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하] 사우디 갈뻔... 요르단 운전 그리고 짧게, 아카바 day.3

2019. 12. 25. 07:24호랑방탕 가사탕진 여행/요르단 2019 크리스마스

오늘 삼일차에 이르기까지 요르단 운전에 대한 놀라운 점 몇가지

-도로에 요철이 점괘 볼 때 쌀 던지듯 흩뿌려진 곳들이 있다
-흰실선과 점선이 오묘하게 그려져 있다. 첫날 택시 기사님이 계속 실선을 물고 달리기에 왜지? 싶어 보니 다른 희미한 선이 또 보임..
-우리나라 중고차 수출 1위국이라 우리나라 차가 많다.지만 렌트카 업체들은 새 차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차는 2만 킬로 정도 달린 소나타 하이브리드.
-무려 한국어 네비!
-밤안개길을 앞차만 따라 달리다보니 낭떠러지로 떨어졌다는 흉흉한 괴담처럼... 이 네비는 없는 길로 자꾸 들어가란다.. 네비만 따라 달리다보면 꽃길. 꽃길은 비포장. 비포장이면 양반, 그냥 오프로드. 길이 아닌 길로 자꾸 안내한다.
-구글맵이랑 끊임없이 비교하며 달려야한다. 구글도 가끔 틀림. 동행이 만몇천원짜리 아랍 네비를 다운받아왔다는데 아직 한번도 못 켜봄 ㅋㅋ
-도시의 좁은 골목길에서 네비와 구글맵이 잘못된 정보를 주는건 이해하겠는데, 왜 광야에서 이러시냐고요들..
-차량 네비 너무 안 믿는거 같아서 그래 옛다 가란데로 갈게 했더니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으로 우리를 안내하네?
-아카바 시내에서 일방통행 표시를 못봤고, 2차선 도로였는데 반대편에서 오던 군인 차량이 우리더러 후진해서 나가란다. 왓.. 그럼 우리 역주행중? 비상등 켜고 후진하는데 인도에 서 있던 분이 그냥 직진해 나가란다... 쉬운 선택을 했다. 직진!
-바닥이 너덜너덜한 곳들이 많다. 잘 보고 달려야함. 네비가 사우디 국경 쪽으로 우리를 안내했을 땐, 바닥이 흡사 등뼈처럼 튀어나와 있었다는... 그것도 여러군데!
-의외로 운전자들이 온순하다. 짜증스런 클랙션 소리가 흔치 않음. 아마 대도시 암만은 다르겠지... 암만..
-중간 중간 경찰들이 검문을 하고, 한번은 운전면허증 등등을 모두 요청한 적이 있었고, 한번은 “어디에서 왔니?”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 그랬더니 좋은날 되라며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시고(잘생겨서 깜놀..), 네비 때문에 사우디 방향으로 내려가고 있을 때(사실 아카바 남부의 항구, 사우디 국경과 불과 15km 지점 정도) “어디로 가니?” 묻길래 우리가 네비 때문에 시내로 가고 싶은데 여기까지 왔어요 징징 그랬더니 잘 가라고 또 따스하게 웃어줌.
+와디럼에서 사해로 나갈 때 고속도로에서 속도 단속에 한번 걸림. 네비로는 100km 도로였으나 임시적인지 뭔지 도로는 60km 제한이었고 20km 정도를 초과해 20JD(32,000원) 딱지를 받았다.

사진 가운데 쯤 바닥이 등뼈처럼 튀어나온게 보인다

 

여튼 아카바에 왔다. 홍해! 모세가 가른 바다! 는 반대편 수에즈만이었겠지? 출애굽기에서 바로가 군을 이끌고 쫓아온걸 보면 배경은 수에즈만 같으나 여튼 이곳 아카바만과 홍해로 이어져있다. 나 성경 읽은 여자.. 단 두 장, 제네시스와 엑소더스 ㅎㅎ
여튼 아카바에 왔다. 기름이 나는 땅을 사우디에 내어주고(당시에는 몰랐다지만, 알게 된 지금도 아깝지 않다는...) 얻은 해안선, 요르단 유일의 항구도시. 눈 앞에 이스라엘 에일랏(2km)이 보이고 약간 멀리 이집트도 보이고 남쪽으로 20분 정도만 내려가면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아카바이다.

바다가 무척이나 파란데, 왜 홍해일까 싶어 찾아보니 산호 때문이다, 붉은 암석산맥이 바다를 따라 이어진다 등등 얘기가 있었지만 오스만이 각 방위에 색깔을 적용한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가장 무릎을 탁! 치게 한다. 동•서•남•북•중앙에 청•백•홍•흑•황색을 적용했고, 그래서 터키 북쪽의 바다는 흑해, 남쪽 바다는 홍해. 홍해가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온 아카바만 바다 아래에는 은퇴한 탱크랑 비행기랑 등등이 유해물질은 제거된 채 수장되어 있다. 인공 산호를 만들어 물고기들 오손도손 살으라고~ 또 다이버들 놀러오라고. 또 전쟁 하지 말자는 평화의 메세지도 넣어! 20개가 넘는 스팟이 있고, 바닷속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여행자들은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을 하며 산호와 물고기들 수장된 군용 차량이나 앰뷸런스도 있다고? 등을 본다.

나도 해봤다. 체험 다이빙 ㅋㅋㅋ 업체가 다양한데, 더 싼데도 있었지만 평점도 높고 여러개 비교해보기도 귀찮아서 한군데 콕 찍어 예약을 했다. <Coral Garden Dive> 대만족!!
인스트럭터가 거의 일대일로 케어를 해줬고, 내가 처음에 장비 착용하고 가슴 높이 바닷속에 들어가 숨쉬는거 해보고 공기방울 소리가 너무 무서워 폐소공포증(약하게 폐소공포가 있다) 비슷한 두려움이 밀려와 나 못한다고 물에 들어가기를 거부했을 때, 내 쓰앵님 압둘라가 너 방금 물에서 잘했다, 공기방울은 당연한거다, 내가 계속 니 옆에 있을거다 용기와 믿음을 주셔서 다시 시도해볼 수 있었다.

