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초당~백련사 / 어느 여름같던 가을날

2011. 11. 6. 22:47생활여행자의 일기




'기상청 직원들이 야유회가는 날도 비가 온다' 는 우스갯소리는 
일기예보가 적절한 '예보'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푸념에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산과 다양한 지형 탓에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기상청 직원들 야유회날 비가 올지라도 이 정도의 예측률은 굉장히 높은 거다! 라고들 했다. 
그리고 슈퍼컴퓨터 등의 과학기술에 힘입어 이제는 일기예보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져 있는데...

강진 템플스테이를 가는 동안 내내 걱정이 되었던 것도 다름아닌 날씨 때문이었다. 
단풍을 보러 가고, 한창 때를 맞은 갈대를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에서 보면 참 좋으련만
일기예보는 강진 지역에 시간당 5~9mm의 강수량을 경고하더니 급기야 일일 총 강수량이 80mm는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또 다른 '비오는 야유회' 가 되었다는.. ㅎㅎ 
백련사에서 잤던 첫날 밤에 비가 좀 내리는가 싶더니(깊은 잠에 빠져있느라 정작 나는 못 들었지만) 
아침에는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빼꼼 얼굴을 내밀다가
여름을 방불케 하는 가을날씨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인디안 썸머라고 한다던가? 인디안들은? 
겨울을 나기 위한 사냥철로 이 시기를 보냈다는.. 인디안 썸머 같은 가을날이었다. 

세 번째 방문한 강진, 백련사, 월출산 아래 차밭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이번 방문에는 강진의 논밭,
특히  그 푸르름과 붉은 흙, 노동, 자연 모든 것이 주는 감동에 마음이 한껏 젖었던 여행이었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꼭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달려봐야지. 하는 욕심이 절로 나왔다. 










서울로 올라오는 날. 
백련사에서 아침 공양을 하고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생활 18년 가운데 11년을 머무르며 후학을 양성하고 
수많은 저서를 제자들과 함께 집필했던 다산초당까지 산책에 나섰다. 
백련사 백구 '정진'이가 오솔길을 안내해준다. 달려나가다가 사람이 조금 뒤쳐지면 잠시 뒤를 힐끔 쳐다보며 기다리고
또 길을 나서고 그러기를 반복, 다산초당이 보인다. 
정진이의 안내가 너무 신기해 절에 돌아와 보살님들께 말씀드렸더니, 듣고 계시던 주지스님께서
"너가 거길 다녀오느라고 나를 안 따라나섰구나!" 하신다. 
스마트폰 유저로서 ^-^ 걸었던 길을 GPS로 기록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봤다. 
이 기록이미지에는 나오지 않지만 두륜산을 배경으로 한창 피어오른 갈대밭, 다산 정약용이 서울로 돌아가기 전 직접 쓰고 새겼다는 '정석', 조금 이르게 그러나 여지없이 예쁘게 피어오른 동백꽃, 성급하게 이미 툭 떨어져버린 동백꽃들을 보았다. 






 

'생활여행자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원 걷기  (0) 2011.11.20
등산의 종합선물셋트, 삼악산  (0) 2011.11.20
10월엔 티타임을 가질거야  (0) 2011.10.31
9월엔 채식할거야  (0) 2011.09.27
외로움(1)  (0) 201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