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밖 로마] 메리다 in 스페인

2018. 4. 24. 20:27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지중해_여기저기

*덕후라고 하기엔 미흡하지만... 

로마 역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여행자로서 이탈리아 반도 바깥에 위치한 로마 유적지들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시기적으로는 2015년 봄부터 시작된 것 같네요. 

글의 순서는 시기와는 상관없이 뒤죽박죽일거예요 ^^; 


[1]옛 이름 '에메리타 아우구스타', 지금의 이름 '메리다' 


서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도시, 

제정 로마의 첫 황제(자신은 공화정이라 말하는 교묘한 정치를 평생 했지만)인 아우구스투스가 기원전 25년에 세운 도시메리다

칸타브리아 전쟁에 참여한 제5군단과 제10군단의 군인들을 은퇴 후 정주시키기 위해 만든 도시이다. 

스페인의 도시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2.5시간

안달루시아주의 주도인 세비야에서 북쪽으로 2.5시간 가면 도착하는 도시이다

이번 세비야행(2018년 3월 14일~3월 20일)의 세가지 목적이 스페인으로 놀러 오는 친구 만나기이탈리카 다녀오기메리다 다녀오기. ^^ 

세비야에서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출발하루 일정으로 메리다에 다녀왔다.

왕복 약 40유로세비야 Armas 터미널에서 7시 출발메리다에서 5시 버스로 돌아옴 

 

메리다 동선 

로마 유적지가 분포되어 있는 곳들은 모두 걸어서 이동 가능하다

나는 기적의 수도교(Los Milagros)로 시작해 산타에우랄리아 성당 지하목욕탕로마예술박물관원형경기장과 극장전차경기장로만 포럼다이아나 신전트라야누스 개선문 순서로 돌아봤고

통합티켓(15유로였나?)으로 갈 수 있는 알카사르는 시간이 없어서 방문하지 못했다알카사르보다 더 아쉬운 것은로마 다리를 건너 보려고 했는데 역시 시간이 없어서 못 건너본 것.. 

 

추천할만한 루트는 아래

버스터미널 – 기적의 수도교 – 전차경기장 – 원형경기장과 극장 – 로마예술박물관 – 목욕탕 – 로만 포럼과 다이아나 신전 – 트라야누스의 아치 – 알카사르 – 로마 다리 건너서 버스터미널로 돌아오기 

 

내가 갔던 일요일이 고고학박물관이 3시까지만 연다고해서 나의 동선은 꼬여버렸지만 ^^; 위의 추천루트대로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통합티켓으로 입장 가능한 곳은 전차경기장원형경기장과 극장알카사르이고 티켓에 포함안되어 있는 로마예술박물관은 꼭 가볼만한데!! 입장료 3유로단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3시까지 공짜 입장 가능

 

 

>가볼만한 곳 

1. 기적의 수도교 

보존 상태가 정말 좋은 수도교아우구스타 에메리타(메리다의 로마제국 시절 이름)가 세워진지 얼마 되지 않은 1세기에 지어졌다수도도로 등 사회정비망을 우선시했던 로마는 도시를 세운 곳이라면 어디나 수로를 만들었다

에메리타에는 4개의 수로가 있었는데 기적의 수도교는 도시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곳인 프로세르피나에서 물을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 3층 아치 구조로 만들어져 최대 높이 28미터에 이르는 수로교는 바라에카(현재의 알바레가강강의 계곡을 이어 물을 전달했다. 화강암과 벽돌을 주로 사용했고, 재료의 사용을 여전히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수도교를 지을 때 사용했던 지렛대의 홈 흔적마름돌에 고정 고리를 걸었던 구멍 등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림 설명판이 있으니 대조해가며 보면 재미남. 

내가 갔던 날은 남녀노소가 참가한 장애물 마라톤? 느낌의 경기 루트가 이 수도교를 지나가서 잠시 구경했다. 

수도교 앞에 놓여진 타이어를 세 번 뒤집어 굴리고 제자리로 다시 옮겨놓고 마라톤을 이어가는 코스. ㅋㅋ

 

마라톤 참가자들. 수도교의 꼭대기는 왜가리같은 새들의 보금자리로...


마라톤 코스 중 타이어를 뒤집는 구간. ㅎㅎ 여튼, 3층 아치 구조의 건축물이 잘 남아 있다



 

2. 전차경기장 

433미터 길이, 114미터 너비의 전차경기장은 이베리아 반도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대부분의 전차경기장이 대부분 2세기에 건축된 것에 비해 1세기에 건축된 오래된 건물이다전차경기장이나 원형경기장은 단순히 로마 시민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해주던 곳이 아니라 정치적 공간이기도 했다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이었고(약 30,000명)경기를 활용해 황제나 정치인이 지지도를 얻기에 효과적인 곳이었기 때문에 많은 정치인들귀족들이 선수들을 물적으로 지원하거나 일종의 사기업이 선수 팀을 후원하기도 했다

경기장을 지을 때 상징적인 의미들을 건축에 활용했는데 예를 들면황제의 권력과 우주의 질서는 하나라는 것을 건축으로 표현한 것이다전차경기장은 우주를 축소해놓은 것이고 경기장 자체는 지구를말이 이끄는 전차는 태양을그리고 전차를 모는 사람은 태양의 신 아폴로를 상징했다경기는 전차가 경기장을 일곱번 도는 걸로 진행되었는데이는 일주일이 7일이라는 것을 상징했고 전차가 입장하는 출입문도 양쪽에 6개씩 총 12 1년을 구성하는 12개월을 상징했다또한 계절을 상징하는 각각 다른 색깔을 가진 네 개의 팀이 있었다. 

