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3. 10:21ㆍ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요르단 2019 크리스마스
요르단이다.
구글에서 Jordan 을 검색하면 신발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이 나오는 비운의 나라.. ‘요단강을 건넜다’라고 얘기하지만 그래서 그게 어딘데? 하면 잘 모르겠는 곳. 쌩뚱맞은 마지막 씬으로(갑자기 멋쟁이가 되서 추격전은 좀...) 빈축을 샀던 <미생> 해외 촬영지. 무려 성경의 배경.
여행 가고 싶은 나라들 중 하나였는데, 늘 그렇듯 생각보다 갑자기 오게 되었다. 모로코 테투안의 강한 겨울 바람이 매일밤 이삿짐을 싸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고, 내 방에서 이불 덮고 자는데 코는 왜 시려운데 싶어 춥고 쓸쓸했던 날, 손님으로 만나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여행을 함께 했던 분이 여행을 가자! 제안했던 것. 그래서 ‘요르단?’ 던졌고 너무나 쿨하게 ‘좋아요~’ 라는 대답으로 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일년중 수중에 돈이 가장 없을 때에 현금을 끌어모으고(뒤져보니 미화 16달러와 30영국 파운드가 나옴), 다음달의 나와 다다음달의 나를 신용의 이름으로 불러모아 비행기, 숙소 예약을 하며 여행 준비를 했다. 한글 정보가 많지는 않아 영문 검색을 주로 했고, 방대한 여행 자료를 업로드하는 블로거들이 어떻게 돈을 버나 구경하며 삼천포로도 빠졌다가, 애정하는 <마션>의 촬영지라기에 설렘이 폭발하기도 하고,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트랜스포머>에도 나왔다는데 찾아보기는 싫어서 패스. 그런데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봤다. 옛날 영화 특유의 명료함이 좋았고 오마 샤리프가 넘 멋졌고 아라비아 반도의 근대사와 엮어 이후 국가들의 탄생까지 정리해보기 좋은 영화였다. 요르단 관련 책이 없어서 무려 성경을 읽으며(언젠가 읽어야지 싶어 한국에서 가져온 성경. 협찬 경선씨) 기대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무려 오늘 실시간으로 요르단 첫날인데! 아침 여섯시 도착부터 소소한 얘깃거리들이 넘쳐나서 이건 정리를 해둬야해, 잊으면 안되겠어 싶어 이불속에서 폭풍 엄지손가락 키보드질을... 왜 난 늘 서두가 길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모든 떡밥을 준비했어 느낌;; 게다가 산만해.. 하며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 시작은
-모로코에서 떼제베를 타고 카사블랑카에 도착해 비행기를 탔는데 새벽 한시 반에 기내식을 줬던 거, 그걸 또 다 먹었던 거
-옆자리가 비어있는 행운을 누리며 모로 누웠는데 앞자리 아저씨가 방귀대장 뿡뿡이 선배님이었던거
-비행기에서 잠이 안와 다운받은 팟캐를 들으며 문득 맞장구치며 웃을때마다 옆줄 아저씨랑 자꾸 눈이 마주쳤던거
-짐 찾고 나와서 카페인이 필요해 들른 스타벅스(유일한 커피숍.. 스타벅스 맛없고 비싸 잘 안갑니당)에서 컵에 이름을 아랍어로 써주길래 기대했더니 나는 그냥 lee :-) 더라..
등의 사소한 일이었을리는 만무하고...
공항에서 접선하기로 한 여행 동행이 두바이에서 연결편을 놓친거 이것이었다.
그 후 일어난 사소한 일들은
-내 국제면허증이 만료되서 동행 이름으로 렌트를 했어서 차도 뭐도 없었던거
-첫 도시인 페트라까지는 하루에 한번 6:30에 시내 터미널에서 버스가 출발하는데 내가 공항에서 커피를 마셨던 시점이 6:38이었던거
-택시는 삐끼 아저씨가 내 사정을 듣더니 엄청 잘해줄게 하면서 100JD(디나르)를 부른거, 16만원을 부른 셈
-근데 공항 문 밖 공식 택시는 네고 없이 77디나르라고 써 있었던거
-페트라 가는 길에 택시 아저씨와 유툽으로 케이팝, 요르단 노래 틀어놓고 신나서 춤추는데 아저씨가 자꾸 댄스본능으로 핸들에서 손을 떼던 거
-화장실 가고 싶다 했더니 광야에서 경찰서에 데려간거. 요르단 경찰들 친절해~ 하며
-걸으면서도 졸 수 있구나 새삼 느끼며 밥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주문한 다음에 구글 평점 찾아보니 2.2 였던거로 마무리.
