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전시회, <한국에서의 학살>

2021. 5. 20. 23:02잔상들 (책,영화,전시 등)

피카소 <게르니카>를 정말 좋아합니다.

마드리드에 갈 때마다 레이나소피아미술관에 <게르니카>만 보러 가기도 해요.

저녁 7시가 지나면 레이나소피아미술관은 무료 관람 티켓을 나눠주는데

이 덕에 게르니카만 열번 넘게 볼 수 있었지요.

티켓을 받으면 바로 206호(2020년 2월에는 206호였는데 지금은 어떨런지 모르겠지만)로 걸어가

거대한 흑백 그림 게르니카 앞에서 십분이고 이십분이고 그림을 봤어요.

스페인 북부 작은 마을 게르니카에 장이 서던 날,

프랑코는 무기 성능을 실험하고팠던 나치에 하늘을 열어주었고 게르니카는 그렇게 폐허가 되었습니다.

피카소는 특유의 다각적 시점으로 그날의 공포와 참상을 흑백으로 그렸고

프랑코 독재 치하의 자유가 없는 스페인으로 본인도 작품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작품 <게르니카>는 피카소도 프랑코도 죽은 이후(1981년)에야 스페인으로 돌아오게 되어요.

유명한 반전예술작품이고, 세로 약 3.5미터, 가로 7.8미터에 달하는 대작이며

피카소의 손꼽는 마스터피스라 절대 스페인 밖을 나올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마드리드 레이나소피아미술관에 반드시 가야만 해요.

그 작품을 보기 위해 여행을 감당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피카소나 인상파 화가들 전시가 열려도 엄청 유명하고 다 알만한 작품이 잘 오지 않는 이유는

그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의 얼굴이 바로 그 작품인 경우가 많아서.. 올 수가 없는 것이지요. 아쉬워하지 마세용 ㅎㅎ

그래도! 누구나 아는 대작이 아니라 다양한 시기의 잘 안알려진 작품들까지 감상해볼 수 있는게

유명 외국 작가의 한국 특별전의 매력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피카소전은 유명한 작품이 많이 왔더라고요!

역시 대여를 잘 하지 않는 작품인 <한국에서의 학살>이 그렇습니다.

프랑스 파리피카소미술관 홈페이지를 가보니 코로나 때문에 휴관중이더라고요.

방역 관리가 잘 되고 있어 미술관, 박물관이 인원 제한은 있어도 문은 열고 있는

우리나라에 피카소의 유명 작품들이 오게 되었습니다.

오늘자 기사에서는 프랑스도 미술관, 박물관을 오픈한다고 하던데(하루 2만명의 확진자가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한가람미술관 피카소 전은 8월 29일까지 계속됩니다. (되겠지?)

기타(만돌린)을 든 남자(1911)by 피카소

함께 큐비즘을 창시한 브라크의 그림과 늘 헷갈려요. 전 구분못해요.. ㅎㅎ 위는 기타를 든 남자(1911) by 브라크

편지읽기(1921)

피에로 복장의 폴(1925)

&lt;피리부는소년(1866)&gt; by 마네

전시회 입장권은 성인 기준 2만원이고요, 저는 얼리버드로 1만원에 관람했어요.

전시는 7 섹션으로 나뉘어 있고,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체로 연대기순이라 작가가 자기만의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해 본것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피카소는 이미 20대에 <아비뇽의 처녀들(1907)>(이번 전시회에는 없어요), 만돌린을 든 남자(1911) 같은 큐비즘 그림을 그렸지만,

40대에 '앵그르풍'이라고 전시 설명에 적혔지만 제 느낌으로는 왠지 말레비치가 그린 사실주의 그림같기도 했던 신고전주의 작품 <편지 읽기(1921)>를 그리기도 했고요. 비슷한 시기에 <피에로 복장의 폴(1925)>을 그리기도 했어요. 배경과 딱 붙은 듯한 평면적인 모습이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1866)> 생각이 나더라고요.

마리 테레즈와 사랑한 50대에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달콤했던지? '볼라르 연작'이라고 불리는

신화 소재의 에칭이 많고요. 그 작품들이 재밌었어요.

그리스 신화 속에 자기랑 마리 테레즈를 그냥 심었더라고요. ㅎㅎ

마리 테레즈의 초상(1937)

파란 모자를 쓴 여인(1944)

다섯번째 섹션, 피카소와 여인에서는 피카소의 뮤즈였던 여인들을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이 공간에 사람들이 가장 북적북적 하더라고요.

피카소의 지문이라도 찍힌 듯한 특유의 그림들이라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들이니까요.

어릴 땐 대단한 화가의 아름답고 재미난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모델들이 피카소의 사랑이 아니라 피카소 그림의 대상인거구나 싶었어요.

감상하는 시기에 따라 느낌은 참 달라요. 그것도 그림 보는 재미인것 같고요.

한국에서의 학살(1951) by 피카소&nbsp;

1808년 5월 3일(1808) by 고야

피카소의 나이 거의 70인 1951년에 <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리게 됩니다.

<게르니카>를 그린지 14년 후에 그린 전쟁의 참상을 다룬 작품이에요.

크기는 세로 110cm, 가로 210cm 으로 엄청 크진 않지만 울림이 있는 그림이더라고요.

이럴 때 좀 궁금하긴 합니다. 유명해서 감동받는건지, 모르고 봐도 좋은 작품이다 할지?

그래서 어떤 전시는 아예 내용을 읽지 않고 가기도 해요. 좋은 작품의 기준을 내 나름대로 세워보고 싶을 때는요.

같은 스페인 화가니까 당연히 영향을 받았겠지 싶어 고야의 <1808년 5월 3일(프린시페 피오 언덕의 총살)> 작품이 떠올랐는데,

전시장에도 그 작품과 비교한 설명이 있더라고요.

그림의 구도, 총칼을 든 사람들의 포즈가 비슷해요.

여행을 못가는 요즘, 파리 피카소미술관으로 여행 다녀온 기분이 들었던 전시였어요.

피카소 20대 때의 블루페인팅을 보고 싶었는데, 이번 전시에는 빠진 것을 보니

블루페인팅은 파리피카소미술관 소장 작품이 없는지? 아마도 미국에 거의 가 있나봅니다.

피카소 작품은 미국에도 많이 소장돼 있거든요(미국 가본 적 없지만..).

블루페인팅은 코로나 이후로 계획해봐야겠어요... 언제? ㅠ

피카소 Into the Myth

* 한가람 미술관

* 월요일 휴관

* 화요일~일요일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 평일 12시에 갔는데 20분 정도 대기했다가 입장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내부 관람객 숫자를 조절합니다.

되도록 평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