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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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모닝커피는 리스본
생활여행자의 일기. 헬싱키에서 일을 마치고 모로코로 돌아가는 길, 긴 대기시간이 리스본에서 주어졌다. 짐은 모로코로 바로 부쳐버리고 작은 짐은 공항에 맡긴 채, 맛있다는 커피집을 찾아 시내로 나왔다. 나는 분명 새벽 세시 반에 일어나 여섯시 반 비행기를 다섯시간 동안 타고 리스본으로 왔는데, 하루의 반을 이미 써버린 기분인데 시차 때문에 리스본은 일요일의 늦은 아침을 시작하고 있을 뿐이다. Best coffee in Lisbon 오늘의 구글 검색어 ㅋㅋㅋㅋㅋ 일요일이라 문 닫은 집도 많았고, 코펜하겐 커피랩이라는 카페 발견! 지하철 한번 갈아타고 색색깔의 예쁜 집들이 늘어선 골목길을 걸어 카페에 도착했다. 반들반들한 돌바닥은 미끄럽다. 여기 사람들 괜찮나? 싶은 순간 북유럽 여느 도시들과 달리 빼곡한 집..
2019.08.18 -
너의 이름은
생활여행자의 일기. 웁하임. 좀더 웁바임스에 가까운 발음인듯한 호수. 사진은 어느 맑았던 날. 하루종일 비 예보가 있었는데, 물기를 머금은 구름만 잔뜩 보일 뿐 땅으로 떨어지진 않는다. 간간히 햇빛이 구름 사이를 비춘다. 이런 날은 공기 중에 물기도 있고 햇빛도 있고, 무지개를 숨겨놓은 날씨이다. 버스가 잔잔한 호수를 지난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거울처럼 빛나는 호수에는 쌍둥이 마을이 있다. 고개를 최대한 기울여 수면이 비춰진 마을이 진짜처럼 보이고, 원래 마을이 비춰진 모습처럼 보일때까지 나 자신을 속여본다. 호수의 이름, 웁바임스 바트너를 계속 입안에서 굴려본다. 웁하임 혹은 웁바임스 웁바임스바트너 *바트너는 호수라는 의미 누군가 내게 이 호수 이름을 아냐고 물어보면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2019.08.11 -
일상의 여행
생활여행자의 일기. 오랜만에 일상으로 돌아와 테투안에서 지내는 며칠. 보내야할 이메일과 메세지를 모두 보내놓고 수영장엘 왔다. 아니, 이런곳에 수영장이? 라고 할만한 곳에 위치한 이 수영장은 호텔을 겸하고 있는데 얼마전에 동네 살다가 스페인으로 이사간 스티브가 미국 학생들 여름캠프 프로그램으로 와서 머문곳. 스티브를 만나러 왔다가 알게된 곳. 주인 아저씨는 빌바오 사람, 이곳에서 호텔을 시작한지 14년이 되었단다. 우연히 만난 벨기에 언니는 사랑스러운 세 딸의 엄마, 모로코 사람이랑 결혼해서 지금 라윤이라는 동네에서 불어를 가르치고 있다. 나는 여기 같이 사는 김작가랑 자이카 요원(왠지 코이카나 자이카 볼런티어들은 요원이라고 불러야 할것 같은)으로 테투안에서 요리를 가르치고 있는 일본 친구랑 함께 왔다...
2019.07.25 -
저녁노을 수집가
생활여행자의 일기. 내가 저녁노을 수집가라는건 아니고, 얼마전 같이 일하는 분이 저녁노을을 좋아한다고하길래 선셋콜렉터네! 라고 얘기한게 이 제목의 시작이다. 처음 배낭여행을 했을 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도착한 동네, 도시마다 저녁노을을 볼 수 있다는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그때는 밤에 어딘가에서 술 한 잔을 즐기는 즐거움을 몰랐을 때여서 하루의 마무리는 늘 저녁노을이었던것 같다. 때로는 한적한 곳으로, 자주 어느 언덕으로. 저녁노을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온동네가 정전이 되었던 적도 있고, 개가 하도 짖어대는 통에 진짜 쟤네 미쳐버린거 아닐까 무서워하며 걸음이 빨라졌던 기억도 있고,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숙소 옆 가게 주인을 만나 오토바이를 얻어탔던 적도 있고. 기억들만 모아봐도 재미난 책 한권 되겠다 싶다..
2019.07.18 -
늦잠 자면 생기는 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햇빛이 너무 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짐들을 캐리어에 쏟아붓듯 넣고 체크아웃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룸키만 리셉션 데스크에 올려두고 공항으로 달렸다. 출발 삼십분을 앞두고 직원은 “미안한데, 너무 늦어서 짐을 실을 수가 없어” 를 “플리즈”를 자동발사하는 내 말에 대한 대답으로 말했다. 최대한 가까이라도 가자. 마드리드까지 간 다음에 생각하자싶어 한시간 반 후에 출발하는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세수도 양치도 하지 않은채, 호텔방에 두고 온 물건이 분명 있을것이다 생각하며 그렇게 비엔나에서 마드리드로 출발했다. 그래도 많은 도움이 있었다. 트랜스퍼 시간이 짧은데 도움을 줄 수 없냐 했더니 기꺼이 앞자리로 좌석을 안내해준 스튜어디스 언니, 모닝콜을 깜박한 죄책감에 취소 수수료..
2019.06.17 -
일상을 시작하는 사람들, 자그레브
생활여행자의 일기 어영부영 자그레브에 왔다. 원래 출장 다니는 지역이 아니라 어리버리, 마음만 급한 채로 도착한 곳. 아침에 여유가 있어 조식을 먹고 숙소 근처 돌라치 시장엘 갔다. 1918년 크로아티아가 세르비아 왕국의 일부가 되면서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큰 시장이 필요하게 됐고, 유럽 다른 지역의 시장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마친 후 1930년 드디어 열게 된 시장이 바로 이 돌라치 시장이다. 초기에는 물건을 판매하는 여성, 쿠미체(kumice)가 사람들의 빨래도 해줬다고 한다. 물건 팔 때 사람들이 빨래를 맡기면 깨끗하게 빨아다가 다려서 다음날 아침에 갖다주며 돈을 받았다는 거다. 시장 초입에 서 있는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여성분 조각상이 당시의 팍팍한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갔던 ..
2019.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