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하] day 5~6. 요르단은 국토의 80%가 사막입니다, +그 안에 숨은 온천과 사해

2019. 12. 28. 16:49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요르단 2019 크리스마스

와디럼 1박을 마치고 우리는 사해로 향한다. 엉터리로 알려주는 네비와 함께.. 그래도 이 구간은 아랍 네비와 차량 네비와 구글맵이 같은 루트를 보여준다(동행의 구글맵과 내 구글맵이 간혹 다른 길을 알려주는건 왜 때문이지? 이것도 에이아이?). 와디럼 빌리지에서 나와 고속도로(desert highway)에 접어들어 북쪽으로 달리면 한동안은 떠나온 와디럼이 오른쪽 멀리에서 보인다. 바람이 깎아놓은 바위산들이 아침안개에 마치 베트남 하롱베이처럼 보인다고 동행과 ‘요르단의 하롱베이’라는 몹쓸 이름도 던져본다.

직접 봤을 땐 좀 더 하롱베이 같았는데 ^^;

 

앞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도 읽고,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테마기행>,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 요르단 장면들, 기독교 방송에서 다녀온 성지순례 요르단 편까지 이곳을 배경으로 삼은 영상과 사진을 봤음에도 실감하지 못했던 것이 있는데, 요르단은 국토의 80%가 사막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그 장소에 서 있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냄새나 공기, 공간감 때문에 암요, 여행이 계속되는 것이지 싶은 순간이 바로 요르단의 건조한 공기와 모래바람을 만났을 때였다. 내가 읽은 앞부분 성경 배경인 광야가 펼쳐진 나라, 물론 북부 지역은 울창한 숲도 보이긴 했지만 중남부 대부분의 지형에서 그 생경한 건조함이란.. 이건 모로코의 사막/반사막 지대와도 확연히 달랐는데 보다 진정성있는 건조함이랄까... 비로소 아라비아 사막에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요르단의 하롱베이를 지나자 비가 약간 내렸고 동시에 햇살이 비추는 바람에 쌍무지개가 오랫동안 하늘에 걸려 있었다. 무지개의 시작점인지 끝나는 지점인지, 어느 나라의 이야기에선 요정들이 사는 동네라 했던가? 그 동네로 들어가는 문이라 했던가? 그곳을 콕 집을 수 있을만큼 무지개가 보였고 오늘 참 아름다운 날이구나 싶었다. 잠깐 사진찍고 가자 싶어 갓길에 차를 대고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문짝이 휙! 열리기 전까지는 온통 요정 분위기였다. 황급히 문을 닫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자, 강한 바람 때문에 문짝이 꺾일 수 있으니 문 열 때 반드시 잡고 열라던 아이슬란드 렌트카 직원의 말이 생각났고, 여기도 다를 바 없었다. 쌍무지개만 보고 나가려했는데, 밖은 엄청난 바람이 불어대고 있었고, 주변은 광야였기에 얼만큼의 바람이 부는지 알려줄 나무도 없었던 것. 어쩐지 차가 흔들리는게 심상찮더라니..

쌍무지개를 지나 계속 달리자 강렬한 바람에 모래가 더해져 시야가 불과 200미터 남짓밖에 안되는 구간이 이어졌다. 드문드문 고속도로에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집들이 있는 지역을 지나갔는데, 심상치않은 모래바람을 일상처럼 견디고 사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모로코에서도 메르주가(사하라 도시)에 모래바람이 심하게 불면 호텔 방 안까지 고운 모래가 쌓이곤 하는데, 이중창문 같은 시설도 안보이는 여기도 비슷할것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나름대로의 대처법과 생활의 지혜가 있겠지 싶어 그 방법이 대체 무엇일까 머리를 굴려보며 모래바람 구역을 지났다. 어느새 차 안 공기에서도 텁텁한 모래 맛이 나는 것 같았고, 기분 탓인지 입안에서는 먼지같은 모래가 씹히는 것도 같았고... 커피를 한잔 하고 싶은데, 달리는 길 근처에는 휴게소랄 것이 없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어느 마을을 벗어나기 직전 카페가 보이길래 잠깐 들렀다. 커피를 주문하고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길을 물었다. 네비가 추천하는 길과 두번째 추천하는 길(좀 더 짧고 덜 구불구불한 길)이 있는데 어디가 낫겠냐며 물었더니 아저씨는 오늘같이 모래 바람이 부는 날에는 두번째 길로 가다간 모래바람 때문에 길이 통제될거라며 첫번째 길로 가라고 하신다. 물어보길 잘했다!

