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체르노빌의 봄 -엠마누엘 르파주
2014. 3. 2. 23:51ㆍ잔상들 (책,영화,전시 등)
체르노빌 사건이 있은지 22년이 되던 2008년 엠마누엘 르파주는 문화예술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집단, 그래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데생악퇴르 활동을 함께 하는 예술인 동료들과 체르노빌을 찾는다.
체르노빌이 사건이 터졌을 때 난 5살. 전혀 동시대의 일로 받아들일만한 시기는 아니었고
2011년 후쿠시마 사건이 터지고 나서 다시 한 번 거론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체르노빌을 좀 더 들여다보게 되었던 것 같다.
방사능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재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끔찍함은 고스란히 보였다.
체르노빌의 봄. 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 방사능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웅덩이가 형광색으로 빛난다고..
22년의 세월이 흐른 후 체르노빌은 고오염 지역은 허가를 받고 들어가야 하고, 그것을 지역의 여행사가 허가부터 안내까지 담당하고 있다.
인근 마을의 사람들은 고오염지역 그래서 먹거리를 재배할 수 없는 지역에서 키워졌을지 모를 농산물을 시장에서 살 수도 있다는 불안을 갖고 살아간다.
금지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개구멍을 통해 돈이 될만한 것들을 빼온다.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진다.
매일 매일 아이들이 뛰어놀고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일을 하고 살아가니까.
그리고 작가는 체르노빌의 봄을 본다. 체르노빌로 떠나기 전,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그림을 그리는 손이 마비되는
증상을 겪었던, 체르노빌이 회색빛의 암울한 모습일거라 상상했던 작가에게
체르노빌은 주민들이 연주하고 부르는 노래들과 장난치는 아이들과 싹을 틔우는 봄으로 대답한다.
엄청난 재앙 위에 오늘의 삶을 더하는 사람들. 끝나지 않은 재앙을 생으로 살아내고 있는 생명들.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고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화를 낼 지점을 잃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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