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ina Jolie 'Note from my travel'

2012. 9. 19. 01:09잔상들 (책,영화,전시 등)



2001년 유엔난민위원회 홍보대사로 임명된 안젤리나 졸리가 시에나레온, 캄보디아, 파키스탄, 에콰도르, 탄자니아를 방문한 기록을 정리한 책이다. 유엔난민위원회의 활동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난민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안젤리나 졸리가 했던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 그 일들을 직접 겪는 무고한 사람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채 너무나도 안전한 배경에 풍족하게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들. 우리 가족이 폭탄이나 불발지뢰, 게릴라나 무장한 불법군인들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있지 않음에 너무나도 감사하면서도 우리 역시 사랑하고 안전하길 바라는 가족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렇지 않은 상황에 처한 난민들을 모르는 체 할 수 없다는 안젤리나 졸리의 일관된 입장에 공감하고 감동했다. 공감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 그리고 스스로도 공감 때문에 마음이 움직여 실천하는 사람이 된 그다. 
우리가 듣지 못했다고 뉴스에서 보지 못했다고 일어나지 않은 일이 아니다. 난민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처럼 한 때는 평범하게 자기 삶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더 많다.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고 고향으로부터 24시간 내에 떠나지 않으면 무서운 일을 당할것이라 협박을 받은 콜롬비아 사람도 한 때는 작은 농장을 운영하며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이 있어 자랑스러웠던 한 가장이었다.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줄 한 줄 정성스럽게 적어내려간 안젤리나 졸리는 정말 많은 눈물을 참으며 이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들을 동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것이 그들을 존중하는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11년 전에 쓰여진 글이다. 지금의 상황은 얼마나 많이 좋아졌을까?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될까봐, 그러면서도 모른척 하고 살아가게 될 날에 미리 죄책감이 들어서일거다. 그래도 사실에서 도망가지 말자.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외면해 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희망이 없는 내일을 만드는 것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