역시 집 밖에 나오니 소소한 일들이 끊임없이 터지더라. 우연히 말 섞은 박물관 직원한테 페트라 최신 업데이트도 듣고, 말 타라고 당나귀 타라고 호객하는 청년한테 멋진 트레킹 코스 정보도 얻고, 풀 뜯어먹는 염소 세마리를 관찰하는게 너무 재밌어 한참을 서서 구경하기도 하고.
페트라 시크(협소한 길로 페트라 입구)의 사암과 물이 만들어낸 오묘한 색들과 무늬는 밤비행기에서 잠도 못자고 택시에서 아저씨랑 노느라 못자고 숙소 체크인해서도 피곤한데 잠이 안와 잠을 못잔 나를 반짝 깨워놓았다. 시크 뽕으로 만육천보를 걸은 셈. 하루가 길 만도 하지..
-환전 : 은 안하고, 공항 Arab Bank에서 300디나르 인출. 검색해보니 아랍은행이 수수료(3디나르 / bank of Jordan 에서는 수수료 5JD냄 띠로리...)가 제일 낫다 하기에? 내 한국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은 509,255원. 1디나르에 1,680원인 셈. 오늘자 매매기준율 1,640원 / 현찰 살 때 1,786원(한국에서 가능하지 않은걸로 알고 있지만..)
결론은, 한국에서 미국달러로 환전해오고 그걸 기준환율로 디나르로 바꿔 사용하는게 가장 나은듯하지만, 난 달러가 없었으니 7디나르, 약 만원 정도 손해본셈?
-심카드 : Zain이 제일 오래됐고, 커버하는 지역도 제일 넓다기에 18.5디나르, 15기가, 국내 통화 무료로 구입. 직원인 후삼씨가 말하길, “오렌지(프랑스 통신 회사, 바로 옆에 카운터가 있었다) 직원들도 자기 핸드폰은 자인 써~” 근데 와디럼에서는 움니아가 터지더라? 자인은 안 터짐. 시크에서는 확인해 본건 아니지만 오렌지만 터진다는 소문..
-택시 : 공항 문 밖에 나오면 오피셜 택시 줄서있고 공식 가격이 공지되어 있다. 카림(우버같은), 택시, 호객하는 택시 비교해보로 제일 싼거 타려고 했는데 카림은 페트라까지 가지도 않고, 호객하는 택시 100듣고 오피셜 택시 77보니 고민없이 그냥 선택. But! 호객 택시 아저씨랑 네고를 좀 해도 먹히지 않았을까... 한 70정도라도? ㅎㅎ
-요르단패스가 있더러도 일단 입구의 방문자 센터 건물 티켓 창구에 들러야한다. 거기서 요르단패스 보여주고, 0디나르 짜리 티켓을 받는다. 그걸 들어가는 길에 티켓 체크하는데서 요르단패스와 함께 보여줘야 한다.
-페트라 숙소 : main gate apartment 라고 방 다섯개 정도 있는 작은 숙소. 2박 퀸베드룸 싱글 사용, 공동 화장실&샤워실에 세금 포함 64디나르. 조식 불포함인데 몇 디나르 내면 요르단 식으로 멋지게 차려주더라~ 페트라 입구 바로 앞이라는 극강의 장점, 친절한 주인 잔달씨, 초면에 내 다리를 긁어놓긴 했지만 귀요미 고양이 쌤, 깨끗하고 조용해서 좋다. 엘리베이터 없음!
-식당 : petra oriental restaurants 맛있었다. 레몬민트 주스도, 터키커피도, 후무스랑 빵, 시시케밥 모두 맛남. 저녁에 한번 더 갔다. ㅎㅎ 마클루바도 맛있고 2인분 정도의 양! 같이 나오는 라브니(요거트 같은)랑 섞어 먹으면 꿀맛
오랜만에 써보는 ‘귀찮지만 여행은 하고 싶어’ 요르단편, 내일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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