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보트의 창립자 타츠야 요시오카 인터뷰

출처 : www.peaceboat.org

"여전히 해야할 일이 많다"  피스보트 창립자 요시오카 
                                                                                                                 인터뷰 by 알렉산드라 홈머 


피스보트의 창립자이자 디렉터인 타츠야 요시오카는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 사람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가 적힌 포스터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타츠야 요시오카가 피스보트를 창립한 1983년, 그는 모든 국적의 사람들이 전쟁과 분쟁, 정형화된 사고방식 대신 서로 우정을 나눌 수 있고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배울 수 있는 국경이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 
29년 후, 그는 그 꿈이 단지 허황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피스보트를 통해 보여왔다. 피스보트는 전세계에서 100개 넘는 항구를 드나들며 73회 이상의 교육여행을 진행했으며, 9개국 이상에서 재난구호활동을 해왔고, 수많은 프로젝트와 계획을 통해 전 세계에서 자연재해, 인재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기부활동을 해왔다. 
일본에 기반한 이 국제기구는 현재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에서 일할 숙련된 자원활동가들을 동원해 왔는데, 이 지역은 지난 3월 11일 일본을 덮쳐 순식간에 수천의 생명과 도시, 기억을 휩쓸어간 토호쿠 대지진의 여파가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미친 곳이다. 
3월 23일부터 피스보트는 따뜻한 음식과 구호품을 배송하고 지진, 츠나미의 잔해와 진흙을 걷어내기 위해 이시노마키에 12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을 파견해왔다. 이들 중 120명 정도는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요시오카는 2009년에 반전캠페인 국제협약 9조로 노벨평화상에 지명되었다. 국제협약9조는 국내, 국제적 수준에서 비폭력과 무장해제를 위한 법적인 구조를 확립하고자 하는 피스보트의 계획이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수상은 인간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며 진정으로 평화상을 수상할 만하기 전에 이루어야 할 것이 여전히 무척이나 많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우정과 상호 존중을 통해 서로서로 협력한다면 세상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피스보트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저는 와세다 대학에서 동양문화를 공부하던 학생이었습니다. 그 당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일본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1983년 상호 이해와 역사 공부, 국제협력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단체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국경이 없는 평화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저의 바람이었지요. 평화라는 것은 단지 전쟁이 없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평화로운 삶, 인간의 활동, 가난과 두려움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어떻게 피스보트가 재난구호 사업을 하게 되었나요?
저는 일본이 선진국이고 이 나라 국민들은 재해로 인한 고통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995년 한신 대지진 이후 도시들이 한 순간에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그것도 일본에서요. 그 당시, 저는 우리의 문명사회가 굉장히 쉽게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개달았습니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제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까요. 고베지진 역시 자연재해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 즉 노인, 아이들, 아픈 사람들, 언어의 장벽 때문에 필요한 정보에서 소외된 외국인들 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자연재해의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1995년 이전에 저는 세계의 많은 분쟁지역을 방문하면서 전쟁을 통해 생겨난 수많은 재앙들을 목격했지만 그 비슷한 재앙이 일본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불운은 저의 조국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1995년 지진 이후 우리는 '고베를 통해 세상이 보인다' 라는 슬로건을 만들어냈습니다. 재앙은 세상 어느 곳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발생한 고통일지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분쟁과 자연재해는 그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가장 약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이것에 우리가 우리의 활동에 더해 재난구호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피스보트의 재난구호사업의 일부분으로써 그동안 겪었던 다른 재난들에 비해 3.11 재앙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합니까?  
재앙의 규모측면에서 완전히 다릅니다. 일본에서 일어난 최근의 재앙은 제가 이전에 봐온 어떤 지진이나 츠나미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불행하게도 3.11 대재앙의 복구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토호쿠 지역의 대다수의 시민들은 노인들이고 젊은 사람들의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빠른 복구를 구축하는 것이 어려우며, 게다가 지자체는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버려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지진 이후 몇일동안 파괴된 도로 때문에 사고지역으로의 긴급 지원이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빠른 복구를 더디게 하는 또다른 이유로는 일본이 아직도 잘 조직된 자원활동가 네트워크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에는 자원활동 문화가 없고 그것에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원활동가들의 활동이 필요한 순간 그들을 파견하고 조직할 전문적인 협력 능력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2차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에는 매우 강한 지역사회의 힘이 있었으나 전쟁 이후 그것은 점점 약해졌고, 사람들은 점점 개인중심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이런 양상은 대도시에서 더욱 두드러지고요. 

이번 구호작업에는 특별히 다른 접근방법을 도입했나요? 
네 매우 다른 방법을요. 한신대지진때 재난구호는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고베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규모의 재앙이 발발할 때, 우리는 파괴된 지역 외에서 자원활동가 활동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원활동가들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들은 충분한 안내와 훈련을 받아야 하고, 활동을 통해 어떤 것들이 예상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발생할 위험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하고 팀으로 활동하도록 조직되어야 합니다. 만약 그들이 이러한 것들을 알기 전에 재난지역으로 가게 된다면 그 지역에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간혹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것은 고베에서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매우 중요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매우 고차원으로 구축된 방법으로 피해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피스보트 자원활동가들은 이시노마키에서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가장 초기에는 이시노마키에서 일하는 주요 NGO들이 없었고, 우리는 가능한한 빨리 그 지역으로 가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지요. 3월 16일 피해상황과 필요한 것들을 점검하기 위해 두 개의 선발팀을 보냈습니다. 피해상황과 필요한 것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우리는 세 개의 주요 분야에서 일을 하기로 결정했죠. 요리와 따뜻한 음식 배달, 피난처에 구호물품 나누어주기, 도시에서 진흙과 잔해들 치우기가 그것이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작업량에 진흙 치우기가 특히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는데, 현재는 그것이  가장 필요한 할 일입니다. 

