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하] day 4~5. 화성에 다녀왔다. 와디럼

2019. 12. 27. 03:50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요르단 2019 크리스마스

지구같지 않다, 화성같다, <마션>을 찍은 곳! 와디럼을 가기 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수식은 이런거였다. 과연 와디럼은 붉은 사암과 화강암이 오랜 시간동안 바람에 빚어져 완성된 화성같은 척박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이곳을 지나쳐가며 많은 흔적을 남긴 곳, 지금도 사막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연에 적응해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곳이 와디럼이었다. 그리고 화성같은 풍경 속에 나무와 동물들도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보려면 베두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투어에 참가해야 한다. 와디럼 내부는 보호지구라 일반 차량이 못 들어가는데다 들어간다 하더라도 오프로드이고 길을 모르니 허사! 투어를 미리 예약하거나 와디럼 보호지구 입구에서 개인투어든 모집이든 요청하면 된다.

우리는 아침 9시부터 석양까지 지프로 와디럼 일부를 둘러보고, 그 후 베두인 텐트에서 하룻밤 자는 일정의 투어를 미리 예약해 참가했다. 아침 8:30에 사무실에 도착하니 우리와 함께 할 다른 여행자들이 먼저 와있다. 중국 커플, 독일 커플, 독일 3인 가족, 그리고 우리 총 10명이다. 네덜란드에서 온 자원활동가 비앙카 언니가 투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주고 투어비를 걷는다. 카드나 달러 노노, 오직 요르단 디나르로 1인당 65JD(약 십만원). 좀 더 비싼 럭셔리급 숙소나 영화 마션에 나온 돔 같은 집도 있는데 굳이 물도 부족한 와디럼에서? 싶다. 그리고 우리가 하루 묵은 숙소도 불편함없이 충분했다. 짧은 오리엔테이션 후, 지프 두 대에 나눠 타고 출발~ 우리는 독일인 3인 가족과 한 차에 타게 됐다.

“여기 물이 있어요” 라고 적어놓은 2천년 전 안내문
로렌스의 샘은 지금 낙타들의 오아시스

 

가장 처음 들른 곳은 ‘로렌스의 샘’이라 불리는 곳으로 아랍대반란 당시 영국군인 로렌스와 아랍반군이 물을 마셨다는 곳이지만 그보다 족히 2천년 전에 나바테아인들이 물이 있다고 바위에 새겨둔 흔적이 있는 곳이다. 샘은 산을 올라가야 다다를 수 있지만 지금은 호스로 연결해 물을 끌어와 낙타나 동물들이 마실 수 있도록 해뒀다. 우리 가이드 나와프가 말하길, 모든 낙타들은 다 주인이 있는 낙타들이고 뺨이나 엉덩이 쪽에 살짝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문신을 새겨 누구네집 낙타인지 표시해뒀다 한다. 어디 묶어두지 않아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풀을 뜯다가 물을 마시러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아라비아 사막의 낙타들은 모두 쌍봉낙타인줄 알았는데, 얘들도 모로코 애들처럼 단봉낙타(dromedary)다.

 

붉은모래언덕에서 내려다본 와디럼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붉은 모래 언덕이라 불리는 곳이다. 암석언덕 옆에 붉은 모래 언덕(사구)이 있어 사막의 기분을 느껴볼 수 있기도 하고, 위로 올라가면 와디럼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기도 하다. 나와프는 사구로 오르면 힘드니까 옆에 암석산으로 올랐다가 내려올 때 사구로 내려오라고 꿀팁을 줬다. 와디럼은 진짜 넓다. 720제곱킬로미터(감도 안오지만 찾아보니 부산보다 약간 작은 정도, 서울보다 크다!)의 크기이고 이 안에서 여전히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에 들른 사무실은 초입의 와디럼 빌리지에 있었는데, 거기엔 상점이나 집들도 몇 있고 새로 짓고 있는 건물도 꽤 있었다. 나와프의 할아버지는 여전히 와디럼 안에서 염소, 낙타를 기르며 유목을 하시는데 동물들 먹을거리 때문에 간혹 이사도 가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요건 결혼식에 대한 암각화, 우린 초대받지 않았다며..

 

카잘리 협곡에도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이쪽으로 가면 동물이 있다’ 같은 사냥 정보부터 ‘아이가 태어났을 때 뱀을 잡아 기름을 바르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 같은 당시 의학정보까지 암각화로 그려 정보를 공유했다. 우리 가이드였던 베두인인 나와프는 영문과 아랍어로 적힌 안내판에서 설명하고 있는거랑 자기 얘기가 살짝 다르다며 재미난 이야기도 해줬다. 이런 재미가 여행을 계속 하게 하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는 찾아볼 수 없는, 고고학자가 밝힌 연구결과와도 다를 수 있지만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들이 와디럼을 풍부한 얘깃거리가 가득한 곳으로 만든다.

사막에서의 점심

점심은 나와프가 손수 만들어줬다. 미리 만들어 가져온 것도 있었지만 토마토와 채소를 춉춉 썰어 샐러드도 새로 만들고 갈라예트(토마토 베이스 건더기 많은 스튜?)도 맛있게 만들어줬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10인분의 점심을 준비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도와줄거 있어요? 물었더니 괜찮단다. 모닥불 피워서 끓여주는 차도 마시다가 주변도 휘휘 둘러보고 다른 여행자와 어디서 왔니, 어디로 가니 등등 이야기도 나누며 식사가 준비되기를 기다렸다. 인공적인 소음이 없는 조용하고 한가로운 이 시간이 참 좋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지 모르지만 굳이 몰라도 되는 시간이었다. 노닥거리며 차를 너무 마셔 광야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을 뿐이지만...