코로 숨을 못쉰다는 답답함이 입으로 산소가 들어오는데도 마치 숨을 못 쉴 것 같은 두려움으로 밀려왔고, 물 안에서 당장 물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 그게 불가능하면 호흡이고 뭐고 바닷물 잔뜩 마시고 기절할것만 같았고 등의 무서움이 순간 날 덮쳤지만 쓰앵님의 친절에 다시 침착하려고 애쓰면서 쓰앵님은 프로다, 내가 기절하면 날 데리고 나와줄거다 라고 계속 생각했다. 해변가에 오기 전, 사무실에서 다이빙 막 마치고 돌아온 노부부를 만났는데, 재밌었어요? 물었더니 무려 15년만에 처음 해보는건데도 너무 즐거웠다고 하길래, 전 제 인생에서 처음 해봐서 너무 기대되면서도 긴장돼요 했더니 아저씨가 침착을 잃지 말고, 숨을 너무 가쁘게 쉬지 않도록만 노력하라고, 처음이라도 할 수 있다고 얘기해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동행 중 한명은 내가 처음 침착을 잃었던 그 시점에서 포기했고, 다른 한명은 탱크까지만 보고 포기했다. 너무 쉽게 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할수있다! 나도 했다! 누가 스킨스쿠버 처음 해본다 그러면 꼭 얘기해주고 싶다.

바닷속은 정말 아름다웠다. 체험 다이빙 하러 오는 길에 홍해를 보며 “성경은 흥미롭게 읽었지만 전 무신론자예요”라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물속 모든 생명체가 다양하게 아름답고 생명이 가득한걸 보니 어떤 낭만적인 창조하는 신이 있긴 있는건가 싶기도 했다. 우리 쓰앵님은 늘 내 곁에 있어줬고(초반 20분 정도는 쓰앵님 손을 진짜 꽉 잡고 있었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 생존본능), 나중에 좀 적응 돼서 이거저거 막 구경하고 있을 때도 쓰앵님이 안보인다 싶어 돌아보면 늘 내 조끼의 끈 어딘가를 잡고 있거나 근처에서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 사랑에 빠질 뻔... ㅋㅋㅋ 모든 산호초와 모든 물고기의 이름을 알고 싶을 정도로 바다는 정말 아름답고 조용했다. 산소통을 무겁게 메고 온 내가 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프리다이빙으로 넘어가자! ㅎㅎ 물에 잠긴 탱크도 물론 신기했고.. 사진도 찍어줬는데, 내 표정은 아마 ‘애써 괜찮습니다’ 버전일듯. 아직 사진은 못 받았다.

요런 탱크 앞에서 찰칵
쓰앵님이 산호나 물고기들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사진을 찍더니 나한테도 요로케 보내줬다

 

 12월이었지만 바닷물은 많이 차갑지 않았고, 드라이수트 입어서 춥지도 않았다. 그래도 삼십분 넘어가니까 으슬으슬하더라. 게다가 산소 호스를 계속 물고 있으니까 입안이 너무 말라 물이 마시고 싶었다. 못 견딜 것 같으면 쓰앵님한테 올라가고 싶다고 표시해서 나가면 된다. 나는 산소통 호흡도 이퀄라이징도 적응하고 딱 좋을 때여서 그냥 참음. 9미터까지 내려갔고 탱크(두 개 본듯?), 세븐시스터즈라고 불리는 산호 숲도 보고 이리저리 쓰앵님 따라다니며 신기한거 많이 봤다. 트라이 다이빙 한번 해보고 많은 사람들이 오픈워터 시작한다더만, 나도 다시 해보고프단 생각 들더라. 그래도 프리다이빙 지향! 그게 가장 친환경적인듯. 산소통이나 주렁주렁 호스들이 산호 긁을까봐 신경이 계속 쓰였다.

아카바는 면세구역인데다 술도 쉽게 살 수 있어 주류 구입도 하고 시내 구경도 하고 한다던데 우리는 체험 다이빙하니 해가 저물어가서 해변가 쪽 식당에서 크리스마스 기념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요르단이 석유를 포기하고 얻은 홍해 바다를 가봤다는 데 만족하며.

-코랄 가든 다이브 : 체험 다이빙은 1인당 35디나르, 물 속에서만 40분 정도? 스킨스쿠버 처음이면 일행처럼 물에 못 들어갈 수도 있다. 수영할 줄 알면 스노클링 빌려달라 해서 탱크까지는 볼 수 있음. 6미터 바닥에 있어서 잠영을 해야한다.
http://www.dive-inaqaba.com
사무실로 먼저 가 결제하고, 드라이수트 입고 차로 해변으로 이동한다. 해변에서 안전수칙과 장비에 대한 설명 듣고 입수! 해변에 샤워실이 있어 끝나고 거기서 씻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니 거의 3시간 가까이 걸리더라는.
-mirwas cafe & restaurants 에서 저녁식사. 해산물 먹고 싶어서 찾은 식당. 음식도 맛있고, 후식도 공짜로 주셨다. 주차는 2디나르 유료. 바로 바깥에 무료 주차장도 있는데, 그냥 안전하게 2디나르 내고 안쪽에 주차함. 바닷가니 로컬 분들이 가는 식당에서도 저렴하고 풍부하게 해산물 먹을 수 있을텐데 발품을 팔아 찾을 시간이 없었다.