피난민들은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합니까?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매일마다 변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구호물품을 피해지역에 보내고 싶다면 우선, 피난민 쉼터에서 현재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신의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런 정보들을 끊임없이 웹사이트에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만약 피스보트의 자원활동가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선 전화를 주시거나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자원봉사자들이 할 일들, 위험들, 일주일 동안 사용할 꼭 가져와야 할 것들에 대해 교육을 하는 오리엔테이션을 모든 자원활동가들을 위해 엽니다. 그들은 일주일동안 스스로를 지탱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텐트, 침낭, 음식, 장갑, 진흙을 치우는 작업을 위해 장화 등이 필요하지요. 가능한한 많은 외국인 자원활동가들이 참여하기를 굉장히 바랍니다. 왜냐하면 일본 사람들이 직접 그들의 눈으로 국제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자원활동가들은 일본어를 말하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모든 국제팀에 통역자원활동가를 확보해 두고 있습니다. 

왜 자원활동가들이 이시노마키에 1주 이상 머무르는 것을 권장하지 않나요? 
자연재해 상황에서 인간은 매우 긴장하게 됩니다. 굉장히 엄청난 스트레스가 사실상 발생해도 사람들이 거의 자동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알아차릴 수 없기도 합니다. 자원활동가들이 재해지역에 가면 재앙을 직접 목격하게 되지만 동시에 그들은 도우러 갔기 때문에 그 상황을 이해하고 침착해지려고 또 모든 이들의 말을 경청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상황을 오랜기간동안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요. 특히 젊은 친구들은 굉장히 그 상황에 자신을 몰입시키게 되고 자신의 능력보다 더 많은 일을 매우 열심히 하려 합니다. 한 사회에서 자기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경험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처음 겪어보는 것인 경우가 많죠.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그들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매우 짧은 순간에 인식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자원활동가들이 1주 정도 머무르고, 재충전한 후 원할시에 다시 돌아가 자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겁니다. 

피스보트가 현재 직면한 주요한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인력 비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진의 피해자에게 직접 모금을 전달하길 원합니다. 이해합니다만 이런 방법은 기금을 모으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저희같은 단체에게는 문제가 됩니다. 우리는 이시노마키로 전달할 음식과 교통수단을 위해 기금이 필요합니다. 
다른 문제로는 자원활동가들의 숙소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는 자원활동가들을 텐트에 머무르게 하는데, 텐트는 많은 공간차지하기 때문에 자원활동가들을 위한 2층침대가 필요합니다. 많은 가구회사들에게 후원을 요청해봤지만 그들은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가구 후원이 자원활동가들을 위한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단체들과 회사들은 자원활동가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단기간, 중기간, 장기간적으로 도움이 필요합니다. 단기간 도움으로는, 사람들이 NGO나 NPO를 후원하여 피해지역에 즉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자원활동가들을 파견하도록 해야 합니다. 중기간 도움으로는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후원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장기간 도움으로는 토호쿠를 어떻게 재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일반적으로 인간안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85년 전 대지진이 있었고 그 때 사람들은 돌을 세워 그 아래 집을 짓지 말라고 적어두었습니다. 왜냐하면 츠나미가 도달한 곳이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몇 사람들이 그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그 비석 아래 지어진 집들은 3월 11일 츠나미에 모두 휩쓸려 갔습니다. 이것은 매우 상징적인데, 우리는 지혜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번 재앙이 일본에서 세계화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국제 협력부분에서 현재까지 일본이 경험해 왔던 것은 거의 일본이 다른 나라를 원조하는 공식적인 개발지원의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국제 사회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일본 사람들에게 이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국제 협력은 상호적이고 우리가 현재 해외로부터 받는 도움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테니까요. 3.11은 끔찍한 재해였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회가 세계를 향해 열릴 수 있고 국제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국제적인 우호관계는 커질 것이고 국가들 사이에서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분쟁을 방지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피스보트에서 전 세계로부터 온 사람들이 일본을 걱정하고 후원하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이유입니다. 

이 위기는 언제쯤 끝이 날까요?
불행하게도 말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어떻게 도시를 재건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가 없습니다. 여전히 이 도시가 재건될지, 버려질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재해 지역에 대한 정부의 재건설 계획 역시 여전히 불명확한 상황입니다. 아마도 반년 사이에 우리는 재건에 대한 방향성을 알게 되겠지요. 하지만 완전한 복구가 이루어지는 때는 불행히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이시노마키에서 진흙을 제거하는 일만 해도 적어도 1년이 걸릴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