움프루트 바위 다리. 님들 다녀오세요... 전 여기서 사진을..
버섯 바위. 가는 길엔 하와이안 팬케이크에 시럽이 뚝뚝 떨어지는듯 생긴 바위산들이 양옆에..

 

점심식사를 마치고 마저 와디럼을 둘러보았다. 오전에 가본 ‘작은 다리’라고 불리는 곳보다 더 높고 아슬아슬하게 생긴 ‘움프루트 바위 다리’, 커다란 버섯 보러 가자고 데려간 곳에서 본 버섯 바위, 삼십분 정도 트레킹을 할 수 있었던 아부 카샤바 협곡을 차례로 둘러보고 오늘의 해를 배웅하러 갔다. 아침부터 마치 안개가 낀 듯 살짝 흐린 하늘이어서 해가 똑 떨어지는 모습은 못봤지만 그것만 일몰의 맛이던가! 희미하게 은근슬쩍 사라지는 오늘의 해도 잔잔하니 좋았다. 해가 지자 급격하게 밀려오는 추위는 보너스.

오늘 우리의 숙소로 지프가 달린다. 핸드폰은 이미 점심 즈음부터 터지지 않았고, 이제 기념품이나 차를 파는 텐트(랜드마크 지형에 다다르면 의레 있던)도, 소음도 없는 곳으로 모래바람 날리며 20분 정도를 가니 우리 텐트가 나타났다. 탄탄하게 지어진 화장실 & 샤워실, 공동공간 텐트, 주방건물, 그리고 숙박 텐트 이렇게 구성되어있다. 사람들은 공동공간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미 해도 졌고, 밖은 너무 추웠지만 공동공간 중앙에 완전 멋진 난로가 있어 옹기종기 그리로 다 모이게 된다. 스레 차도 시게 . 으로 . 프가 자기 으로 더니 래에 크게 파고 르브 . 부터 새가 , 너무 .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오리온자리와 시리우스. 삼각대없이 숨 참고 노출 십초 줘서 찍은 사진 ㅋㅋㅋ


사막의 바람은 와디럼 바위산도 깎았고, 큰 다리 작은 다리도 놓고 협곡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자고 있는 텐트를 흔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캠핑할 때의 그런 텐트는 아니고, 집 형태로 만들어 염소 털로 짠 천(진짜 베두인 텐트는 염소털로 만든다는데, 이것도 질감은 일단 비슷)을 덮어둔 형태이다. 바닥도 모래면에서 살짝 띄워 냉기가 올라오지 않게 했다. 태양열로 텐트 안에 전등이 딱 하나 들어오고 문은 안팎에서 잠글 수 있게 되어있다. 텐트 안에서는 신을 벗고 들어가라고 부탁하면서, 잘 때는 꼭 텐트 안에 신을 들여놓으라고 안내를 한다. 안그러면 내일 아침 모래가 가득 담긴 신발을 신게 될거라고... 바람은 엄청 불었지만 1인당 두개씩의 밍크 담요가 있어서 춥지 않게 잘 잤다. 나는 봄/가을용 침낭을 가져갔고, 일행이 핫팩도 몇개 줘서 테투안 우리집보다 따뜻하게 잔 것 같다. ㅎㅎ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가면 투어가 마무리된다. 우리 가이드였던 나와프는 23살 베두인 청년인데 웃는 모습이 참 선하고 귀엽게 생겼다. 능숙하게 팀을 리드하고 과하지 않게 친절하고 와디럼에 대해 설명해주고 질문에 성실하게 또 솔직하게(모르는건 확실치 않은데 이런거 같아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모습도 좋았다) 대답하는게 경험이 많아 보였는데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 학교에 다닌 적이 있지만, 소위 좋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 좋은 대학에 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매일 와디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자기 직업이 좋다고 얘기한다. 손님이 많으면 쉬는 날이 없지만, 일 자체가 휴식이라 휴일이 딱히 필요하진 않다고 말한다.
북부 도시에서 내려온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교를 다녔지만 6년 쯤 전에 그만뒀다는 나와프. 와디럼에서는 10살만 되도 할 일들이 있고, 어른들은 손이 필요할 때 아이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어른처럼 대해준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는 와디럼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또 어른이 되나보다.

여행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우린 왜 이리도 남들과 똑같지 못해 안달이며, 남부럽지 않은 직업과 차와 집을 가지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나 싶은 순간들이 있다. 똑같을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똑같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삶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누군가는 나와프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은 제한된 환경에서 자라났다고 말하겠지만, 적어도 나와프는 자기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기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알고, 남들과 자기를 비교하지 않아 보였다. 그런 모습들이 좋았고 나와프를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어 감사한 순간이었다. 헤어질 때 핫팩을 선물했더니 이걸로 차도 끓여 마시겠다며 너스레를 떤다.

 

-와디럼 보호지구는 투어를 통해서만 둘러볼 수 있다.
-개인 투어도 가능, 모객 투어도 가능, 1박도 가능하다.
-기본 텐트부터 럭셔리급까지 다양한 컨디션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여름엔 비박도!
-내가 선택한 ‘와디럼 노마드(wadi rum nomads)’ : 아침 9시~해넘이까지 지프 투어 + 텐트 1박, 점심과 저녁+다음날 조식 포함 = 65디나르. 우리 지프에는 총 6명 탑승, 텐트 숙박은 총 12명. 2, ( 5) .
https://www.wadirumnomads.com
+나와프가 그러는데 한국 사람들한테 자기네 유명하다고? 너네 가장 유명한 포털(네이버인듯)에 검색하면 우리 얘기 많이 나온다던데? 하더라 ㅋㅋㅋ 구글에서만 봐서 몰랐넹. 나도 대만족! 역시 한국 사람들 사이엔 좋은 정보가 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