사해로 가는 길에 함마마트 마인이라는 온천 동네가 있다. 왕이 될 운명, 메시아(예수) 탄생의 예언을 듣고 자기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두살 아래 아기들을 모조리 죽이도록 명령했다는 헤롯왕이 피부병으로 고생했을 때 찾았다던 온천이다. 아기들을 죽이는 장면은 르네상스~바로크 시대 그림으로도 많이 남겨져있고,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 탄생의 파사드에 조각으로도 있는데, 역사적 사실여부와 헤롯왕의 업적vs광기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이 있는듯 하다. 여튼 그 헤롯왕이 별장도 지어놓고 온천을 즐겼다는 곳이 이 함마마트 마인. 요르단의 곳곳이 성경과 맞물릴때 신자가 아님에도 묘한 감동과 즐거움이 있다. 아는 사람 동네 놀러간 기분이라면 너무한가 ㅎㅎ

함마마트 마인의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뜨끈한 온천물이 폭포를 이루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온천하기 딱 좋은 온도가 되어 물이 떨어지고 안쪽 동굴에는 마치 사우나처럼 후끈한 방도 마련되어 있다. 이 지역이 온천지대라 다른 곳을 찾아들어가면 무료로 온천을 체험해 볼 수도 있지만 우린 시간도 없고 해서 15JD 를 내고 들어가는 유료 온천으로 갔다. 샤워실도 마련되어 있어 개인 수건만 챙기면 됨. 

변화무쌍한 날씨, 계속 변하는 지형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강아지 수십마리가 살고 있었다
해발고도를 낮춰가며 계속 내려가는 길
사해 가까이 내려오니 푸릇푸릇 밭들이 보인다
사해!
자주 보이던 염소/양떼와 목자

 

와디럼에서 지프를 타고 달리며 모래 바람도 맞고 텐트에서 하룻밤 잔 몸을 온천에서 한번 풀어주니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폭포로 떨어지는 온천수를 목 뒤, 어깨와 등으로 맞고 있자니 어르신들처럼 시원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폭포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어르신들의 표정도 만국 공통.. 
함마마트 마인까지 가는 길은 좀 구불구불 힘들었지만 모래바람 사막지대를 벗어나 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난 사암 퇴적층 지대를 지나 아래로 아래로 계속 내려가다보니 관개수로로 농사짓는 푸릇푸릇한 동네도 지나가고 사해도 살짝 보고(생각보다 엄청 넓어서 깜놀!) 풍경이 끊임없이 변하는 그런 길이었다. 해발고도가 800미터 정도 된다는 와디럼에서 해발고도 -400(마이너스다!) 정도의 사해 지역으로 내려오니 공기도 다르고 식물도 다르고 날씨도 다르다. 아침에는 털모자에 장갑까지 꼈다가 오후엔 수영복을 입고 야외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차이. 이것이 고도 1200미터의 차이! 

좀 더 있고 싶었지만, 해가 지기 전에 다시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해 나가 오늘의 호텔에 체크인을 해야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래도 한 한시간 정도? 머무른듯. 겨울의 요르단은 비수기라 사람이 많지 않고 숙소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좋긴 했지만 해가 4시 40분이면 져버려 하루가 짧긴 했다. 그래도 장단점은 있다. 지난 여름 북유럽에서 하루 중 20시간 해가 떠있는 날들은 오히려 너무 힘들었어... 어두워지지 않으니 밖에서 뭐라도 해야할것 같았던 시간들.. 말그대로 긴 하루... 
사해 호텔 체크인을 하니 해지기 5분 전이라 사해 바다에는 내려가보지 못하는 시간이 되었다. 일몰에 맞추어 호텔에서 바다쪽 출입을 통제하더라. 잘됐다. 오늘은 맛난거 먹고 쉬어보자!

-함마마트 마인 유료 온천 안에 호텔이 하나 있는데, 투숙객은 예약 바우처를 보여주고 호텔과 확인이 되면 입장료가 제외된다.
-요르단 모든 호텔에서 차를 갖고 들어갈 때 입구에서 위험물 있는지 없는지 기계로 차 아래를 스캔하는 작업을 거친다. 트렁크도 열어보라고 하고! 쫌 귀찮지만 안전을 위한 것이니... 전쟁없는 그날까지! ㅠㅠ
-아카바에서 일행 두분은 인터콘티넨탈에 묵고 나는 근처 에어비앤비에 묵었는데, 두분 만나러 호텔에 가니 입구에서 투숙객이 아닌 사람에게 여권 요구함.
-사해에는 리조트형 호텔 뿐이라 힐튼에서 묵음. 회원가입하고 호텔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하는게 가격이나 리셉션 직원들과의 소통에서도 제일 나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