동하며 자기의 단련된 신체를 뽐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목욕을 즐기며 부메랑처럼 생긴 도구로 각질을 긁어내기도 했다.
내가 알기론 목욕탕이 남녀의 구분이 있거나 남성용만 있었던 걸로 아는데,
폼페이 역시 남성용과 여성용이 구분되어 있었고!
여기 자료 그림에는 남성 여성이 섞여 있다. 잘못된 정보이거나, 아님 이 동네는 이랬나요?
원형경기장에서의 맹수 싸움, 검투사 경기 등이 묘사되어 있던 모자이크
로마 황제 옆얼굴이 새겨진 동전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티베리우스, 베스파시아누스 등
그 동전을 찍었던 도구! 돌에 새겨놓고 녹인 금속에 통 통 찍어서 만들었던 동전
도시 밖, 로마 가도 양쪽에는 묘비로 가득차 있었다. 생전의 명성과 부에 따라 디자인도 각양각색
>주립박물관
사진이 있는 어떤 종류의 신분증이라도 맡기면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빌려준다. 영어 있음.
신분증이 없었던 나는... 그냥 들어가서 봤는데, 안내가 거의 독일어.. 또르르...
중간 중간 가~~~끔가다 영어 안내가 있을 뿐.
로마 관련된 전시실만 봤는데, 옛날 저택의 바닥을 장식했던 화려한 모자이크 타일 조각들,
도시 밖, 로마 가도변에 줄지어 세워졌던 무덤 조각들, 각종 건물과 기념비 등을 장식했던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다.
무덤 조각들을 보며 생전에 이 사람이 어떤 일을 했던 사람이길래 이런 조각을 무덤에 넣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는 재미!
>콘스탄틴 바실리카
바실리카는 직사각형의 길다란 형태로 주로 도시의 정치적 사회적 중심이었던 포럼과 맞닿아 지어졌다.
고대 로마 시대 때는 바실리카가 시장의 역할, 토론장의 역할, 교육 장소의 역할을 했는데
나중에 기독교의 시대가 되면서 종교 공간이 되었고 여전히 교회 건물을 바실리카라고 부르고 있다.
콘스탄틴 바실리카는 현재 프로테스탄트 교회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가 굉장히 심플하고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모던한 분위기. 천장에서 내려오는 조명도 모던한 분위기에 한 몫 한다.
요로케 트리어 로마 유적지 여행 마무리!
숙소는 에어비앤비,
교통은 쾰른-트리어 왕복 기차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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