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9. 23:09ㆍ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요르단 2019 크리스마스
조식을 먹고 어제 못 들어가본 사해에 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수영복을 입고 객실에 비치된 목욕가운을 입고 호텔 바닷가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두번 갈아타고 내려가니 해발 마이너스 430m의 사해에 다다랐다. 날이 흐리고 바람도 불어 난 절대 바다에 안들어갈거라고, 못들어간다고 버텼다. 수영복 입고 온몸에 진흙을 바른 외국사람들을 보며 쟤들 미쳤다, 이런 날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바람이 순하다 싶었고 갑자기 에잇 하는 마음에 가운을 벗고 까치발로 바다를 향했다. 사람들이 물 속이 밖보다 덜 춥다고 하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바다 온도는 2달 전 기온이라고도 하던데, 아무래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몸으로 믿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 아닌가? ㅎㅎ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행동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 이게 더 맞겠다.
과연 바다는 따뜻했다! 엥? 싶을 정도로.. 그리고 두번째 놀라움은 진짜로 몸이 둥둥 뜬다는 것이다! 설마 진짜일까 싶었는데, 물이 나를 밀어올리고 내 몸을 띄웠다. 그래서 오히려 엎드리면 자꾸 몸을 뒤집는다. 뒤로 눕는게 상책이다. 물은 물이라기 보다는 맑은 기름같이 미끌미끌했고, 피부 위에 남은 물기도 오히려 기름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샤워를 해도 보들보들하고 촉촉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아 진짜 신기한 자연의 신비. 물고기는 없지만 죽은 바다라는 이름은 너무한데 싶은 신선함. 이슬람 사람들은 ‘롯의 바다(바르 룻)’라고 불렀다는데, 그냥 이렇게 불러줘 싶은 마음이다.
사해에서 진흙 팩도 해보고 물에서 놀다가 나와 체크아웃을 하고 성지순례의 날을 시작했다. 우리 셋 아무도 종교가 없고, 심지어 나는 무신론자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중인데 왜 그랬을까? 왜 이 모든 곳들이 보고 싶었던걸까? 나는 신보다는 신을 믿는 사람들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것들과 신성하고 신비로운 기운을 보는 것은 놀라운 경험일 때가 많았다. 그리고 요르단은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멋진 여행지였다.
첫번째로 방문한 곳은 ‘베다니’라는 곳으로 예수님이 사촌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요단강이다. 베다니는 바로 코앞이 웨스트뱅크라서 요르단 쪽에서도 군사지역이다. 자유롭게 둘러보지 못하고, 티켓 검사를 한 후 가이드와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 투어는 한시간 정도 소요되고, 예수님 세례터와 요단강변 그리스정교 교회, 요단강을 방문한다. 요단강에서는 바로 코앞 웨스트뱅크 쪽에서 침례나 세례의식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웨스트뱅크는 팔레스타인의 자치지구라지만 사실상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는 지역이다. 근데 진짜 코앞. 이스라엘 쪽에서 댐을 통해 수량을 조절하고 있기도 하고 가뭄 등의 이유로 요단강의 수량이 대폭 줄어 강폭이 겨우 3미터 정도밖에 안된다.
사실 느보산을 가려던건 아니었는데, 가깝길래 또 시간도 충분하길래 느보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데리고 나와 광야를 40년간 방황한 모세가 숨을 거두었다는 산이 바로 느보산이다. 파라오의 핍박을 까맣게 잊은 사람들이 물이 없다고, 모세가 자기들을 고생시킨다고, 이럴바엔 이집트 시절이 나았다고 모세를 달달 볶았던 40년의 세월동안 묵묵히 하느님을 믿고 따르던 모세 역시 이스라엘 코앞에서 약속의 땅을 바라보기만하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스라엘 쪽은 사해 방향이라 고도가 느보산 쪽에서부터 서서히 내려가며 평야를 이룬다. 성경을 믿고 안믿고를 떠나 그 상황에 놓인 인간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햇빛이 드문드문 비추는 이스라엘 쪽 땅을 바라보는데 왠지 아련한 기분이다.
성지순례의 날을 장식하는 마지막 방문지는 마다바, 모자이크 도시이다. 6세기의 모자이크가 그리스정교회 성조지성당 바닥에 남아있는데, 많이 파괴되었지만 여전히 베들레헴, 예루살렘, 세례터와 나일강 삼각주 부분까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베다니에서 가이드가 예수세례터의 정확한 장소가 어디냐에 대해서 여러 말이 많지만 마다바 모자이크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베다니가 맞다고 얘기한것처럼 사해 옆 지금의 베다니 위치에 세례터가 표시되어 있다. 예루살렘은 신성한 도시라고 적혀 있다 하고 특이한것은 사해에 배처럼 보이는 게 떠 있다는 것이다. 옛날엔 배를 띄웠나? 이 엄청난 염도를 견딜만한 나무 배가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종교 없는 세사람의 성지순례를 마치고 나니 벌써 어둑어둑하다. 겨울의 요르단은 관광객이 많지 않고 물가도 좀 싸다지만 확실히 해가 짧다. 더 늦어지기 전에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암만으로 향했다. 도시와 가까워지자 차도 많아진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는 마지막 2박을 한다. 숙소에 짐을 풀고 레인보우 스트리트가 유명하다기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과연 암만은 일곱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였다. 구글맵(기본 버전)으로 내 숙소에서 레인보우 스트릿까지 15분 거리길래 걸었더니 그냥 계속 오르막.. 내 숙소는 구도심이고 목적지는 언덕 위에 있으니... 갤러리나 기념품샵, 식당들도 있는 길이라기에 가봤는데 비가 내리는 밤이어서인지? 별로 재미난 느낌은 없었다. 암만 도시의 분위기가 이런건가 약간 실망하려던 차, 입구에 식물을 예쁘게 가꿔놓은 레스토랑을 발견! 하루의 마무리를 했다.
-암만 호텔 잡는데 시간을 제일 많이 쓴 것 같다. 가격과 위치와 컨디션이 뭐 하나 마음에 쏙 드는게 없었다.. 결국 예약한 곳은 Art Hotel Downtown. 객실 깔끔하고 넓고 조식 심플하고 위치는 구도심!
-레인보우 스트릿은 왜 유명한거지? ㅎㅎ 암만에 며칠 더 있어보면 알게되려나; 며칠 더 있어도 레인보우 스트릿 보다는 구도심 구석구석을 구경하는데 시간을 더 쓸 것 같다.
-그래도 레인보우스트릿에 Sufra restaurants 는 좋았다. 음식도 맛있고, 입구에 작은 정원도 예쁘고. +맞은편에 상점이 하나 있는데, 사해 모래로 구운 그릇도 팔고, 지역 여성들이 직접 수놓아 만든 코스터나 스카프도 팔고 우리 셋 모두 충동구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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