 

전차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다른 수도교. 도시의 북쪽과 북동쪽 지역에 물 공급을 담당했던 산라자로수도교


전차경기장은 광활한 대지에 관중석으로 쓰인 부분의 돌구조물과 가운데 경계 구조물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상상력 발휘!!




3. 원형경기장과 극장 

원형경기장은 64.5미터 길이에 41.2미터 폭을 가진 경기장으로 만들어졌고바닥은 당시 마루를 깔고 그 위를 모래로 덮어 경기를 진행했다로마에 있는 콜로세움(거대하다는 의미)은 맹수들을 데려다 싸우기도 하고 물을 채워 모의해전을 보여주기도 했다는데메리다의 원형경기장은 객석과 경기장의 높이 차가 크지 않은 것을 보니 주로 검투사의 싸움이 진행되었던 것 같다그래도 15,0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규모의 경기장이었다(참고로 로마의 콜로세움의 수용력은 4~7상암월드컵경기장은 67천석).

바로 옆에 반원형 객석을 가진 극장이 있다. 카이사르가 체력적으로 약했던 아우구스투스에게 정치적 동지이자 군사적 조력자로 짝지어준 아그리파에게 헌정된 건물이다. 나중에는 아우구스투스의 사위가 되는 아그리파, 미대생들은 입시 때 많이 그렸던 그 석고상, 아그리파. 여전히 여름에는 음악회 등의 문화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 곳이다.  6,000석의 객석은 당시 사회적 지위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황제 가족 전용석이 따로 있었다. 객석과 무대 사이 공간에는 코러스가 자리했다. 무대 건물 기둥 사이사이에는 황제 일가의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기독교 시대로 넘어가면서 연극 공연을 부도덕하다고 여긴 탓에 이 건물은 용도를 잃어 흙이 쌓이고 버려졌는데, 객석 가장 높은 부분의 일곱개 볼트 구조 부분만 남아서 나중에는 무어왕(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온 이슬람인) 7명이 도시의 운명에 대해 토론했던 '일곱개의 의자'라는 전설이 남았었다고 한다. 


원형경기장. 사실, 타원형경기장이 더 맞는 말 ^^;


검투 경기가 이루어졌던 아레나에서 객석을 올려다본 장면, 대부분 지하 공간은 맹수를 가둬놓거나 검투사들 대기장소


메리다 유적의 꽃, 로마극장. 여름밤 이곳에서 스피커 없이 펼쳐지는 음악공연은 얼마나 좋을까! 위시리스트!! 


코린티안 기둥과 은근한 곡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4. 로마예술박물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러봤던 박물관. 일요일은 3시까지만 문을 열어서 정말 어찌나 바쁘게 봤는지 모른다. 메리다 곳곳에서 출토된 유적 일부(기둥과 타일 바닥, 건물을 장식했던 구조물 등)와 로마 시대 동전, 동상 등 각종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많이 넓진 않지만 시간을 들여 천천히 볼만한 것들이 가득하다. 1박 2일을 머무르며 투어의 처음이나 끝을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건물 내부는 로마 건축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치가 굉장히 심플하고 세련되게 나열되어 있는데, 이 건물은 현존하는 스페인 최고의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의 설계이다. 라파엘 모네오는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확장공사에도 참여한 건축가. 


아치의 향연. 건축물과 역사성의 관계를 강조하는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


이탈리아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든 아우구스투스(가운데), 아마도 왼쪽이 드루수스, 오른쪽이 제 2대 황제 티베리우스


포럼을 장식했던 석상과 현관 위 지붕을 장식했던 원형 장식물 등


박물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고대 로마 동전. 당대 정치인들의 정치선전물이기도 했던... 

사진은 별로지만 씨저의 동전이어서 보여드림. ㅎㅎ


그리고 씨저의 양아들이자 1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와 그의 오른팔이자 나중에는 사위가 된 아그리파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





그 외. 

걷다가 마주치게 되는 2,000년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물들. 


로마의 사회적, 정치적 중심공간이었던 포럼. 일부만 남아있다


달, 야생동물,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 신전. 바로 옆 카페에서 한가롭게 신전을 감상해도 좋을듯 


성벽의 일부였을거라 추정되는 트라야누스의 문. 지금은 아치만 남았다


버스터미널로 돌아올 때 저 로마다리를 건너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한 로만브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