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4. 00:54ㆍ아시아_공부하고 일하고 여행한
포장도로를 따라 택시를 타고, 골목길을 걷고, 마중 나온 네와르족 주민분의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드디어 주인공의 집에 도착하자,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 잔치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 눈에 먼저 띄었다. 주인공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니, 남자는 안되고 여자만 따라오란다. 좁고 어두운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불도 켜지 않고 창문에 커튼도 드리운 어두운 방에 그날의 주인공인 언줄리가 언니, 고모, 등 친척 여자어른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네와르 족의 성년식은 ‘태양을 바라본다’라는 의미처럼 태양을 보는 순간이 클라이막스이다. 언줄리는 그날로 12일동안 태양을 바라보지 않은 상태였다. 이 기간 동안에는 태양을 직접적으로 쳐다볼 수 없고, 머무르는 방도 커튼으로 빛을 가려 어둡게 하고, 남자들을 볼 수도, 남자들이 주인공을 봐서도 안된다. 가족일지라도 남자형제나 아버지는 언줄리를 볼 수 없다. 장장 12일 동안 언줄리는 부모님의 품을 떠나 어둠 속에서 자신을 끝없이 만나며 태양을 보는 순간을 기다렸을 것이다. 이 어둠이 끝나는 날, 수리야 더르슨의 경험을 이미 치룬 여자 친척들은 언줄리를 아름답게 치장하는데 온 정성을 쏟는다. 화장하고 머리를 매만지고, 전통 드레스를 예쁘게 입히고, 신발을 신긴다. 아마 지난 수백년동안의 수리야 더르슨의 날, 이 과정은 계속 반복되었을 것이다. 예쁘다, 넌 소중하다는 마음을 손끝에 담아 수리야 더르슨의 선배가 후배에게 전달해주는 공동체의 문화는 그 어둠 속에서 조용한 감동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치장을 마친 소녀는 햇빛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린 채 수리야 더르슨의 순간을 맞게될 옥상으로 향한다. 이미 옥상은 언줄리의 빛봄의 순간을 축하하기 위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다. 언줄리가 신에게 예의를 갖추고, 고개를 들어 가리개를 벗고 태양을 보는 순간,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모두 환호와 박수로 그 순간을 아낌없이 축하한다. 그 전까지 옥상에 흐르는 그 긴장이란. 태양을 보는 단순한 행위일 수도 있는 그 순간에 누구도 입밖으로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언줄리의 성장을 축하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한 마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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