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하리, 행남산책로. 청춘의 섬, 울릉도 2박3일 여행기(3)

2010. 11. 1. 15:59생활여행자의 일기


울릉도에서 두 번째 아침을 맞는다. 

나리분지에서의 아침이라 기분이 남다르다. 

민박집 마당에서 나리분지의 아침공기를 느긋하게 들이마시며 스트레칭을 해 본다.

어제 동네에서 만난 강아지가 반갑다고 달려온다.

 

울릉도에서 난 산나물로 가득 차려진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고, 시내 버스를 타러 또 다시 길을 나선다.

어제 하루 종일 성인봉까지, 나리분지까지 트레킹하며 울릉도의 식물과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신 김종두 선생님과는 여기에서 아쉽지만 인사를 한다.

처마 끝까지 눈으로 덮인다는 겨울 울릉도를 보러봄 울릉도를 가득 채운 꽃들을 보러 꼭 다시 한 번 오겠다며 아쉬움을 전한다.

 

천부항의 모습들


버스는 나리분지를 벗어나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천부항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산길을 달리고 있을 땐 섬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지만 이내 바다가 조금조금씩 제 모습을 비춘다. 

울릉도는 어딜 가나 절경을 만날 수 있구나 새삼 감탄하며 울릉도를 바라본다.

천부항은 태하리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잠시 들른 곳. 버스를 기다리며 천부항에서 앞에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고, 뒷산 중턱에 걸쳐진 마을을 올려다본다.

마을에 난 골목길. 누군가 저 길을 따라 천부항 쪽으로 내려오면그 내려오는 길 내내 이 바다가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잠긴다.

 

울릉도 교통수단의 상징, 우산버스 


울릉도의 대중교통은 모두 우산버스울릉도는 우산국이었으니까. ^-^

말로만 듣던 우산버스를 타고 태하리로 이동한다. 

울릉도의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우산버스가 달린다.

지형의 특성상 곳곳의 터널을 지난다.

울릉도 해안도로의 터널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독특한 것이 있는데, 바로 신호등이다. 

터널 내 도로가 1차선밖에 없기 때문에 신호등은 필수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감상할 바다가 언제나 고개만 돌리면 있어, 지루하기는 커녕 마음이 한없이 여유로워진다. 

 

왼쪽을 둘러봐도 

오른쪽을 둘러봐도 멋진 태하리


천부항에서 약 30~4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와 도착한 태하리. 

태하리는 10대 비경 중 하나라고 불릴 만큼 그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다.

그 경관을 관망할 수 있는 태하등대까지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편리하게 오를 수 있다.

모노레일이나 케이블카의 전자파가 산의 식생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편리하고 가끔 재미난 것도 사실즐거움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낀다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았으나,

태하등대까지 가는 길에 보이는 관광표지판에는 버젓이 <인간극장에 나온 할머니네 집>이라는 안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전히 그 할머니할아버지께서 그 집에 살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관광표지판에 안내까지 하면서 구경거리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ㅍ다. 

들뜬 관광객들이 그분들의 사생활을 불편하게 할까 걱정이 된다.

아니나다를까,

인간극장에 나온 할머니네 집이네여기 가봐야겠다

가지마별로 볼 것도 없어집 있고 그게 다야그냥 등대나 보러 가

관광객들이 나누는 이런 대화가 들리니 불편한 마음이 배가 된다인간극장에 소개된 사연 중관광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집 안으로 들어가고기웃거리는 통에 이사간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관광객은 반가운 마음이었겠지만, 우리가 방문하는 지역이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웅변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도대체 사람들에게 여행은 어떤 것이길래하는 생각에 등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태하리 산책로 로 향하는 길 
안전한 길도 있다 ^-^ 

태하리 산책로에서 바라본 풍경

태하산책로. 돌틈에 피어 있는 해국 

태하산책로. 포카리스웨트 바다는 그리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하등대에서 내려와 해안길 따라 난 태하리 산책로를 걷기로 한다.

어제 성인봉-나리분지 트레킹에서는 울릉도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밖에 만나지 못한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여러 대의 관광버스와 만난다. 그것도 잠시 뿐이었지만.. 우리 팀이 도착한 후에 많은 사람들을 부려놓은 관광버스는 우리가 채 그 절경을 만끽하기도 전에 다시 그들을 싣고 떠난다. 

울릉도는 천천히 둘러봐야, 또 그 속 안에 들어가서 봐야 훨씬 매력적인데.. 하며 혼자 중얼거려본다. 

태하리 황토구미는 옛날부터 질 좋은 진흙이 많이 나 울릉도에 출장 온 사람들이 그 징표로 반드시 임금에게 바치는 증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곳 황토구미의 진흙흙이 붉다.

돌 틈에 피어난 해국을 따라 걷는 길태하리 산책로는 그냥 걷고 말 것이 아니라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만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고얇은 책 한 권을 읽다 가도 좋을 것 같다이런 자연의 선물을 도시에서는 잊고 산다.


태하리에서 만난 오징어 말리는 광경. '이대'라는 대나무를 오징어 말리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태하리 산책을 마치고 도동항으로 돌아와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홍합밥으로 장식하고 자유시간을 갖는다이번엔 좌안해안도로-행남산책길을 걷기로 한다.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낸 침식암석과 자연동굴이 만들어낸 절경을 따라 절벽에 좁은 길이 나있고 바로 옆에는 망망대해를 두고 걷는다

파도가 바로 옆에서 부서지고, 바람에 갈대가 서로 몸을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곳곳에 해국이 어김없이 피어있는 행남산책길. 다른 곳과 확연히 다른 울릉도의 지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코스이다. 

절벽에 난 좁은 길을 따라 행남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자연동굴 





행남산책로를 걸어 행남등대까지 오른다. 촛대바위를 지나 저동까지 연결되어 있지만

오는 길에 풍광에 빠져 있느라 뱃시간이 부족할 듯 하여 행남등대까지만 가기로 한다.

행남등대까지 가는 길에는 섬머위가 지천에 피어 있는 또 다른 절경을 만난다.

 섬머위


2 3일 동안 참 많이도 자연에 감탄을 한다.

바람 많이 부는 해안가에돌 틈에피어 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섬 전체에서 향기가 나는 것만 같았다.

모든 형용사를 동원해도 울릉도의 실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는 턱도 없다.


울릉도에 있는 3일 동안 울릉도라는 섬 전체에 반해버린 것만 같다.

트레킹 내내 마음을 울린 원시림과 나리분지자연과 시간의 합동작품그 감동.

혀를 즐겁게 해주었던 각종 산나물들.

섬 전체를 그 향기로 덮은 지천에 피어 있는 해국

혼자 가도함께 가도 좋을 끝나지 않은 절경해안 산책로 등등

한동안은 누군가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고 할 때 주저 없이 울릉도를 가장 먼저 입에 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부하겠지천천히 여행하라고

오감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만져보고 맛을 보고 냄새를 맡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