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종합선물셋트, 삼악산

2011. 11. 20. 16:10생활여행자의 일기


왠지 산이 땡기는 11월. 
이름도 생소한 삼악산은 우연히 탔던 택시기사님이 추천해주신 산이었다. 

주말 행사 때문에 택시에 짐을 싣고 달리던 중, 택시기사님이 친구분과 주말에 가벼운 등산가실 이야기를 전화통화로 하시길래, 

"기사님 산 좋아하시나봐요. 저도 산에 갈까 하는데, 추천해주실 만한 데 있으세요?" 

라고 기대없이 던져본 물음에 기사님은 삼악산을 강추해주셨다.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서 서울에서 전철로 한시간이면 도착하고, 
주변풍경도 멋지다 하니 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가기로 했다. 

삼악산은 가평역에서 내려 버스로 5분 정도 가면 나오는 <등선폭포 입구> 와 <의암댐 매표소>에서 오를 수 있다. 
더 긴 코스도 있지만 팻스.. ㅎ 

의암댐 쪽으로 오르면 '철계단'이라고 명명된 곳을 올라야 하니, 등선폭포로 오르는게 나을거다란 개인적인 판단에 
등선폭포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정류장을 놓치고 의암댐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의암댐입구에서 볼 수 있는 터널. 장혁이 나온 영화 <의뢰인>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는! 
안개가 많이 껴 운치 있는 풍경이었는데, 의뢰인을 생각하니 살짝 오싹하기도... 


삼악산을 오르다 보면 이렇게 발받침이 박혀 있는 곳이 많다. 
암산이라 암벽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가파르기 때문에 위험한 곳도 많다. 
그래도 등산하는 재미가 있다는 느낌! 
 


가파르긴 하지만 지루하게 이어져 있지 않고 암벽과 돌계단, 흙길이 적절하게 나와 
다이나믹하고 재미가 있는 등산이다. 
오르다 뒤돌아보면 이렇게 의암호와 붕어섬, 춘천이 멀리 보인다. 
물안개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모습도.. 
 


큰동산이라는 곳이다. 삼악산은 바위도 많지만 나무도 정말 많은데, 
예쁜 산 오솔길 양 옆에 나무가 빼곡하게 자라있다. 
좀 더 가다보면 작은 동산도 나온다.
소박한 이름에, 넓게 펼쳐진 숲 공터와 둘러싼 나무들에
감동받아 '좋다'를 연발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산길에는 흥국사라는 작은 절이 있다. 
그곳에 방치되어 있는 작은 탑. 
오랜 세월을 지낸 탑 같은데, 얼마나 많은 추억들과 변화를 목격했을까. 



하얀 강아지 두 마리가 등산로 옆에서 살고 있다. 
나무기둥에 연결한 철판지붕. 소박한 개 집이 재밌다. 
춥진 않겠지? 겨울용 집은 따로 있겠지? ^-^; 



등선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등산로는 
이렇게 오솔길 같은 곳이 많다. 
문득 멈추어서 역시 '좋다'를 연발하게 되는 그런 길들이다. 



삼악산은 해발 650미터 정도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폭포,
절벽, 평지 등 정말 골고루 갖춘 종합선물셋트같은 산이다. 
등선폭포쪽으로 가까워지면 이렇게 바위협곡이 많이 나타난다. 
융기, 침식 등 과학시간에 배웠던 용어도 생각나게 하고 ^-^; 
미니 그랜드캐년이라고 불러도 되겠어! 



삼악산에서 등선폭포쪽으로 끊임없이 흘러오는 물은 정말 맑다. 
맑고 차다. 
끈질긴 물이 단단한 암석을 어루고 만져 만들어낸 
웅덩이들이 '선녀탕' 등의 이름으로 곳곳에 있다.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가을의 끝자락, 쟁반에도 붉은 꽃이 피었다. 



등선폭포 끝자락에 있는 폭포집 사장님.
78년부터 여기서 폭포집을 운영하셨단다.
매일 먹이를 먹으러 찾아오는 산새 덕분에 TV에도 출연하셨던 분 ^-^
 도토리묵과 파전이 정말 맛있는 집.
파전 만드실 때 순간포착!


 
동행한 바닥(@slowbadac)이 IMapRide 어플로 기록한 산행루트. 
왼쪽이 올라갈때, 오른쪽이 내려올 때 ^-^



잠을 별로 못자서 아침에 너무 찌뿌둥했는데, 산에 오르기 시작하니
역시 공기가 달라서인지 피로가 풀리는 기분으로 신나게 등산했다.
거의 climbing 수준이었을 때도 있었지만
산에 오르는 재미가 있는, 지루하지 않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산이었다.
설악산처럼 부담스럽지도 않고, 서울에서도 가까워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
암벽에서 폭포까지 종합선물셋트 같았던 삼악산이었다. ^-^

<11월엔 산에가자>다짐했는데, 어딜 또 가볼 수 있으려나? 이제 10여일 남았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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