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여행. 암스테르담

2018. 9. 21. 19:02생활여행자의 일기







일 끝나고 모로코 집에 돌아오기 위해 비행기 표를 검색하는데, 

암스테르담-탕헤르 직항편이 번뜩 보여 암스테르담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럴 때 보면 여행의 신이 나를 이끌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넌 계속 여행을 하거라 라며... 

올해 초에 지인이 자기의 인생책으로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글을 엮은 책에 대해 말했고, 

내년에 친구들과 인상파 화가들이 봤던 빛을 따라 프랑스 남부쪽 여행을 할까 얘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마침 고흐 작품을 최다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 있는 도시에 탕헤르행 직항마저 있다니! 


그래서 시작된 4박 5일간의 암스테르담 여행. 

첫날은 저녁에 도착했고, 마지막날은 오후 비행기여서 슬렁슬렁 보냈으니 

온전한 3일의 시간이 내게 있었다. 

여행의 첫번째 목적은 고흐와 램브란트, 베르미어(얀 베르메르)의 작품을 보는 것. 

두번째 목적은 헤이그(덴하그)에 다녀오는 것. 헤이그에 램브란트의 작품과 베르미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뭐 발 닿는 대로.. 


결과적으로는 하루에 미술관 두 개씩 다니다보니 하루가 훌렁 가버리고 에너지도 소진되어 

암스테르담 여행자라면 한 번씩은 다 먹어본다는 감자튀김도 못 먹어봤다는 사실. 

암스텔담 간다니까 한 지인이 감튀를 꼭 먹어봐야한다며 완전 흥분해서 강추할 때도 난 감튀가 감튀지 하며 시큰둥했는데, 

못 먹어본 지금 너무나 궁금하다.. 그 특별하다는 마요네즈가 넘나 궁금해... 


암스테르담 물가가 너무 비싸서 오랜만에 6인실 호스텔을 잡았다. 4박에 20만원 정도? 

고흐 미술관 바로 뒤에 있는 호스텔로 개인당 금고가 있을 뿐, 락커도 없고 침대마다 선반도 없는 곳이긴 했지만

위치만은 완벽했다.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3분, 고흐 미술관이랑 국립미술관, 현대미술관은 바로 코앞,

중앙역까지는 도보 30분 혹은 트램으로 10분. 

그래도 2명 이상이라면 에어비앤비나 호텔을 가는게 낫겠다. 혼자 여행하는 설움... 


암스텔담 여행하면서 가장 고민했던게 어떤 여행자카드를 구입해야 하나는 거였는데, 

1. 뮤지엄카드 : 슬로바키아 친구가 내가 그림 보러 간다니까 그럼 단연 뮤지엄카드라며 70유로 정도만 내고 거의 모든 박물관/미술관을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거 정책이 바뀌어서 암스텔담에 주소를 갖고 있는 주민에게만 기존처럼 혜택이 적용되고, 외국인에게는 5개 입장으로 한정되어 있다. 


2. 암스텔담 씨티 카드 : 1일권, 2일권, 3일권 등 내 일정에 맞게 구입할 수 있고 암스텔담 내 거의 모든 박물관/미술관의 무료 입장 및 교통권까지 포함되어 있다. 

좋은건 2일권(48시간권)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활성화하는 시간이 박물관 입장과 대중교통 시작시간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면, 2일권으로 오늘 10시에 첫 박물관 입장을 하면서 카드를 활성화시켰다면 내일 모레 오전 10시까지 박물관 입장으로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같은 카드로 대중교통은 오늘 저녁에 시작하든 내일 시작하든 상관없이 시작지점부터 48시간이다. 

씨티 카드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는데, 이건 그냥 평생 사용 가능하다는듯이 직원분이 말해줬다. 


3. 암스텔담 패스 : 이게 내가 헷갈렸던 카드.. 씨티 카드와 같은건줄 알았는데, 씨티 카드와는 다른 회사였다. 

암스텔담 패스는 씨티 카드와 가격이나 사용 방법 등이 거의 비슷하지만, 대중교통 대신에  hop on/off 배나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반고흐 미술관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일거다. 


사실 나는 암스텔담 패스와 씨티 카드를 헷갈려서 인터넷으로 패스를 구입 및 결제했고,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10퍼센트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에 홀랑 넘어가 암스텔담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 카드 결제까지 휘리릭 마쳤다. 

카드를 큐알코드 형태로 모바일로 받을 수도 있었는데, 씨티 카드의 그 예쁜 빨간색 카드가 갖고 싶어서(패스 예약했으면서...) 

현장 수령으로 체크해뒀었다. 

중앙역 앞에 있는 씨티 카드 센터로 가서야 내가 예약한 게 패스인줄 알게 되었고... 패스는 고흐 미술관이 불포함이고 대중교통도 불포함인걸 알게 된거다.. 

띠로리... 

근데 너무나도 친절한 패스 쪽 직원 Deren이 사무실에 전화해보더니 이메일 주소를 하나 알려주며 취소 메일 보내면 취소가능하다고 알려줬고 ㅠㅠ 

나중에 날 따라와서 굳이 자기 이름 알려주며 이메일에 자기 이름 꼭 쓰라고, 취소 가능한거 확인해준 직원이라고 꼭 말하라고 

너무나 친절하게 얘기해줘서 ㅠㅠ 고흐 미술관만 포함되어 있다면 그냥 패스 샀을텐데;; 


여튼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씨티카드를 손에 넣었는데,,, 

기대한 바와 달리 카드는 얇은 플라스틱 카드.. 그 카드놀이할 때 그 재질... 빳빳한 플라스틱 카드가 아니었음.. 

다 쓰고 난 다음에 기념으로 구멍 뚫어 네임택으로 쓸까 했는데 아쉬웠네요. 


암스텔담 씨티 카드와 함께 시작된 여행. 48시간권 카드(74유로)로는 

-램브란트 하우스 

-에르미타주 암스텔담 분관 미술관이랑 추가 특별전시 

-고흐 미술관 

-국립 미술관 이렇게 입장했고 

-1시간짜리 운하 유람선도 탔고 

-레스토랑 두 군데 할인 받았고 

-시내 교통을 무료로 이용했다. 


걸을 때마다 만나는 운하, 각기 다른 모습의 다닥다닥 붙은 예쁜 건물들, 심플한 디자인의 자전거를 타고 있는 심플한 사람들(너무 밟더라...), 

바다를 메워 만든 땅인데 곳곳에 심은 나무들, 언덕 하나 없이 평평한 땅, 그만큼 넓은 하늘, 하늘을 채우던 구름과 빛 등등 

다시 가고 싶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암스텔담이었다. 

유대인 역사도 한 번 찬찬히 따라 가보고 싶고, 현대미술관도 놓쳤고, 감튀도 못 먹어봤으니 

다시 한 번 가야겠다 싶긴 하다. 건축물들 스케치하면서 한갓지게 앉아있어도 좋을 것 같고.. 


틈틈이 잘 둘러보고 왔다, 암스테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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