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울릉도-독도. 청춘의 섬, 울릉도 2박3일 여행기(1)

2010. 11. 1. 14:22생활여행자의 일기

울릉도와 독도는 한국 지도에서 가장 쓸쓸해 보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해나 남해의 섬과는 달리

동해에 외따로 떨어진 곳.

하지만 물리적 거리 대비 마음으로 느끼는 거리는 어느곳보다 가까운 곳, 울릉도와 독도. 그곳으로 간다. 


울릉도에 가는 방법은 주로 동해 묵호항이나 포항에서 배를 타고 가는 것이다.

동해에서 울릉도 도동항까지는 약 161km, 포항에서 도동항까지는 약 217km

포항에서 도동항까지 가는 게 30분에서 한시간 가량  더 걸리지만 배가 더 커서 풍랑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묵호항에서는 날씨에 따라 배 뜨는 시간이나 걸리는 시간 등 변동사항이 비교적 많다고 한다.

우리 일정은 동해 묵호항에서 출발하는 것. 하루 전날 서울에서 오후에 출발, 2시간 반 가량 걸려 동해 도착

동해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다.


동해 항 근처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후 바다를 찾아 산책을 하기로 한다. 

거리를 가득 채운 횟집 동네를 지나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에 올라 저 멀리 고기잡이 배들의 불빛을 본다.

바닷가에 홀로 쓸쓸히 걸려 있는 오징어.

동해의 밤. 적당히 상쾌하고, 짭쪼름하고, 쓸쓸하다. 

 


다음날 아침.

울릉도 도동항까지 가는 배를 타러 서둘러 묵호항으로 향한다. 

묵호항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니 유명관광지인 울릉도의 명성이 실감난다.

묵호항에서 2 3일동안 울릉도 일정을 함께 할 다른 여행객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공정여행사답게 소규모 단체처음 오신 분도 있고, 여러번 이미 트래블러스맵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분도 있다. 

그렇게 울릉도를 향해 배는 출발한다.


묵호항에서 울릉도 도동항까지 가는 배는 쾌속선이기 때문에 선상으로 나가 바다를 구경할 수는 없다.

혹시나 동해에서 돌고래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작은 바람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예전에 제주도 갈 때 배의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며 해파리를 봤던 즐거운 기억이 떠올라 조금 기대했으나,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어야만 한다. 다른 승객분 중 한 분의 말씀으로는 아~주 예전에는 갑판에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배는 출발과 동시에 출렁거린다.

창문으로 보이는 먼 바다는 약간의 찰랑거림만 있을 뿐 잔잔해 보이는데, 배는 롤러코스터의 굴곡을 몇번이고 넘는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릉도트위스트의 울렁울렁 울렁대는…’ 이 맴돈다.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 2시간 반 만에 울릉도가 보인다.

울릉도에 대한 첫느낌은 섬인데산 같다는 것우뚝 솟은 울릉도푸른 하늘과 잘 어울린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항구를 꽉 채운 관광객에 잠시 일행을 잃어버렸다. 

분주한 가운데 울릉도 오징어를 파시는 분들, 나물을 파시는 분들, 손님을 찾고 있는 여행사 직원 분들이 뒤섞여 

잠시 방향감각도 잃어버렸다. 

도동항은 상상했던 조용한 섬마을 항구가 아니라 사람 넘치고 활기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가 씩씩하게 울려퍼지는 살아있는 항구가 된다.

우리 배가 도동항에 사람들을 부려놓자 얼마 후 포항에서 출발한 배가 도착해 짝을 이룬다. 썬플라워호와 씨플라워호. ^-^ 


 

산처럼 우뚝 솟은 울릉도의 이미지는 2박 3일동안 밥상에서 고스란히 재연되었다.

밥상엔 온갖 산나물 잔치혀끝이 즐겁다각종 나물 나물 나물들.

일행 분들도 맛있는 산나물에 반찬그릇을 몇번이나 비워가며 식사를 하신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첫날의 일정은 짐 풀고 독도 방문.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두 시간 정도를 배로 더 가야 한다.

독도는 우리땅’ 이라는 것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참 많이 들은지라 실제거리가 이렇게 멀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묵호항에서 울릉도에 온 만큼 독도까지 다시 가야하는 거리이다. 

별 생각 없이 어떤 의무감으로 배에 올라탔는데독도가 시야에 들어오자 마음이 좀 덜컹거린다특히 거수경례를 하는 독도경비대 분들을 바라보자 독도가 마음에 들어온다.

화산폭발로 인해 생겨난 섬이라는 지형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수 있는 독도가

이렇게 가슴뭉클함을 전해주는 지표가 되어있었다.

독도를 방문하는 일반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20.

짧은 시간 안에 정해진 구역만 돌아볼 수 있으니 마음이 급해진다.

그나마 날씨가 좋지 않으면 독도 땅을 밟아보지 못할 수도 있는데, 운이 좋아 입성. 

                        괭이갈매기가 알을 낳는 시기엔 독도 섬 전체가 괭이갈매기로 뒤덮여 새하얘진다고 한다. 


                                                                                            하늘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닮은 바위. 


독도 앞바다에 내려 앉은 새

 

여행객은 독도 등대 쪽으로 올라가 보거나 물에 발을 담근다거나 하는 일들은 할 수 없다. 

독도경비대 분들이 각 구역에 서 계시며 제한구역 안내도 하고, 관광객과 함께 사진도 찍어주시고 하신다. 

하루에 한번 씩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독도경비대분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독도를 보았을 때 마음이 덜컹거린 건 

이토록 외딴 곳에 나를 맞이해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 가장 큰 이유였던 듯 싶다.


                                                                  독도경비대 분들과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 

 

짧았던 독도방문을 뒤로 하고 다시 2시간 여를 달려 도동항으로 돌아온다.

묵호항에서 도동항으로, 도동항에서 독도 왕복까지 하루 동안 배를 참 많이 타긴 했지만울렁거림과 피곤은 울릉도에독도에 내리자마자 바람의 상쾌함에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다.

숙소 사장님이 마중 나오신 봉고차로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오늘 묵을 곳에 도착.

예전 KT관사로 쓰였던 건물을 숙소로 개조한 곳이다. 3대째 울릉도에 살고 계신다는 곳.

한쪽 벽이 유리로 되어 아랫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식당에서 울릉도에서의 두 번째 식사를 한다.

자배기라 불리는 방어회를 곁들여!


식사가 끝나고방에 짐도 풀고잠시 산책을 한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보름달이 떠 있다.

그 조그맣고 밝은 보름달이 잔잔하고 넓은 바다를 비추고 있다.

잊고 살았다보름달이 이렇게 밝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숙소의 주인할머니께서 우리 일행을 위해 특별히 물회를 만들어주셨다.

2박3일의 일정을 함께할 분들과 소중한 음식을 감사히 나누어먹으며 

여행에 대해, 만남에 대해, 인생에 대해 깊고 다정한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울릉도에서의 첫날밤이 깊어간다.   

                                                 사진은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턱없이 모자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