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엔 채식할거야
2011. 9. 27. 00:26ㆍ생활여행자의 일기
할머니댁 채소밭 _2011_09
'9월엔 채식할거야' 라는 네이트온 아이디를 사용한 지 3주가 넘었다.
그 동안 채식이라면 채식을 했다.
융통성 있는 채식, 예의 바른(?) 채식, 파트타임 채식 등 채식이라면 채식.
사람들이 너무 고기만을 먹을거리로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
-영양적인 필요나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취향을 고려해서가 아닌, '됐고, 고기!' 이러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
필요 이상의 많은 동물들이 죽어간다는 사실,
고기를 사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곡식들이 굶고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소, 돼지에게 제공된다는 사실,
등의 이유로 채식을 결심했다.
갑자기 비건이 되지도 못하겠고, 젓갈을 사용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만든 것 이외의 김치는 입에도 안대는
채식주의자는 왠지 나의 성향이나 성격에 맞지 않아
일단 안 먹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것부터 끊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소, 돼지, 닭 등 육지 동물들을 끊었다. 비록 3주 조금 넘었을 뿐이지만...
융통성 있는 채식, 예의 바른 채식, 파트타임 채식이라는 건
제주도에서 추석 때 마을 할머니가 밥 먹으러 오라고 초대해 주셨을 때
제주도식 명절 음식인 돼지고기 한 점을 맛있게 먹었고,
채식주의자가 많은 동네에서 짜장밥을 만들어 먹었을 때 고기를 따로 볶았건만
내가 고기를 끊은 줄 몰랐던 한 친구가 퍼준 짜장밥의 고기를 골라내어 다시 그 친구에게 돌려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던 한두점의 고기를 맛나게 먹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먹으면서 순대는 또 아무렇지 않게 먹었기 때문에 그렇다.
삼주 남짓 시간동안 스스로의 모순에 두어번 부딪혔는데,
어느 배고픈 저녁, 회사에서 시킨 피자가 모두 페퍼로니, 불고기 등등의 피자여서 못 먹고 있을 때
회사 동료 한 분이 고기를 떼어줘서 맛나게 먹었다.
이럴 거면 그냥 유난떨지 말고 고기 붙은 피자를 먹을껄 했다.
나 때문에 고기가 적게 사용된 것도 아니고, 먹으나 안 먹으나 그 동물이 죽은 건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다른 예는 조금 웃긴데,
채식을 선언하기 전부터 북한산 우이령길을 오르는 약속이 잡혀 있었는데,
마지막 코스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친구 말로는..) 곱창집이었다.
돼지 살을 얻기 위해 돼지가 죽었고, 곱창은 부산물이니 먹어도 되지 않을까? 라고 고민했으나
내가 주문하지 않음으로 곱창이 덜 필요했으니 먹지 않기로 했다.
여전히 변함없는 생각은,
아직은 우유와 치즈, 달걀, 요거트와 생선을 끊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초대 받으면 못 먹는 음식이지 않는 이상 맛있게 먹을 거라는 것.
밥상에서 고기가 남으면 버리느니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동물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먹겠다는 것이다.
위키하우에 나온 How to become a vegetarian 을 보면..
1. 왜 채식주의자가 되려는지 생각해보고
2.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3. 채식주의자 요리책을 구해서 채식요리에 흥미를 붙여보 고
4. 슈퍼마켓의 과일, 곡식 코너를 찬찬히 둘러보며 다양한 먹을거리들을 살펴보고 시도해보고
5. 육류 섭취를 처음부터 완전히 끊지는 말고 가능한 만큼의 채식으로 시작하고
6. 나에게 어떤 영양 성분이 필요한지 알고
7. 가족이나 주변의 친한 사람들에게 채식을 알리고
8. 고기를 먹는 '마지막 식사' 시간을 갖고,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점차적으로 다짐하고
9. 충분한 음식을 먹도록 하고
10. 비타민, 철분 등을 섭취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과일과 채소를 먹고
11.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한 식사를 하고
12. 콩으로 만든 고기 맛이 나는 소시지 등 고기를 대체할 식품을 찾고
13. 고기를 먹거나 자기 자신을 속이는 자신을 발견할지라도 여전히 부분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은 가능하니 포기말고,
처음에는 생선은 먹다가 점차 모든 고기를 안 먹는 식으로 범위를 넓혀가도 된다.
라고 가이드를 하고 있다
아래는 관련 동영상 ^-^ 얼굴있는 동물 짱 ㅋ
여튼 몇 번의 자기모순과 만나기도 했지만
9월엔 채식할거야는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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